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는 걸러도 쑤여우차는 반드시 마셔야 한다. 경제적 여건이 좋은 집안에서는 하루 세 끼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온종일 시도 때도 없이 ‘쑤여우차’를 마신다. 현지에서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과거 티베트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은 바로 매일 쑤여우차(酥油茶)와 청과주(靑稞酒)를 마시는 것이라 한다.

다 만들어진 쑤여우차는 평상시엔 차 주전자〔茶壺〕에 담아서 화로에 올려놓고 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점은 끓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 맛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나 형편이 괜찮은 농촌의 일부에서는 전기 믹서를 사용하여 쑤여우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쑤여우차를 만들 때 자신이 좋아하는 분유나 삶은 계란 및 끓인 우유의 앙금 등을 첨가하여 마시기도 한다. 다 만들어진 쑤여우차는 보온병에 담아 두었다가 수시로 편하게 마시기도 한다. 특히, 주말이나 명절 및 휴가를 맞이하여 외출할 때엔 반드시 보온병에 가득 담은 쑤여우차를 몇 병씩 휴대한다.

‘쑤여우(酥油茶)’의 제작은 티베트족들의 음식문화에 있어서 일대 발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티베트인들이 중국 내지의 한족(漢族)들과의 유무상통(有無相通)의 경제교류1)의기초 위에서 자신의 환경과 물자의 조건이 서로 결합된 가운데 독창적으로 발명된 것이다. 즉, ‘차마무역’이 한장(漢・藏)간의 경제교류에 있어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2)

쑤여우차(酥油茶)는 영양이 매우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 함량이 높아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열량을 매우 많이 공급한다. 아울러 찻잎에는 알칼로이드, 비타민과 미량의 원소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위를 튼튼하게 하는 생진(生津) 등이 나와 소화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분해의 효능도 갖추고 있다.

평균 4000미터 이상의 고원에서 육류와 치즈 및 버터 등의 고지방과 고단백질 등을 주로 섭취하며 야채의 섭취가 결핍된 유목민족에게 있어서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음식문화의 개선은 대단히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이로 인해 찻잎은 고원유목민족인 티베트인들의 음식생활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되었으며, 찻잎의 전파는 티베트인들에게 있어 하나의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다.

찻잎이 티베트에 최초로 전래되었을 당시에는 질병을 고치는 진귀한 의약품으로 취급되었으며, ‘한장다마무역’이 흥성함에 따라 차와 티베트인들의 관계는 일상에서 더욱더 긴밀하게 되었으며,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티베트인들의 일상의 식생활에서나 손님을 맞이하고 접대할 때, 선물을 보낼 때, 그리고 혼인 및 명절 때에도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이로 인해 쑤여우차는 마침내 티베트 문화를 대표하는 특색있는 차 문화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② 청차(淸茶)

청차는 티베트어로 ‘가당(ja-thang)’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청차는 벽돌차(磚茶)를 찻주전자에 넣고 푹 끓인 뒤, 기호에 따라 적당량의 소금을 넣으면 된다. 쑤여우차(酥油茶)처럼 버터나 치즈 또는 우유 앙금을 넣지 않은 채, 곧 바로 다완(茶碗)에 직접 따라서 마신다. 청차(淸茶) 즙은 주로 참파(糌粑:rtsam-pa)3)를 반죽할 때 많이 사용되며, 음료로 마실 때 작은 덩어리의 치즈나 버터・우유앙금 등을 넣어 마셔도 된다. 버터나 치즈 등을 넣으면, 기름 덩어리가 뜨거운 찻물〔茶湯水〕 속에 잘 녹아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버터의 기름기가 찻물 표면으로 뜰 때 마시면 된다.

요즈음 티베트 고원의 도시와 마을 거주민들 중에는 청차를 전통방식으로 다려서〔煮茶〕 마시기보다는 녹차나 오룡차(烏龍茶)처럼 끓은 물을 부어 우려서〔泡茶〕 마시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지금은 티베트 현지에서도 중국 내지에서 생산되는 각종의 명차(名茶)를 손쉽게 살 수가 있다. 게다가, 현재 티베트 자체에서도 훌륭한 차가 많이 생산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장임지차장(西藏林芝茶場)’에서 생산되는 찻잎은 천연 무공해의 우량 품질의 차로서 그 명성이 자자하다.

③ 티옌차(甛茶)

티옌차(ja-mngar-mo: 甛茶) 역시 티베트인들이 무척이나 즐겨 마시는 차이다. 특히, 위장지구(衛藏地區)4)의 도시와 촌락에서 티옌차 마시기가 매우 성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티옌차관(甛茶館:티옌차를 마시는 茶館)의 영업도 대단히 융성하다.

티옌차를 만드는 방법을 보면, 앞에서 거론한 쑤여우차(酥油茶)나 청차(淸茶)와는 달리 홍차(紅茶)를 이용한다. 우선 홍차(紅茶)를 진하게 다려 차즙을 만든 뒤, 끓여낸 찻잎은 거름망에 걸러낸다. 그리고 거기에 우유(신선한 우유나 분유)와 흰 설탕을 넣는다. 그 향이 짙고 맛이 달며 느끼하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시기가 매우 좋아 이곳 위장(衛藏)지역의 티베트 사람들에게 대단히 애호되고 있는 차이다. 티옌차(甛茶)는 중국어로 ‘달콤한 차’란 뜻이다. 티옌차는 만드는 방법이 매우 간단할 뿐만 아니라 지방(脂肪)의 함량도 극히 적어 특히 이곳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환영받는 차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티옌차는 의외로 티베트 전역의 도시와 촌락에 넓은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티베트 전역으로 빠른 속도로 보급 확산되어 가는 추세여서 전통 티베트차의 대표 격인 쑤여우차(酥油茶)의 소비와 명성을 추월하여 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 -----
1) 유무상통(有無相通)의 경제교류:서로 남아 도는 물품을 수출하고, 서로 모자란 물품을 수입하는 일종의 물물교환식의 경제교류.
2) 졸고〈명청시대(明淸時代)의 한장(漢藏) 다마무역(茶馬貿易)〉, 〔《다담(茶談)》1998년 봄호〕, 〈초기 한장 다마무역의 역사적 배경〉(《다담》 2002년 여름호), 〈당대(唐代) 한장 다마무역〉(《다담》 2003년 가을호) / 朴永煥〈明代漢藏茶馬貿易的特點及其作用〉, 《西部開發中西藏及其他藏區特殊性硏究》, 中國 黑龍江人民出版社, 2003년 8월판. / 朴永煥〈淸代茶馬貿易衰落及其原因探析〉,《西南民族學院學報》 2003년 2월호, 中國綜合性人文社科類核心期刊. / 박영환〈한장 다마무역의 성립 배경〉, 2002년 한국마케팅과학회 추계 학술대회. / 박영환〈명대(明代) 한장 다마무역의 발전 - 그 제도와 형식을 중심으로>, 《경주사학(慶州史學)》 제20집, 경주사학회, 2001년 2월.
3) 참파(糌粑:rtsam-pa): 청과맥(靑稞麥)의 볶은 가루를 쑤여우차(酥油茶)나 청과주(靑稞酒)에 개어 먹는 경단으로 티베트족의 주식(主食)임.
4) 랏싸(拉薩), 산남(山南), 르커춰(日喀側) 등지.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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