97. 이때에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이 재수보살(財首菩薩)에게 묻기를, “불자야! 일체 중생이 중생이 아닌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그 때를 따르시며, 그 수명을 따르시며, 그 몸을 따르시며, 그 행위를 따르시며, 그 해를 따르시며, 그 방편을 따르시며, 그 사유를 따르시며, 그 관찰을 따르사, 이같이 중생 가운데 몸을 나타내시어 교화조복하시는 것입니까?”
재수보살(財首菩薩)이 답하시길 “이는 적멸을 즐기는 다문자(多聞者)의 경계이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베풀어 설하리니, 그대는 지금 마땅히 잘 들어라. 분별심으로 몸을 관찰하면 이 가운데 무엇이 나인가? 만약 이와 같이 이해하면 네가 나의 유무를 깨달을 것이다.
이 몸은 가화합으로 거하고 머무는 곳이 없으니, 이 몸의 실체를 완전히 요달하면 이 몸에 집착할 바가 없는지라 몸을 잘 관찰하여 일체를 모두 밝게 보면 법계가 허망함을 알아, 마음의 분별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수명은 무엇으로부터 일어나고 또한 무엇 때문에 소멸하는가? 마치 불바퀴1)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것 같이, 지혜로운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모든 존재가 무상이고, 모든 법은 공, 무아로서 영원히 일체의 차별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치를 관찰할 수 있다. -화엄경(華嚴經)

98. 존재에 대한 여덟 가지 금강(金剛) 같은 구절이 있으니, 무엇이 여덟인가? 모든 존재의 본성이 본래 깨끗하다는 것은 모든 존재가 번뇌를 떠났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무루(無漏)하다는 것은 모든 번뇌2)를 다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집착[窠窟]3)을 떠났다는 것은 집착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문이 없다[無門]4)는 것은 차별이 없기[無二]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널리 편재한다는 것은 해탈문(解脫門)5)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모든 존재가 가는 것이 없다는 것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오는 것이 없다는 것은 올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삼세라는 것은 과거, 미래, 현재에 구별(二相)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덟 구절이다. -집일체복덕삼매경(集一切福德三昧經)

99.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니, 이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6)이다. -반야경(般若經)

100. 모든 불국토[佛刹]가 평등하고 청정하며, 모든 중생이 평등하고 청정하며, 모든 몸이 평등하고 청정하며, 모든 근(根)7)이 평등하고 청정하며, 모든 업과(業果)8) 등이 평등하고 청정하다. -화엄경(華嚴經)

101. 불국토의 평등이 중생의 평등을 어긋나지 않으며, 중생의 평등이 불국토의 평등을 어긋나지 않으며, 모든 중생의 평등이 모든 존재의 평등과 어긋나지 않으며, 모든 존재의 평등이 모든 중생의 평등과 어긋나지 않는다. -화엄경(華嚴經)

각주
1)선화륜(旋火輪, alāta-cakra): 불바퀴, 불붙은 막대기를 빙글빙글 돌릴 때 생기는 둥근 바퀴 모양. 일시적으로 둥글게 보이는 것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유로 삼아 실체가 없는 연기법의 본질이나 무상(無常), 무아(無我) 등의 도리를 밝힌다.
2)루(漏, āsrava): 번뇌의 동의어. 누주(漏住), 누설(漏泄), 누실(漏失) 등으로도 한역. 일반적으로 번뇌로 말미암아 중생의 6근으로부터 항상 과실이 흘러 나온다는 뜻에서 번뇌를 누라고도 한다.
3)과굴(窠窟): ‘과(窠)’는 새의 둥지, ‘굴(窟)’은 짐승이 사는 동굴. 선종에서는 보통 어떤 것에 대한 얽매임, 집착 등을 가리킨다. 마치 새가 둥지에 짐승이 동굴에 의존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교하여 사람이 자신의 견해나 습관적 태도에 속박됨을 뜻하는 말로 미망(迷妄)을 가리킨다.
4)무문(無門): 출입하는 별도의 문이 없다는 말, 곧 모든 것이 근본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과 통한다.
5)해탈문(解脫門):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 등 3종의 선정(禪定)을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열반에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른다.
6)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anuttara-samyak-saṃbodhi) 아뇩다라는 그 이상이 없다 또는 최상이라는 뜻에서 무상(無上)이라 한역하고, 삼먁삼보리는 바르고 두루 안다는 뜻에서 정변지(正遍知), 또는 치우침 없이 바르고 차별 없이 두루 평등한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정등정각(正等正覺)이라 한역한다. 오로지 부처님께서 깨달은 최상의 지혜에만 붙이는 이름으로서 평등· 원만(완벽) 등의 뜻을 내포한다.
7)근(根, indriya): 근(indriya)은 증상(增上, ādhyiyatya), 즉 지배적인 힘 혹은 생장시키는 힘을 뜻한다.
8)업과(業果, vipāka): 선악의 행위에 의하여 받는 과보(果報). 업(業)과 과보(果報).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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