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마음(心)1)과 마음의 작용(心所)2)은 본성이 공적(空寂)하여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이다. 마음은 허깨비와 같지만 중생이 착각3)하는 까닭에 갖가지 상(想)을 일으켜 즐거움과 괴로움을 받는다. 마음의 작용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생각 생각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져 잠시도 머무르지 아니한다. 큰 바람과도 같아 순식간에 방향과 장소를 바꾸고, 등불과 같아 여러 조건이 만날 때 일어나며, 번개와 같아 잠시도 머물지 아니한다. 원숭이와 같아 오욕(五欲)4)의 나무에서 놀며, 화가와 같아서 갖가지 색을 그려낸다. 하인과도 같아 여러 번뇌에 시달리며 도둑과 같아 공덕을 훔치고, 돼지 무리와도 같아 온갖 더러움을 즐기며, 꿀벌과 같아 단맛이 있는 곳에 모여든다.
하지만 본성은 가는 바도 없고 오는 바도 없으며, 달라지거나 작용하는 일도 없으며, 크거나 작음도 없고 고통이나 즐거움도 없으니, 상주불변하여 가장 으뜸이니라. - 심지관경(心地觀經)

심체(心體)의 평등(平等)

57. 진여의 근본 모습은 일체 범부‧성문‧연각‧보살과 모든 부처님께 있어, 늘어나거나 줄어듦이 없으며, 과거에 생겼다거나 미래에 멸(滅)하는 것이 아니므로 불변상주하는 것이니라. - 기신론(起信論)

58. 모든 중생이 같은 부처의 성품이므로 차별이 없느니라. - 열반경(涅槃經)

59. 수보리여! 5) 진여란 본래 불생(不生)이니 어찌 그러할꼬? 여래의 진여가 곧 모든 존재의 진여요, 모든 존재의 진여가 곧 여래의 진여이며, 모든 존재의 진여가 곧 수보리의 진여이니, 이 모든 진여가 생겨난 바 없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 불모출생경(佛母出生經)

심체(心體)의 본정(本淨)

60. 마음의 본성은 청정하여 더러움에 물듦이 없으니 비유하건대, 허공에 연기와 먼지와 구름과 안개가 덮어 밝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하지만 허공의 본성은 물들지 않는 것과도 같다. 모든 중생도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 있어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만 저 마음의 근본자리는 청정하여 물드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그 마음의 자성은 청정하여 해탈을 얻는 것이니라. - 승사유범천소문경(勝思惟梵天所問經)

61. 비유하건대 오랜 기간 동안 화재[劫火]가 치성하여도 허공은 태우지 못함과도 같이, 각각의 중생이 오랜 세월 동안 중죄[逆罪]와 악한 업6)을 지었다하더라도, 그 심성은 물들지 않느니라. - 보협경(寶篋經)

62. 온갖 중생의 심성은 본래 깨끗하여 갖가지 번뇌로도 더럽히지 못하니, 허공을 더럽히지 못하는 것과도 같으니라. - 대집경(大集經)

63. 마음의 본성이 깨끗함은 물속의 달과도 같다. - 대보적경(大寶積經)

제 2절 인심(人心)의 연기

심식(心識)

64. 비유하건대 달 속에 여러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 세간은 실체가 없건만 분별함을 좇아 일어난다. 분별하는 까닭에 분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7)이다. - 대승파유론(大乘破有論)

65. 중생이 경계를 망령되게 분별하므로, 마음에 차별8)이 생기니라. - 기신론(起信論)

각주
1)모든 인식의 주체.
2)구체적인 정신작용. 아비달마에서는 46종, 유식불교에서는 51종으로 분류.
3)주관적으로 헤아리는 ‘망계(妄計)’ 혹은 ‘착각’
4)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에 집착한 욕망을 의미. 혹은 재욕(財欲), 색욕(色欲), 음식욕(飮食欲), 명욕(名欲), 수면욕(睡眠欲) 등.
5)수보리(須菩提, Subhūti)는 법이 공(空)한 이치를 깨달은 석가모니 부처님 10대제자 중의 한 분.
6)소승 5역죄는 살부(殺父), 살모(殺母), 살아라한(殺阿羅漢), 파화합승(破和合僧), 출불신혈(出佛身血) 등. 대승의 경우에는 소승의 오역죄, 탑(塔)‧사찰‧경전‧불상의 파괴, 승법(三乘法)을 비방하거나 천시, 스님들을 욕하고 부림, 인과의 도리를 부정하여 불선업(不善業)을 지음 등.
7)분별하는 마음. 후천적으로 일어나는 번뇌라는 측면에서 ‘분별기(分別起)’로 지칭.
8)원문의 ‘분제(分齊)’는 한계‧차별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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