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향헌다를 마친 이사장 법진 스님과 영애 한영숙 여사가 영전에 큰 절을 올리고 있다.
▲ 이사장 법진 스님은 추모법어를 통해 자유와 평등의 구현은 만해 스님의 뜻을 잇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봉행된 만해 72주기 추모다례재에서 내빈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테이블 중앙으로 이사장 법진 스님과 정세균 국회의장 조원진 의원 영담 스님이 보인다.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은 29일 오후 4시 서울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만해 한용운 스님 72주기 추모다례재를 봉행하고 평생의 숭고한 정신과 뜻을 기렸다.

추모다례재에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과 재단 임원진과 장로원장 혜광 스님, 전국 선학원 분원장 스님,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 등 불교계 인사와 정세균 국회의장, 조원진 기동민 국회의원 등 정계인사와 문태선 국가보훈처 북부보훈지청장 등 관계 인사가 참석했다. 만해 스님의 영애 한영숙 여사는 유족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추모다례재는 제1부 추모다례재에 앞서 재단법인 선학원의 역사와 현재를 홍보하는 10분 가량의 동영상을 시청했다.

김상준 교수(동아방송예술대, 전 KBS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다례재는 이사장 법진 스님의 헌향, 만해 스님의 영애 한영숙 여사의 헌다에 이어 삼귀의, 반야심경과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입정으로 시작됐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추모 법어를 통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스님의 정신은 사회 각 분야의 지남이 되고 있다”면서 “항일 독립 투사로, 불교개혁가로, 문학가로서 스님의 업적은 필설로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진 스님은 이어 “구속된 자유, 억압당한 민족의 자유를 되찾고자, 굽힐 줄 모르는 절개로 평생을 살아가신 만해 스님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시대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하 우리 사회는 만해 스님께서 꿈꾸셨던 자유와 평등이 올곧게 구현된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진단에 대해 스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차별받고, 갑의 횡포와 부당한 대우에도 어디 하소연할 곳조차 찾기 어려운 을들의 억울함이 쌓여있고, 남녀의 차별 또한 여전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면서 “만해 스님의 고귀한 뜻이 이 시대에도 영롱하게 빛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올해 72주기 만해 스님 추모 주제가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로 알고 있다”면서 “불교경전에선 거짓말을 ‘망어’라 한다. 여기에는 모두 10가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영담 스님은 “이번 추모행사가 우리에게 늘 초심으로 돌아가 거짓말이 아닌 지혜로운 삶을 살자는 다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은 추모사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내수 위축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가계부채 1200조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은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다”면서 “이에 더해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신냉전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우리 국민은 국권수탈과 한국전쟁과 같은 민족사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강인하고 지혜로운 민족이다”고 전제하고 “만해 스님의 항일 독립운동정신과 중생을 위해 헌신하신 ‘원생보살(願生菩薩)사상’을 되살려 실천해 간다면 오늘의 총체적 난국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국회의원(새누리당)도 추모사를 통해 “만해 스님은 민족의 큰 성웅이다. 불교계의 큰 지도자이자 많은 이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침을 베푸신 스승이었다”면서 “그 때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민족과 나라발전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국회의원(민주당)은 “정세균 국회의장님의 추모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한다”는 말로 추모사를 대신했다.

문태선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은 “한용운 선생님의 꺾이지 않는 기개와 불굴의 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교훈으로 다가온다”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만해를 비롯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나라가 되었지만 아직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지청장은 “이제는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분단을 극복하여 조국의 평화통일을 이룩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석 전 국회의원(영주 관음사 신도회장)은 “만해 스님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실천하는 삶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며 “정의와 진실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 만해 스님의 삶은 우리에게 더욱 값진 가르침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만해 스님의 삶을 기렸다.

추모사를 동영상으로 보내 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득이 참석치 못한 데 대해 양해를 구하면서 “만해 스님의 고귀한 삶과 정신을 우리 모두가 본받아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도모하자”고 강조했다.

이사장 법진 스님의 법어가 있은 후 참석 내빈들은 사회자가 호명하는 순서에 따라 단상에 올라가 만해 스님의 영단에 헌화했다.

▲ 만해 전국청소년문예공모전 수상자들이 이사장 법진 스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2부 추모공연에서 만해 스님의 시를 노래하고 있는 '시로'단원들.

제2부 추모공연에서는 제2회 청소년 문예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부문 대상 구성훈 군(장충고 1)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산문부문 대상 이강 군(중앙고 2)이 소설 ‘총성’으로 각각 상금 70만원과 상장을 받았다. 시부문 최우수상엔 임동현군(장충고 3), 한가은 양(풍문여고 1)이, 산문부문 최우수상엔 윤소연 양(덕성여고 3), 정보현 양(덕성여고 1)이 상금 50만원과 상장을 각각 수상했다. 우수상엔 시 부문 신동주 양(덕성여고 1), 윤일영 양(덕성여고 3)이, 산문부문 우수상엔 이정오 양(풍문여고 1), 박재현 양(풍문여고 2)이 30만원과 상장을 각각 받았다.

추모공연은 인천 보각선원 가릉빈가합창단(지휘 오승희)의 음성공양에 이어 음악그룹 ‘시로(詩路)’가 만해 스님의 시 ‘당신은’, ‘심은 버들’, ‘이별은 미의 창조’, ‘사랑을 사랑하여요’ 등을 퓨전국악반주에 맞춰 노래로 불렀다.

이날 봉행된 추모다례재는 BTN불교텔레비전이 7월 7일 오후 3시 50분, 8일 오후 10시, 10일 오후 1시 50분 세 차례에 걸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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