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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길을 다시 묻는다
2016년 05월 12일 (목) 08:10:07 박병기 buddhismjournal@daum.net
다시 석가탄신일을 맞는다. 1700여 년 전 이 땅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수없이 맞아온 석탄일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올해는 오월에 맞게 되는 이 날이 조금은 새삼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국내적으로는 4월 총선으로 절망뿐이던 이 땅에 조금이나마 희망의 빛이 내리는 듯도 하고, 국제적으로도 한 무슬림이 영국 런던 시장에 당선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기 때문일까?

   
석가모니 붓다는 우리에게 인간의 삶이 곧 고통이라는 가르침을 주고자 했고, 그 사실을 직시할 수 있으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도 함께 주고자 이 땅에 오셨다. 그 고통을 가장 극렬하게 느끼는 계기는 물론 죽음이겠지만, 평소에도 늘 고통은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가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건이라고 그는 우리에게 반복해서 가르치고자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고통을 보고
그 실상을 알아 몸의 애착을 버리며
잡념을 없애고 욕심을 끊어
애욕을 멸하여 생사를 뛰어 넘네 《법구경》‘지옥품’

그 위대한 가르침은 한편으로는 너무 상식적이어서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일상 속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무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제시한 물음을 오랫동안 피해가지는 못한다. 먹고사는 문제로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도시 변두리 동네 골목길에서 문득 만나기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잠들었다가 전철 멈추는 진동에 깨어나서 두리번거리다가 만나기도 한다.

20세기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은 주로 이기심에 맞춰져 있었고, 그 이기심을 적절하게 충족하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세속적인 행복론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이어졌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삶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과 추구가 우리 한국인들의 자화상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면서 이런 흐름에 약간의 이상기류가 발견되고 있다. 그것은 두 바향에서 오고 있는데, 하나는 바로 그 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로부터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꽤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과 신경과학에 힘입어 인간의 본성 속에 숨어있는 공감과 협력의 본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것은 곧바로 진정한 행복이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즉 자비심에서 오는 것이라는 진리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도유망한 미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는 사람은 늘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의 상식이 흔들리곤 하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무시했지만, 그들이 돈을 적게 벌면서도 충분히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다른 삶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즉 그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세상의 진리와 꿋꿋하게 맞서면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인들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붓다의 가르침은 바로 그것에 다름 아니었다. 누구나 바라는 그런 삶을 살아가다 가도 가끔씩은 그 삶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세상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다보면 진정한 행복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작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음성이 바로 석가탄신일에 우리가 들어야 하는 진리의 소리이자 빛인 것이다. 그 소리는 늘 우리에게 들려오고 있지만, 주변의 소음이 너무 크거나 산만함 때문에 듣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일상의 깨달음이 따사로운 오월 햇살처럼 모두에게 다가왔으면 한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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