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총장 보광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 <신라 정토사상의 연구(新羅淨土思想の硏究)>(1989, 일본 佛敎大)가 표절이라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지난해 2월 동국대학교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안계현, 이기백, 김철준, 김영태 등 국내학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이번엔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 전 북쿄대(佛敎大) 교수와 미나모토 히로유키(源弘之) 전 료코쿠대(龍谷大) 등 일본 학자들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 신정욱)와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원장 손상훈), 연경불교정책연구소(소장 김영국)는 5월 10일 <한태식(보광 스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검증 보고서>를 발표하고 “박사학위 논문이 고 에타니 류카이 북쿄대 전 학장이 1976년 발표한 <정토교의 신연구(淨土敎の新硏究)>(東京, 山喜房佛書林)와 류코쿠대 미나모토 히로유키가 1978년 발표한 <신라 정토교의 특색(新羅淨土敎の特色)>, <한국정토교연구서설(韓國淨土敎硏究序說)>의 내용 여러 곳을 인용 표시 없이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표절 검증에 텍스트로 삼은 것은 1991년 일본에서 출간된 보광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 《新羅浄土思想の研究》(東方出版)이다. 이들은 이중 ‘3장 신라 정토사상의 제 문제’와 ‘4장 신라의 염불 실천 방법과 유형’을 집중적으로 대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 범위가 방대한 논문 여러 부분에 걸쳐 있고, 타인 저술의 단순 복제뿐만 아니라 의도적 가공, 잘못된 짜깁기 과정에서 발생한 결정적인 오류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타인 저술 무단 표절 행위가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고 노골적이며 의도적으로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자들의 독창적인 문제 제기나 의견 표명 부분까지 그대로 표절함으로써 학위논문이 가져야만 할 독창적 가치의 기반조차 무너졌고, 표절의도의 고의성도 두드러졌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나모토 히로유키의 <신라정토교의 특색> 14쪽 8째 줄에서 15줄까지, 17쪽 17째 줄에서 18쪽 12째 줄까지 인용표시 없이 그대로 베꼈다. 각각 200자 원고지 4장 분량이다. 또 에타니 류카이 교수의 《정토교의 신연구》에 실린 논문 4편에서도 200자 원고지 12장 이상 분량을 무단으로 인용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동국대학교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안계현 교수의 논문 도표 17개 중 16개를 표절했다”고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을 벌여 “안계현 박사의 논문에서 도표의 배치구도란 논문의 전반적인 서술구조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논증자료”라며, “보광 스님이 안계현의 연구 성과로부터 자신의 논문 구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대거 표절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박사학위 논문 검증작업에 참여한 A씨는 “논문 곳곳에 표절이 의심되는 대목들이 널려 있다”며, “인력과 시간만 더 들이면 얼마든지 추가로 밝혀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보고서에 밝힌 표절 증거만 해도 양적으로 다양하고 내용적으로도 심각하다”며, “이 내용들이 일본 학계에 알려지면 확실한 표절 입증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단체의 보광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제기와 관련해 동국대학교는 11일 해명자료를 내 “27년이나 지난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학계 관행을 벗어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고 반박했다.

동국대는 해명자료에서 “연구자의 업적 검증은 폭로나 의혹 제기와 같은 정치적 목적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학계 전문가들의 신중한 검증 절차와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원고지에 손으로 작성한 시기의 논문이나 저서에는 (인용이) 누락되는 경우가 지금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까지 ‘청타’로 논문이나 저서가 출판됐기 때문에 누락이 발생할 소지가 더 많았다”는 해명이다.

동국대는 또 “논문은 새로운 자료나 논의를 제시하면 그 가치가 인정된다”며, “다른 연구자의 업적 인용을 모두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은 지적받을 수 있지만 논문의 본래적 학술적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27년 전 한국과 일본 학계에는 연구자 업적을 검증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으며, 연구자 윤리규정 등도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며, “한 문단 한 문단 인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누구 저서를 요약 정리했다는 언급을 대신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동국대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보광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일본 붓쿄대학에 조사 의뢰했으나 ‘신청은 사실 발생일로부터 5년 이내에 해야 한다’는 ‘붓쿄대학 연구공정관리규정’ 제12조에 따라 조사 하지 않기로 했다는 공문 회신 받았다”며 사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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