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행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도
두 다리를 팔고 다니면서도
부처를 찾는다고 싸돌아다닌 지,
어언 60여년 아니 2559년
그러나 훨씬 그 이전부터
그 놈, 슬프고, 허전해질 때마다
문득문득 연애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지만
도저히, 도저히 인연이 닿지 않아
몸 따로, 마음 따로 놀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어영부영 남 이야기나 해대면서
헛다리짚는 일로 세월만 흘려보내다가
마침내 돌 머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동정이 갈만한, 치매도 못 되는,
그 어중간한 돌 머리가
딴 마음 쓸 일도 없어
달밤 꽃향기 가득한
어느 절간 마당에 놀러와
하는 수 없이, 옛 마음을
수수하고도 감미로운 그 꽃향기에 맡겨 놓고 있다가
어느덧 몸도 잃고 넋마저 잃고는
그 놈, 가만히 자기 안에서 촛불이 되어
해와 달이 되기를 기원도 하며
한참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는데
불쑥 땅 위로 커다란 탑 하나,
우뚝 솟아오르고 있음을 보았다네.
오늘은 바로, 부처님이 오신 날
-시인 · 정신건강학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