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좋아하지 않는 스님은 없다. 제자들에게는 늦가을 서릿발 같이 준엄하던 큰스님들도 천진불들에게는 큰 품을 내어주었다.

불교 상징물 중에 동자승만큼 친근하고 인기 있는 것은 없을 듯하다. 밝은 웃음과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 그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꾸미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천진한 모습은 오욕칠정에 찌든 세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각 사찰에서 제작·배포하는 새해 달력도 동자승을 소재로 한 것이 가장 인기 있다. 동자승과 고양이를 소재로 한 ‘반야의 야단법석’도 전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인기다. 부처님오신날도 예외는 아니다. 봉축 캐릭터도 ‘동자승’이다. 이처럼 동자승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인기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동자승’은 ‘불교계의 헬로키티’나 ‘불교계의 미키마우스’ 정도 될 것이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참뜻을 되새기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누리 곳곳에 퍼지길 기원하는 봉축 기간에는 캐릭터뿐 아니라 실제 동자승도 활동한다.

봉축 기간이 되면 전국의 주요 사찰은 동자승을 체험할 어린이들을 모집한다. 10여 명 내외의 미취학 어린이들을 선발해 일정 기간 교육을 시킨 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출가시킨다. 동자승들은 환계식을 갖고 부모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2주가량 절에서 생활하며 부처님오신날 마스코트로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동자승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언론의 관심사다. 그만큼 홍보효과가 크다. 오죽하면 동자승을 ‘포교의 대표 자산’이라는 말까지 할까.

그러나 부모의 동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봉축기간 동안 동자승 체험을 꼭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홍보하는 입장에서야 동자승 체험을 운영하는 것이 최대의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이겠지만 부모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이들을, 가족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것이 옳은 일인지, 또 어린이들이 떨어져 있는 동안 겪을 고통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동자승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유명 사찰의 경우 동자승으로 출가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 아이가 봉축 행사의 상징이 됐다는 자부심이나 어린 나이에 출가를 경험하게 했다는 뿌듯함도 있겠지만, 아이 입장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겪을 충격이나 고통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분리불안장애라는 것이 있다. 생후 7개월부터 6세까지 어린이가 부모와 같은 애착 대상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장애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부모와 떨어지면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스님이나 종사자가 제 아무리 잘해줘도 부모를 대신하기 어렵다. 동자승들 모두가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충격이 불안장애로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어린이들이 받을 충격과 고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단언컨대 동자승 체험은 어른들이 만족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머리 깎이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인가?

출가는 자발적 의지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부모나 가까운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짧으면 짧은 기간이랄 수 있는 동자승 출가체험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출가를 결정하기 어려운 어린이를 강제로 출가시켜 충격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건 어린이 학대와 다를 바 없다. 내년에는 동자승 체험을 운영하는 사찰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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