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이 바른불교재가모임과 실상사에서 토론을 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바른불교재가모임 회원이 94년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도법스님은 “대중공사는 그런 것을 도출하는 장이 아니다. 대중공사는 어느 편의 입장 관철시키는 장 아니다. 대중공의 모으고 뜻 모아 더 나은 길 찾자는 것이 취지”라고 했다.

94년 불교개혁은 불교계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교단을 좌지우지했던 총무원장을 대중들이 모여 총무원장의 행태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뜻을 모으고, 대중공의를 모아 총무원장을 퇴진시키고 체탈도첩시킨 사건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자는 대중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대중공의를 모아 전횡을 휘두른 총무원장을 퇴진시킨 대중공사의 현대적 전형이 94년 개혁인 것이다.

조계종은 대중공사를 시작하면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사부대중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혜와 뜻을 모으고, 우리 문제를 전통의 방식으로 열린 광장에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조계종이 언급한 전통 방식의 대중공사는 종단에서, 종단 운영이나 구성원의 그릇된 행위에 대한 문책,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 시비가 있을 때, 사부대중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갈마의식이다. 문제와 시비가 일어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대중이 뜻을 모으고 더 나은 길을 찾자고 하면서 정작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산하는 것은 대중공사의 본래 의미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도법스님이 대중공사가 어느 편에 서서 입장을 관철시키는 장이 아니라고 주장한 이유는 대중공사에서 다수가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직선제로 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내고 이를 결의사항에 포함시키고자 하니까 결의사항에 직선제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심지어 직선제를 넣어야 한다는 대중의 정서가 강렬하게 표출이 되자 “자료에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직선제를 꼭 넣지 않아도 안다”며 “뜻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야 말았다.

대중공사가 어느 편에 서서 입장을 관철시키는 장이 아니라고 하면서 직선제를 넣어서는 안된다는 자신의 입장을 기어이 관철시키는 도법스님의 독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대중공사에는 분열과 대립,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대중공사는 교단의 구성원들이 일으키는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율장에서는 가르침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언쟁(言諍), 허물을 들추어 내는 멱쟁(覓諍), 죄를 범하고도 아직 그 죄과가 드러나지 않은 때 그 죄상을 의논하는 범쟁(犯諍), 대중이 현안문제를 처리하는 내용과 과정이 적법한가를 가리는 사쟁(事諍)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다툼에서 비롯된 분열과 대립, 갈등을 치열한 논의를 통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부처님 가르침에 맞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교단을 바로 세우는 일이 대중공사에서 할 일인 것이지, 최고 권력자의 뜻에 맞지 않는 표현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대중의 공의를 왜곡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교단의 소통과 화합을 깨뜨리는 해종행위다.

도법스님은 “자승 원장에게 문제가 많다고 해도 100년, 1000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승 원장에게 문제가 있으면 조계종단 모두가 문제이냐? 이렇게 봐선 안 된다”고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은 94년 전횡을 휘두른 서의현 총무원장을 퇴진시킨 대중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그 개혁불사에 참여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직선제라는 대중의 뜻을 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자기부정을 지켜봐야 하는 조계종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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