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제206회 임시중앙종회를 개최한다. 이번 중앙종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개정하는 안건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조계종은 자승 총무원장이 그동안 종단 혁신의 상징처럼 강조해 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총무원장 선거제도에 관해 지역을 순회하면서 대중의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전국 7개 지역에서 직선제가 60.7%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는 “대중공사의 의견이 종단 전체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직선제가 가져올 폐해가 더 크다”며 소위 염화미소법을 안건으로 이번 중앙종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특위에 참여한 종회의원 스님은 사부대중100인 대중공사의 결의사항인 “참종권 확대는 현 종단 상황에 전혀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조계종단 지도부는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사부대중이 주체가 되는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것이고, 사부대중의 평등하고 적극적인 토론 참여를 통해 사부대중 공동체 실현을 기하겠다고 뜻을 밝혔었다. 그리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의견을 물어 놓고 이제 와서 “대중공사의 의견이 종단 전체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사부대중 공동체를 실현한다”면서 “참종권 확대는 현 종단 상황에 전혀 맞지 않다”고 발언을 하는 종회의원들은 누구를 대변하는 종회의원인지 그 정체성이 심히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중앙종회의원은 취임 첫 행보로 “비구(니) 아무개는 중앙종회의원에 취임함에 있어 불조의 가르침을 거울삼아 종헌 종법을 준수하고 종단과 사부대중의 법익을 증진할 중앙종회의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삼가 삼보전에 맹세합니다.”고 부처님 전에서 선서를 한다. 즉 그들은 사부대중을 대신하여 사부대중의 법익을 증진하기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대리자인 것이다.

중앙종회의원은 제비뽑기나 나눠먹기, 낙하산으로 선출된 것이 아니고, 조계종 선거법에 의하여 당해 교구 재적승과 본말사주지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이들이다. 종도들을 대신하여 중앙종회 회의장에 나가 의견을 개진하라면서 선거법 제46조에 규정된 중앙종회의원의 선거에 관한 기본 경비도 교구본사 예산으로 집행을 해주고 있다.

따라서 중앙종회의원들은 사부대중의 여론을 성실히 반영해야 한다. 대중들이 직선제를 바란다면 사부대중의 법익을 증진하여야 할 중앙종회의원들은 대중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대중의 의견이 직선제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종회가 직선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며 대중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면 누구를 대의하는 중앙종회의원인지 묻고 싶다.

만일 대중들의 공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중앙종회라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종회 무용론은 심심치 않게 주장돼 왔다. 대중의 의견보다 계파의 이익을 좇는가 하면 종단 최고 권력자의 의중에 맞춰 처신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간의 행태는 지양돼야 옳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가 대중의 의견에 반해 이번 중앙종회에 제출한 염화미소법의 요지는 선거인단이 세 명의 후보자를 선출하면 종단의 정신적 최고지도자인 종정이 제비뽑기로 한 명을 고른다는 것이다. 세 후보의 ‘운(運)’에 총무원장 자리를 맡기는 것이다. 이번 중앙종회에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깨달음을 전한다’는 염화미소가 이런 식으로 세간 점집의 산통술로 전락하는 것을 중앙종회의원들이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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