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스님은 참으로 다채로운 삶의 이력을 가지신 분으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스님의 정신은 사회 각 분야의 지남이 되고 있습니다. 항일· 독립투사로, 불교개혁가로, 문학가로서 스님의 업적은 필설로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 인간이 살다간 행적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올해는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72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이 나라의 해방을 한 해 앞둔 1944년 ‘님’께서 계신 본향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죽어서도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쓰시겠다는 스님의 염원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농산앵무능언어(隴山鸚鵡能言語) 농산의 앵무새는 말을 곧잘 하느니
괴아불급피조다(愧我不及彼鳥多) 그 새보다 못한 이 몸이 부끄러워라.
웅변은혜침묵금(雄辯銀兮沈黙金) 웅변은 은이요, 침묵이 금이라면
차금매진자유화(此金買盡自由花) 이 금으로 자유의 꽃 몽땅 사리라.

一日與隣房通話爲看守竊聽雙手被輕縛二分間卽唫-

(어느 날 이웃방과 이야기하다가 간수에게 들켜 두 손을 2분 동안 가볍게 묶이었다. 이에 즉석에서 읊음)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1919년 기미 독립 운동으로 옥중(獄中)에 감금되어 계실 때, 읊으셨다는 시입니다.

구속된 자유, 억압당한 민족의 자유를 되찾고자, 굽힐 줄 모르는 절개로 평생을 살아가신 만해 한용운 스님과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시대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하 우리 사회는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꿈꾸셨던 자유와 평등이 올 곧게 구현된 사회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구속과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사회 도처에서 참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차별받고, 갑의 횡포와 부당한 대우에도 어디 하소연 할 곳조차 찾기 어려운 을들의 억울함이 쌓여 있고, 남녀의 차별 또한 여전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 속에 참다운 평화와 안식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는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독립과 자유, 진리가 살아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불살라 이 민족의 빛이 되셨습니다. 그 분의 고귀한 뜻이 이 시대에도 영롱하게 빛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선학원은 재단 설립조사 가운데 한 분이신 만해 스님의 이러한 정신과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이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매년 추모행사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금년은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 정의가 사라지고, 진실이 가려진 슬픈 시대, 절망에서 희망을 건진 선각자 만해! 그의 향기가 그립다.”라는 주제로 추모일을 즈음하여 학술제와 예술제에 이어 오늘 추모재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꿈꾸시던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당대에 오롯이 구현하여 누구나 존중받고, 정의가 살아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선학원에서도 만해 한용운 스님의 숭고한 정신과 뜻을 받들어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0(2016)년 6월 29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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