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대반열반경》을 닦는 보살들은 다섯 가지 마음(믿음이 있어야 하고, 곧은 마음[直心]을 내야하며, 계행을 갖추어야 하고, 선지식을 친근해야 하며, 많이 알아야 한다)을 성취해야 한다고 했다. 대열반을 얻기 위해 힘쓰는 보살들은 난행 고행의 보살도를 닦아야 한다. 열반을 얻는 보살도가 어찌 쉬운 일만 있겠는가. 그러므로 보살들은 위의 다섯 가지 마음을 갖추면 다음의 세 가지 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곧 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고, 참기 어려운 일을 참을 수 있으며, 보시하기 어려운 일을 보시한다는 것이다.

첫째,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는 것은 행하기 어려운 일을 두려워하거나 주저함 없이 실천해야 하므로 하기 어려운 일을 반드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에서는 만약 어떤 사람이 참깨 한 알을 먹고 아뇩다라삼먁삼삼보리를 얻었다고 한다면 보살은 이를 믿고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 항상 참깨 한 알을 먹고 수행해야 하며, 설사 불에 들어가서 수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한다면 한량없는 겁 동안이라도 아비지옥의 맹렬한 불 속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참기 어려운 일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열반을 얻는 데에 참기 어려운 고통이나 어려운 일을 겪어야 할 때 이를 견뎌내야 함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살마하살이 손이나 막대기, 칼이나 돌로 얻어맞는 고통을 받는 인연으로 대열반을 얻었다는 말을 들으면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 몸으로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이를 괴로운 일이라 여기지 않고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보시하기 어려운 일을 보시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나라나 성이나 처자나 머리나 눈이나 뇌수(腦髓)를 남에게 보시하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말을 들으면 보살은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 자기의 나라, 성, 머리, 눈, 뇌수 등 가장 중요하고 보시하기 어려운 것이라도 흔쾌히 보시해야 함을 말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일은 대열반을 얻는 중요한 일이지만 보살마하살이라면 이 세 가지를 이루고도 이 일에 대해서 조금도 집착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먼저 보살이 보시하기 어려운 것을 보시하고도 그런 일을 하였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어떤 부모가 외아들이 있을 때 소중하고 사랑한 나머지 좋은 의복과 좋은 음식으로 때에 따라 공급하고 모자람이 없게 하며, 설사 아들이 부모에게 버릇없이 욕설하고 어긋난 행위를 해도 부모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여워하지 않고 자식에게 의복과 음식을 공급한다는 상(생각)을 내지 않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또한 보살은 하기 어려운 일이나 참기 어려운 일을 하고서도 이런 일을 하였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아들이 병이 나면 부모도 병이 나고, 아들의 병을 낫기 위하여 의원과 약을 구하여 정성을 다하여 치료하고, 이 어려운 일에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병이 나은 뒤에도 아들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상(생각)을 내지 않는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들이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은 마음으로 갖가지 번뇌의 병에 걸려서 생사고해에 있는 것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법을 말해주어 번뇌를 끊게 해주고, 번뇌가 끊어져 생사고해에서 벗어난 뒤에도 내가 이 중생들의 번뇌를 끊게 해서 구했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만약 보살이 이런 일에 상(생각)을 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살은 세 가지 행하기 어렵고, 참기 어렵고, 보시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도 여기에 성내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아서 집착하는 바가 없을 때 공삼매(空三昧)를 얻게 된다고 한다.

보살마하살이 닦는 공삼매란 모든 법의 성품이 본래 공함을 알아서 앞의 세 가지, 어려운 일을 하고도 기뻐하지도 성내지도 않는 무집착을 얻고 마음에 법의 성품을 얻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만약 제법의 성품이 공하지 않다면 비록 공을 닦더라도 공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보살마하살은 오온(五蘊)을 갖추었으니 색온은 지·수·화·풍의 네 가지 성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색온의 성품은 지대·수대·화대·풍대를 여의지 않았고,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지도 않으며, 푸르고 누르고 흰 것을 여의지도 않아서 (실체적인) 제 성품이 있다고 말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품을 얻을 수 없으므로 공하다고 한다. 수·상·행·식도 마찬가지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알면 대열반에 들어 불보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보살은 모든 법의 성품이 본래부터 공하므로, 공을 닦음으로 인하여 제법의 공함을 보게 된다. 만일 제법의 성품이 공하지 않다면 비록 공을 닦더라도 공하게 할 수 없는 이치이다. 모든 법의 성품이 무상한 까닭에 멸(滅)이란 것이 능히 멸하듯이 무상하지 않으면 멸이란 것이 멸할 수 없다. 또한 모든 법에 괴로운 모습[苦相]이 있는 까닭에 고라는 것이 능히 괴롭게 하는 것이다. 마치 소금의 성질이 짜기 때문에 다른 것을 짜게 하고, 사탕의 성질이 달기 때문에 다른 것을 달게 하듯이, 보살이 공을 닦음도 이와 같아서 공함을 닦는 까닭에 모든 법의 성품이 공적한 것을 보게 된다고 한다.

공삼매도 이와 같아서 공하지 않은 법을 보아서 공하게 하지만 뒤바뀐 것이 아니다. 탐욕은 있는 성품이요 공한 성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뒤바뀐 생각으로 결국 지옥에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을 내므로 탐욕이 있고, 탐욕을 내게 된다. 보살은 이런 뒤바뀐 생각을 내지 않고 제법이 공함을 알아서 불성을 보게 된다. 또한 불보살은 법의 성품이 있다고 말하고, 없다고도 말한다. 미혹한 중생을 위해서는 성품이 있다고 말하며, 현성을 위해서는 법의 성품이 없다고 말한다. 보살이 공삼매를 닦아서 반야바라밀도 공하고 내지 보시바라밀도 공하며, 빛도 공하고 눈도 공하고, 여래도 대열반도 공하니 모든 법이 공한 것을 보게 되어 안락을 얻게 된다.

경에서는 공삼매를 닦아 얻는 안락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이 카필라성에 있을 때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걱정하지 말고 슬피 울지 말라”라고 하자, 아난이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지금 나의 친속들이 모두 죽었는데 어떻게 울지 않겠습니까. 여래께서 저와 같이 이 성에서 났으며, 같은 친속인데 어찌 하여 수심이 없고 안색이 화평하십니까?”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여, 그대는 카필라성이 참으로 있는 줄로 보지만 내가 보기에는 공적하여 아무것도 없으며, 너는 석가족이 모두 친속인줄로 보지만 나는 공삼매를 닦아서 보는 것이 없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너는 걱정하지만 나는 안색이 화평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기운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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