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은 만해 한용운스님이 입적하신 지 72주년이 되는 날이다. 따라서 6월은 만해스님의 달이다. 그런데 조계종은 만해스님이 입적한 달에 오늘날의 조계종이 있게 한 만해스님을 기리는 행사를 하기는 커녕 조계종의 모태인 선학원을 탄압한 것도 모자라 만해스님이 출범시킨 대한불교청년회를 압박하여 만해의 달에 만해를 짓밟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

한용운스님은 평생을 불교혁신운동 실천에 몸을 던진 수행자이며, 일제의 총독부 청사가 보기 싫다고 동북향으로 심우장을 지은 항일투쟁 독립운동가다. 또 한국불교가 일제의 식민지정책으로 왜색불교화 되어가자, 부처님 가르침의 정통인 선리(禪理)를 탐구하고, 선풍(禪風)을 선양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회복하고자 선학원을 설립한 조사스님 가운데 한 분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조계종 약사에서 선학원의 설립으로 부처님의 정법과 계율을 지키는 한국불교의 전통이 이어지게 되었으며 이 전통이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수행종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재단법인 선학원과 만해 한용운 스님은 현 조계종의 모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조계종이 자신들의 근본을 부정하는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조계종은 만해스님이 설립한 선학원을 탄압하고, 이사장과 이사스님을 멸빈시킨 만행에 이어 한용운스님이 출범시킨 96년 역사의 대한불교청년회에 지난 16일 포교부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포교원회의 이전까지 종단 등록에 따른 모든 권리와 의무를 정지한다’고 통보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불국정토를 이루기 위해 ‘제방의 의견에 귀를 열고 지혜를 모아 평화와 공감의 포교를 열어가겠다’고 해놓고 ‘제방의 의견’이 마음에 안든다고 모든 권리와 의무를 정지시키는 반목과 반감의 포교를 자행한 것이다. 포교원도 종단권력의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는 것이 안타깝다.

조계종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쓴다고 불교계 언론사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하여 취재, 출입, 광고, 접촉, 접속을 금지하는 군사독재시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야만적인 조치를 서슴없이 취하더니 이러한 비상식적인 조치를 대화를 통해 풀어보자고 나선 대한불교청년회를 탄압하는 행태를 보면서 과연 조계종이 불조의 혜명을 잇고 있는 수행자 단체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총무원장은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를 천명하였는데 그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래 보여준 모습은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가 아니라 그들끼리만 잘먹고 잘사는 집단의 모습에 불과하다.

치문숭행록에 보면 무명의 노비구스님이 욕망에 집착하는 승려들에게 앞서간 수행자의 수행을 따르라고 질책하는 말이 나온다. 무명의 노비구는 ‘부처님께서 베푸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는데 요즈음 승려들은 기름지게 먹고 멋진 옷 입으며 화려한 집에 살고, 사지를 편케하며 좋아하는 장식을 왕공처럼 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고 하면서 말법시대에 자기들끼리 어울려 수행을 포기하고 세속적인 욕망에 집착하는 수행자들을 질타하고 있다.

종단권력에 심취하여 수행을 포기하고 이권과 권력을 나누고 이에 대해 비판을 하는 사부대중에게 해종이라는 적반하장격의 뒤집어 씌우기를 자행하는 조계종 권승들에게 오늘날 전국의 무명스님과 사부대중들은 지금도 이러한 질책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질책이 야단법석으로 나오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조계종단은 온몸으로 직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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