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 한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어렵다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4년을 기준으로 1.20명에 불과하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사회적 흐름은 불교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린이·청소년 포교는 부처님의 씨앗(佛種)을 심는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중요도와는 별개로 아이를 위한 포교활동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 불교계의 현실이다. 통계를 들먹일 것도 없다. 절 담장 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이 언제였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어린이 포교가 ‘내리사랑’이라는 자애로운 말로 불리던 때는 지났다. 많은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더 경제적인 용어로는 ‘성과 없는 투자’라고 말한다. 불기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미래의 부처님을 키우고 있는 어린이 포교도량 대구 보성선원, 대구 청수사, 영주 관음사다.

대구 보성선원
장학금·교복지원 사업

▲ 대구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이 지역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연말 교복 기증식을 하고 있다.

대구 보성선원(주지 한북 스님)은 어린이를 위한 복지프로그램으로 봉축 장학금과 연말 교복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기쁜 마음을 지역 학생들에게 회향하는 장학금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인근 2개 학교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600만 원 규모의 봉축 장학금을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을 따져 지원하되 장학금의 쓰임은 전적으로 학교의 몫이다.

“어느 학교는 현금으로 전달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현장체험활동비로, 또 아이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자금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알아요. 장학금을 지원할 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요. 저마다의 욕구가 모두 다르니까 학교 선생님에게 맡기자는 판단에서입니다.”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의 설명이다.

연말에는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교복을 지원한다. 송현1동을 중심으로 한 인근 초등학교 3곳의 기초생활수급자 아이들에게 ‘교복 쿠폰’을 발급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쿠폰으로 교복을 구입하고, 교복가게는 보성선원에 쿠폰 대금을 청구한다. 당해년도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 따라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해마다 60여 명의 아이들이 절에서 마련해준 새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올라간다.

보성선원은 매주 일요일마다 어린이청소년법회를 여는 흔치 않은 절이기도 하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오락거리가 즐비해 더 이상 부처님이나 절 같은 것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는 못하는 시대다. 그러나 보성선원은 멀지 않은 과거에 99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법회에 참석하는 기염을 토했던 포교 도량이다.

포교의 방편으로 꺼내든 것은 여행. 연례행사로 서점 나들이를 나가기도 하고, 멀리 제주도까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만만찮은 재원이 들어간다. 한북 스님은 “아이들이 공부에 찌들어 사는 세상에서 하루 이틀이라도 공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장에 가고 다양한 체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아이들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설한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참된 행복을 찾아가 윤택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죠. 내가 베푼 것이 나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지금 당장 뭔가가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마찬가집니다. 30년 이상이 지나도, 혹은 영영 회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요.”

청수사 어린이집·유치원
대구 최초 불교어린이집 전통

▲ 대구 청수유치원 원아들이 스님과 함께 작물을 돌보고 있다.

대구 청수사(주지 종열 스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청수어린이집은 대구 지역에 최초로 생긴 불교 어린이집으로 내년이면 꼭 20년이 된다. 오랜 세월 아늑한 시설에서 안전한 먹거리로 아이들을 돌봐온 덕에 수성구 일대에서 ‘참 좋은 어린이집’으로 인정받았다. 올해는 어린이집 원아 80명과 유치원 원아 40명이 등록했고, 숲 체험활동을 통한 자연친화적 환경을 조성에 애쓰고 있다.

다만 사회적인 저출산 현상과 더불어 지근거리에 난립하는 어린이집으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익을 보려고 하면 못 살아요. 속인이었다면 적자를 면치 못해 진작 문을 닫았을 지도 모르죠. 어린이 포교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안달하지 않으려고 해요. 불교 유치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버티고 있는 거지요.” 청수사 주지이자 청수유치원 원장 소임을 맡고 있는 종열 스님이 말했다.

종열 스님은 “포교가 일취월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하고 힘을 받아야 하는데 자꾸 좌절이 되는 상황일지라도 도시에 앉아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포교”라며 질 높은 보·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영주 관음사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시범기관

▲ 영주 관음사어린이집 원아들이 놀이활동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정신에 입각해서 아이들을 사랑과 자비로 기른다고 자부합니다.” 영주 관음사 주지 원명 스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1970년대 관음사 유치원으로 시작한 관음사어린이집은 지난 수세월간 영주 지역 어린이 포교의 최전선에 있어왔다. 최근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교육부의 연구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되어 국가 시책에 부응하는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보육교사의 원아 학대 사건 등으로 불안해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 원내에 CCTV를 설치하는 한편 교사 스스로가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독려함은 물론이다. 식단 역시 건강하고 안전한 밥상 만들기를 최우선으로 여겨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준비한다.

관음사는 어린이집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포교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들의 동·하계 수련회에 상당 수준의 재정지원을 하면서 해군사관학교와 연계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기도 한다.

“어느 절이든 신도가 있으면 애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어린이 포교는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하는데 이익이 없다고 안 하기 쉽지요. 직간접적으로 불심 심어주는데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닌,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수고스럽지만 기꺼이 한 발을 내딛어 전법정신을 증명해 보인 부처님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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