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를 대표하는 대강백이었던 경운 원기 선사의 삶과 사상을 톺아볼 수 있는 《화엄종주 경운원기 대선사 산고집》이 나왔다.

경운원기대선사선양회의 의뢰로 산고집 제작을 책임진 신규탁 연세대 교수는 14일 출판간담회에서 “1936년 경운 원기 스님이 돌아가신 지 80년 만에 출간됐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경운 스님은 구한말 침명-함명-경붕-경운으로 이어지는 선암사 4대 대강백 중 한 분이었다”고 소개했다.

경운 스님의 생생한 자취를 가져오기 위해 경운 스님의 효손인 염불사 호명 스님과 김경집 교수로부터 많은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신 교수는 전했다.

경운 스님은 해방 후 희미해져가는 화엄교학의 전통 속에서도 문하에 금봉, 석전, 진응 등 많은 강사를 배출했다. 신 교수는 조선후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시기의 화엄교학을 알기 위해서는 경운 스님의 교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경운 선사가 남긴 원 자료를 그대로 남기고, 정서하고 한글로 번역했다.

책은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경운원기 대선사 행장’은 경운 스님의 손상좌인 철운 조종현 스님이 소개했다. 위당 정인보와 석전 박한영이 쓴 경운 선사 비석과 범해 각안이 쓴 《동사열전》에 실린 경운 선사의 기문도 소개됐다. 제2부는 ‘경운원기 대선사 유고’다. 스님이 생전에 직접 쓴 시와 게송, 서간문, 화제, 영찬, 서판 등이 원문과 함께 우리말로 번역되어 실렸다. 손상좌 조종현 스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제자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기대도 엿볼 수 있다.

▲ 경운원기선사 산고집을 편역한 신규탁 교수.

제3부는 당대에 경운 스님과 교류해온 문인들의 글이 소개됐다. 육당 최남선, 운양 김윤식, 하정 여규형, 선각 권중현, 퇴경 권상로, 매천 황현, 구하 선사, 남전 선사, 경호 선사, 일우 선사, 금봉 강백 등의 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경운 스님의 출가 60주년을 기념하는 ‘수연첩’에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 참여해 경운 스님의 활발한 활동을 짐작케 한다.

제4부는 유고 영인본이다. 경운 스님이 당시 조선 전국의 명산 대찰과 고적을 유람하면서 선생들의 글을 옮겨 적은 《견문록》과 《견문록초》가 그대로 실렸다.

책의 앞머리에는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의 전용 사진사가 찍은 경운 선사 진영과 고종황제가 내린 쌍룡 문양의 금란가사, 금니 법화경 사경 등을 비롯해 선암사박물관에 소장된 ‘조계산 선암사 대각국사 중창건도기’, ‘주장자에 새겨진 경운 선사 법어’ 등이 수록되어 경운 스님의 생생한 발자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신 교수는 “조선 강사들의 ‘못자리 판’이라 불렸을 만큼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요 문장가요 수행인이었던 경운 스님의 행적이 뭇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규탁 편역 | 중도기획 | 법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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