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총무원장 선출제도와 관련 논의를 확산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추진위원회는 서울 부산 등 전국 7개 지역을 돌며 가진 지역사부대중공사에 대한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날 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추진위가 배포한 ‘총무원장 선출제도 지역 사부대중공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당초 종단에서 내놓은 ‘염화미소법’보다 ‘총무원장 직선제’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는 ‘염화미소법’이 9.3%의 지지를 얻은 데 반해 ‘총무원장 직선제’는 60.7%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염화미소법’이란 5백명 안팎의 투표인단이 선출한 총무원장 후보 3인 가운데 종정이 제비뽑기 방식으로 한 명을 선택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총무원장 직선제가 선호 받는 데에는 종도들의 참종권 의지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역사부대중공사에 참석한 출재가자의 43.4%가 ‘출가승단의 평등한 참종권 확보’를 우선 꼽은 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참종권 확대 범위에 있어서 여전히 출가자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즉 재가자까지 포함한 사부대중의 참종권은 25.9%에 그쳤고 72.1%가 출가대중의 참종권을 선택한 것이다.

특기할 점은 현행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대해 80.2%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금권 · 과열 · 혼탁 선거로 인해 승가화합이 저해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계종 지도부에선 이번 지역사부대중공사에서 집약된 의견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승가 전통의 갈마제도(羯磨制度)와 한국불교에서 유지돼 온 산중공의(山中公議)제도에서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갈마란 수계 · 참회 · 징벌 · 의결 등을 할 때 제시된 안건에 대해 가부(可否)를 묻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갈마에 있어선 승가 전원 참석과 승가 전원 찬성을 원칙으로 삼았다.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만장일치제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엔 승가공동체의 화합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만장일치제가 아닌 다수결 원칙에 따르다보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게 된다. 여기에서 승자는 아만(我慢)에 빠지고 패자는 분심(憤心)에 빠진다면 승가공동체의 화합과 평화가 위협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혹자들은 현재의 조계종단 총무원장 선출제도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제도를 발전시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또 바꾸려고 시도하는 이유가 뭘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현 총무원장 선출제도로는 선거 이후 승가의 대립과 갈등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초 승가공동체의 화합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채택된 갈마제도를 되돌아볼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현전(現前) 승가 전원의 참여와 승가 전원의 찬성으로 총무원장을 선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승가공동체의 정신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율장정신이 외면되고선 수행공동체를 이룰 수 없듯이 대중공의의 정신이 홀대받고선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없다.

부처님은 초기 경전을 통해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우두머리 소가 바로 가야 뒤를 따르는 소들이 길을 잃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대중공의가 바로 설 때 훌륭한 지도자가 선택받을 수 있으며 그래야 한국불교의 위상이 바로 정립될 수 있다. 사부대중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를 뽑기 위해선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