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법(존재)은 욕계(欲界)1)에도 머무르지 않고, 색계(色界)2)에도 머무르지 않고, 무색계(無色界)3)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법은 삼계(三界)에 머무는 곳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도 소생(所生)4)이 없다. 그러므로 온갖 존재는 자성(自性)5)이 없다. -비밀대교왕경(秘密大敎王經)

90. 온갖 존재는 연(緣)6)을 따라 생긴다. 연을 따라 생기는 법(法) 중에는 어떤 적은 법도 진실로 결합되어 있는 것[積聚]7)이 없다. 무엇 때문인가? 저 모든 법이 다 실재(實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어떻게 법이 생겨나는 일이 있겠는가? 법이 만약 연으로 생긴다면, 이것은 곧 생기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다 진실로 생기는 일이 없다. -무량인법문경(無量印法門經)

91. 육신은 거울 속의 형상과 같고, 설법은 메아리 소리와 같고, 마음은 허깨비[幻化]8)와 같다. -승사유범천소문경(勝思惟梵天所問經)

92. 모든 존재는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이름과 언설(言說)만이 있는 것이다. -입법계체성경(入法界體性經)

93.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이 하나의 상(相)9)이고, 집착과 집착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부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법(진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을 알게 되면 큰 지혜[大智]10)라고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도(道)를 얻어 중생을 제도했다면 도도 없고 중생도 없는 것이다. 불법(佛法)의 본성도 이러하여 도량(道場)11)에서 얻는 것은 없다. -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

94. 부처님이 문수사리동자12)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여섯 종류의 공(空)의 상(相)이 있다. 무엇이 여섯 종류인가. 하나는 제행(諸行)13)의 공상(空相)이니 불가사의(不可思議)14)이다. 둘은 유위(有爲)15)의 공상이니 불가사의(不可思議)이다. 셋은 무위(無爲)16)의 공상이니 불가사의이다. 넷은 유주(有住)17)의 공상이니 불가사의이다. 다섯은 무주(無住)의 공상이니 불가사의이다. 여섯은 모두가 공이니 불가사의(不可思議)이다. 이것이 여섯 종류이다. -월정삼매경(月灯三昧經)

95. 온갖 존재는 본래 스스로 공(空)해서 생기는 것도 없고 상(相)도 없다. -대승대교왕경(大乘大敎王經)

96.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온갖 법(존재)의 자성(自性)은 본래 적정(寂靜)하여 자성열반(自性涅槃)이다. 열반인 까닭에 자성은 인식되지 않으며 자성이 없다고 설하는 것이다. 온갖 법(존재)은 중생(衆生)이 현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있다고 한다. 임시적인 이름일 뿐이고 실체는 없다[假名無實]. 다음으로 모든 법은 인연에 의해 이루어지니 임시로 있는 것이고 실체는 없다[假有無實]. 이에 모든 법의 본성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생기지도 멸하지도 않는다. -해심밀경(解深密經) 

각주

1)욕계(欲界):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 현상적인 육체의 세계.

2)색계(色界): 욕계의 위에 있는 천계(天界)로 욕계의 더러움을 여의고 물질적인 것이 모두 청정한 세계.

3)무색계(無色界): 삼계의 하나로 물질을 초월한 세계, 순수히 정신적인 영역, 육체를 갖지 않고 정신적인 요소로만 되는 세계.

4)소생(所生): 자기가 낳은 자식

5)자성(自性): 사물 그 자체의 본성. 고유한 성질. 진실불변한 본성.

6)연(緣): 원인, 조건.

7)적취(積聚): 각종의 요소가 모여 하나의 사물을 형성하고 있는 것.

8)환화(幻化): 실체가 없는 것. 화(化): 부처님이나 보살의 신통력이 만들어낸 것.

9)상(相): 모습, 형태, 외견의 모습. 밖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

10)대지(大智): 위대한 지혜. 광대한 지례. 불지(佛智)와 동일.

11)부처나 보살이 도를 얻는 곳,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승려들이 모인 곳.

12)문수사리동자(文殊師利童子): 문수보살, 지혜가 뛰어난 보살.

13)제행(諸行): 가변, 모든 존재, 하나의 개인 존재 전체를 의미함. 유위(有爲)와 같음.

14)불가사의(不可思議):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추측할 수 없는 것. 부처님의 깨달음의 경지나 지혜, 신통력.

15)유위(有爲): 만들어지는 것. 직접 원인, 간접 원인에 의해 성립된 사물.

16)무위(無爲): 만들어지지 않는 것. 원인, 조건에 의해 생성된 것이 아닌 존재.

17)주(住): 거처하는 것, 사는 것, 존재하는 것, 안주하는 것. 집착하는 것.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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