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도법스님)가 지난 6월 3일 선학원에 공문을 보내서 8월 25일 열리는 제3차 대중공사에 선학원의 참석을 요청했다. 100인 대중공사는 이때 조계종과 선학원의 현안문제를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선학원은 조계종의 100인 대중공사 참여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측은 기관지의 보도를 통해 “선학원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종단과 선학원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조계종과의 갈등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학원뿐만이 아니라 조계종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염원하는 사부대중들은 조계종단이 추진해 온 총무원장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100인 대중공사를 지켜보며 조계종이야말로 대화할 의지가 있고 갈등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100인 대중공사는 사부대중이 주체가 되어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대중공의를 수렴하고, 이를 위해 사부대중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그 결과 사부대중의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거창한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종단 각계 지도자들이 모인 정기적 대중공사를 통해 대중의 공의를 종단운영의 큰 지침으로 삼겠다.”고 공약했고 이 공약에 의거해 100인 대중공사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100인 대중공사에서 사부대중이 직선제로 대중공의를 수렴하자 조계종단은 이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법스님은 “대중공사가 특정 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본래 취지를 잃게 된다. 대중의 지혜를 모아 종회에 제안하는 것이 대중공사의 역할”이라며 직선제를 채택하기를 원하는 다수 대중의 의사를 무시하는 일에 앞장섰다.

도법스님이 주장한대로 100인 대중공사는 “참종권의 획기적인 확대”라는 문구를 넣어 종회에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중앙종회의원들이 대중공의의 결론을 무시하고 ‘염화미소법’을 중앙종회 의제로 채택했다. ‘대중공사에서 나타난 대중공의를 종단운영의 큰 지침으로 삼겠다’는 자승 총무원장의 공약이 말 그대로 빌 공자 공약(空約)임을 중앙종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보여준 것이다.

사부대중이 모여 총무원장 선거제도에 관한 지혜와 공의를 모은다고 일곱 차례나 전국을 돌면서 100인 대중공사를 해놓고, 결론은 이미 자기들이 정해놓은 ‘염화미소법’으로 가겠다고 하니 참으로 가소롭다. 총무원장선거제도에 관한 100인 대중공사에서 보았듯이 어떠한 여론이 제기된들 자기들이 정해놓은 <법인관리법>을 깨뜨리겠나 의심이 앞선다.

조계종은 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에서 대중의 의견을 묻는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니까 “대중공사가 전체 종도의 뜻처럼 비춰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총무원장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 또 ‘염화미소법’에 선거인단을 706명으로 확대를 하였으니 참종권의 확대가 획기적으로 반영되었다는 발언으로 대중공의를 왜곡하기도 했다. 이런 전력에 비추어보면 선학원 문제를 다룰 100인 대중공사의 결론도 뻔할 것이다.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을 짬짜미라고 한다. 대중공사에서 대중이 내린 결론이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자기들끼리 짜고 한 결론을 채택하는 조계종의 대중공사는 짬짜미다. 선학원이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참석을 정중히 거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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