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풋타여! 당신의 스승은 자주 열반(涅槃)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열반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상태를 말함인가?”
“친구여! 열반은 탐욕이 영원히 다하고, 분노가 영원히 다하고, 어리석음이 영원히 다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네(貪慾永盡瞋쨌永盡愚癡永盡是名涅槃).” -《잡아함경》18권〈염부차경〉

부처님의 장로 제자 사리풋타가 그의 옛 친구 잠부카다카[閻浮車]를 마가다국의 나알라라는 마을에서 만나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의 내용이다. 사리풋타는 열반에 대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은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심(三毒心)이다. 삼독심은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고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들이다.

이 가운데 어리석음, 즉 우치(愚癡)는 마음이 어두워 일체의 도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없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세상을 보는 판별 능력이 부족하므로 늘 삶이 고통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교의 세계관은 삼법인(三法印)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 독립된 나란 없고 모든 것은 연기적 관계에 있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모르는 것이 우치다.

이러한 세상의 도리를 모르므로 우치한 이들은 축생(畜生)으로 태어나거나 축생의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고려 말의 고승 나옹 혜근(懶翁 惠勤, 1320~1376)은〈백납가(百衲歌)〉에서 “우치한 이들이 분외(分外)를 구하니 우습다”고 조롱하고 있다. 〈백납가〉는 백 번이나 기운 스님들이 입는 남루한 승복을 노래한 가사로 ‘누더기 옷’ 예찬을 통해 불도 수행자의 참다운 모습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노래에서 나옹 화상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전생에 복을 짓지도 못했으면서 분에 넘치는 것을 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남을 원망하고 허덕인다’고 말한다.

이처럼 어리석은 이들은 무명(無明)의 삶을 살고 있다. 연기의 법칙을 모르므로 분수를 넘는 욕심을 부린다. 마치 1층 없이 2층집만 지어달라는 어리석은 장자의 비유처럼 말이다. 세상의 조롱이 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리석음을 떨쳐내고 지혜로운 삶으로 나아가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