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지난 6월 30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이기흥 현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선출했다. 이기흥 회장은 제25대에 이어 제26대 중앙신도회 회장으로 연임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재선된 직후 선호하는 매체들만 부른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총 138군데의 사찰을 돌아다녔다”고 밝히고 “앞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 300여 사찰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밝힌 대로 이미 138군데의 사찰을 다녔다면 우리 불교와 종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황을 파악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아 과연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300여 사찰을 방문하겠다고 하니 중앙신도회가 각 사찰과 종단의 현황을 제대로 밝히고 정리하여 종단의 발전에 기여하는 신도회로서 제역할을 하길 기대해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이 회장이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제8조에 조계종은 승려와 신도로써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중앙신도회는 승단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조계종단의 평등한 구성원의 일원이다.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중앙신도회는 수행과 교화에 전념하는 출가수행자들을 외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조계종단을 구성하는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종단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할 의무와 권리도 있다.

그렇다면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해야 할 종단의 발전을 위한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부처님은 《잡아함경》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가자在家者)나 출가자(出家者)나 삿된 일을 일으키면 나는 칭찬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이나 집을 나온 이가 삿된 일을 일으키면 그는 바른 법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삿된 일인가. 이른바 삿된 일이란, 삿된 소견과 나아가 삿된 선정이다.”

부처님은 재가자나 출가자가 삿된 일을 하면 그것을 칭찬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중앙신도회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재가불자라면 마땅히 부처님처럼 출가자가 삿된 일을 하는 것을 경계하고 비판을 해야지,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을 하고 따라하는 것은 불자로서 바른 수행이 아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했다고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광고금지, 취재금지, 접속금지를 한 조계종의 언론탄압조치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을 하기는커녕 지난해 11월에는 논평을 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 언론탄압 결의를 지지한다고 하고, 이 회장은 소위 조계종 해종언론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이름까지 올려 동조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앙신도회가 종단과 어긋나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고 변명을 하는 것이 중앙신도회의 역할과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온갖 악행을 범한 코삼비의 비구들 이야기는 신도들이 보시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신도들이 보시를 거부한 것 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은 코삼비의 비구들을 만나 “도를 닦으면서 서로 싸우지 말라. 주먹으로 치지도 말고 욕설도 하지 말라. 악행을 범하지 말라”고 간곡히 충고를 하였지만 그들은 “부처님께서는 그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들도 그런 이치를 스스로 생각하고 저희들의 허물을 잘 알고 있다.”고 부처님의 충고를 거절했다. 언론탄압을 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도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조계종 현 집행부와 잘못된 일을 추종하는 중앙신도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부처님은 인욕함으로써 싸움을 그치게 하고 원수를 뉘우치게 한 장생 태자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인욕과 자비심 지닐 것을 권장하셨으나 코삼비 비구들이 뉘우치지 않자 그 자리를 떠나셨다. 이와 같이 언론탄압을 버리지 않고 뉘우치지 않는 조계종단 집행부와 중앙신도회의 모습을 보고 부처님이 떠나시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각별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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