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수보살(覺首菩薩)이 대답하시기를
“(문수)보살께서 지금 이 뜻을 물으시는 것은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시기 위함이시니, 저 또한 그 마음과 같아 답하겠으니 보살께서는 잘 들어주십시오. 모든 법(諸法)은 작용이 없고, 또한 체성(體性)이 없는 까닭에 모든 것이 각각 서로 알지 못합니다. 비유하자면 강물의 물이 소용돌이치며 급히 흘러가면서도 각각 서로 알지 못합니다. 제법(諸法)도 이와 같습니다. -화엄경(華嚴經)
79. 진리(法)에는 중생이 없으니, 중생의 더러움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法]에는 내[我]가 없으니, 나의 더러움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는 수명(壽命)이 없으니, 생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는 사람이 없으니, 전후의 끝[際]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진리는 늘 고요하니, 모든 상(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리는 상(相)을 떠났으니, 대상[所緣]7)이 없기 때문이다. 진리는 이름이 없으니, 언어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진리는 말할 수 없으니, 분별[覺觀]8)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는 형상(形相)이 없으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진리는 논쟁[戱論]9)이 없으니, 필경 공하기 때문이다. 진리는 아소(我所)가 없으니, 나와 대상[我所]10)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는 분별(分別)이 없으니 모든 식(識)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리는 견줄 수 없으니, 상대(相對)가 없기 때문이다. 진리는 법성(法性)이 같아서 모든 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진리는 좋고 싫어함[好醜]을 떠나며, 진리는 증가하고 감소하는 것이 없으며, 진리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떠나며, 진리는 높고 낮음이 없으며, 진리는 항상 머물러, 움직임이 없으며, 진리는 모든 관행(觀行)11)을 떠나 있다. -유마경(維摩經)
80. 세상의 모든 이치를 완전히 이해하면 거짓 이름[假名]이요, 실체가 없음[無實]을 알게 된다. 중생과 세계가 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화엄경(華嚴經)
81. 일체법이 모두 진여(眞如)이니, 모든 부처님들의 경계도 또한 그러하며, 한 법(法)이라도 진여 가운데 생멸이 없다. 다만 중생이 망령되이 분별하여 부처도 계시고, 세계도 있으나 법성(法性)12)을 완전히 이해하면 부처도 없고, 세계도 없다. -화엄경(華嚴經)
82. 모든 존재의 성품[法性]은 항상 공적(空寂)하여 어느 하나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없다. -화엄경(華嚴經)
-각주
1)각수보살(覺首菩薩): 보살 이름
2)선취(善趣, svarga-gati): 선한 업을 쌓은 결과로 가는 좋은 윤회의 길. 천계(天界), 인계(人界) 등을 말한다. 선처(善處), 선도(善道)등과 같은 말.
3)악취(惡趣, apāya): 악업(惡業)을 지은 과보로 가는 곳. 악도(惡道), 악취도(惡趣道), 악처(惡處)라고도 한다. 육취(六趣) 중 지옥, 아귀, 축생 등을 삼악취(三惡趣), 삼도(三途), 삼악도(三惡道) 등으로 부른다.
4)수(受): 업(業)의 과보를 받는 것.
5)지(智: 분별하는 능력, 주관(主觀)
6)경(境): 객관(客觀)의 대상, 현상.
7)소연(所緣, ālambana): 심식(心識)의 인식 대상. 능연(能緣)인 마음과 그 작용이 집착하는 대상,
8)각관(覺觀): 각(覺)이란 거친 분별, 관(觀)이란 미세한 분별.
9)희론(戱論): 무의미한 논쟁.
10)아소(我所): 아지소유(我之所有)의 준말, 나의 것 또는 그러한 관념. 자신 외의 모든 존재를 가리키며, 자신에게 속한다고 집착하는 생각이 근본이 된다. 자신의 것이므로 취하려는 탐욕이 일어나고, 취하지 못하면 화가 일어나는 등 삼독과 밀접하다.
11)관행(觀行): 주객의 모든 것을 법에 따라 관찰하여 실상에 이르는 수행법 .대표적인 것으로는 신수심법(身受心法)의 네 가지를 관찰하는 사념처관(四念處觀)을 비롯하여 모든 대상을 무상으로 관하는 무상관(無常觀) 등 다양한 관행이 있다.
12)법성(法性, dharma-dhātu): 제법의 진실한 체성(體性). 우주 일체의 현상이 갖추고 있는 진실하고 불변하는 본성. 진여(眞如)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법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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