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화 스님
불교음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범패이다. 범패는 불교의식을 행할 때에 사용되는 성악으로 범음범패라고도 한다. 범은 청정의 의미를 담고 있고 패는 소리 또는 노래를 말하므로 범패하면 청정한 소리, 맑은 노래와 진리를 노래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범패는 청정한 소리로 부처님을 기쁘게 하고 그 공덕으로 죽은 망자(영가)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불교의식의 꽃이라 말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불교음악의 역사적 기원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주로 살펴보기로 한다.

불교음악의 역사적 기원은 역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에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많은 제자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심지어는 하늘의 신들은 물론 초목까지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는다. 설법이 주로 이어지던 영축산은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묘음보살이 천동 천녀와 함께 부처님을 찬탄 드리며 춤과 음악으로 공양을 올렸는데 이때가 불교음악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음악 범패의 기원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그 시기를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기뻐한 많은 불·보살님들이 그 권속들과 함께 성불을 찬탄하였다고 하는 기록을 《대방광불화엄경》, 《과거현재인과경》등의 경전에서 살펴볼 수 있어 부처님 재세 시에 범패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중국에서는 3세기 경 《삼국지》의 주인공 가운데 조조의 네 번째 왕자인 조식에 의해서 범패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 원나라의 승려 염상(念常)은 《불조역대통재》에서 조식은 경전을 읽을 때에 길게 늘어뜨리고, 오르고 내리는 음절로 소리가 맑았는데 이를 범패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구려, 백제의 경우 불교공인과 함께 불·법·승 삼보를 일시에 받아들일 정도로 불교문화의 수용이 수월했지만 신라의 불교공인이 다소 늦었고 후대의 기록들이어서 범패의 수용 시기는 단정하기 어렵다. 비교적 빠른 기록으로는 원효의 ‘무애가’가 삼국 통일 이후 민생을 안정시키고 전쟁 통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으로 경덕왕대의 승려 월명과 관련된 이야기로 《삼국유사》‘월명사 도솔가’ 조에 의하면 어느 날에 해가 둘이 뜨는 괴변이 발생했는데 이때 범패승을 불러 범패를 하면 괴변을 없앨 수 있다는 일관의 말에 왕이 단을 쌓고 범패승을 기다렸다. 마침 승려 월명이 그 앞을 지나다가 범패를 부를 것을 요청받았으나 월명은 오직 향가를 알뿐 범패를 모른다고 했다. 이로써 유추하건대 8세기 중엽에 범패가 신라의 불교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살필 수 있다.

범패와 관련된 상세한 기록은 최치원이 쓴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에서 찾을 수 있다. 진감선사(774-850)는 804년(애장왕 5)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830년(홍덕왕 5)에 귀국하면서 범패를 전수하기 시작한다. 선사를 찬한 비문에 의하면 선사는 평상시 범패를 잘했는데 그 소리가 금과옥조 같아 구르는 곡조와 날리는 소리가 상쾌하면서도 슬프고 우아하여 모든 천상을 기쁘게 할 만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옥천사에 모여 진감선사 회상에서 범패를 배우려고 하는 자들이 무수히 많았다고 한다. 월명사의 사례보다 기록이 남아있어 사료적 가치도 큼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일본 승려 엔닌(圖仁)이 지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신라불교의식이 당나라 신라사원인 적산법화원에서 거행되었는데 강경의식·일일강의식·송경의식 등에 범패가 중요시 되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많은 불교 행사의 의식 속에서 범패가 불리어졌을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의 《선화봉사 고려도경》에 의하면 새해 아침과 매월 초하루, 춘·추분과 단오에 모두 조상의 신주에 제향을 드리고, 승도들과 밤낮으로 범패를 계속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숙종대의 지옹(智翁)대사의 《산보범음집》, 영조대의 대휘 화상이 편찬한 《범음종보》에는 범패승들의 계보를 정리하고 있는데, 임진왜란 이후 불교의식을 통해서 영가천도는 물론이고 민심을 추스르는 역할도 가능했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근대 개항시기에는 급속한 서양문화의 유입으로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웠고, 일제 침략기인 1911년에 일본은 사찰령을 반포하고 각 본말사법을 제정하였는데 일제는 각 사찰에서 전승하는 범패를 일체 금지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문화는 단절될 위급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범패승들은 동교의 이만월과 서교의 백련사 이만월 스님을 스승으로 범패의 맥을 잇고 있었다. 1973년 범패는 운공, 벽응, 송암 스님들에 의해서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로 지정되고, 1987년에는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영산재’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다음은 불교음악에서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펴보기로 한다. 불교음악 범패가 불리어지는 재의식 가운데 상주권공은 죽은 망자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사람이 임종하지 49일 만에 봉행하는 것으로 《지장보살본원경》의 <이익존망품>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상주권공의 절차는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상단권공, 관음시식, 봉송으로 이루어진다.

시련은 사찰의 일주문 밖으로 나가 금일 영가와 영가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나무대성인로왕보살님을 모시는 절차이다. 시련절차에서 불리어지는 불교음악의 종류는 다양하다. 옹호게성, 헌좌게성, 다게성 등과 홑소리, 짓소리가 함께 사용된다.

대령의식은 영가에서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는데 생사가 일여하고 영가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편지내용의 글월을 읽어 더욱 숙연해진다. 관욕의식은 영가가 불·보살님 전에 나가기 전에 마음의 때를 닦아내는 절차로 부처님의 자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영가는 진언인 만트라와 수인인 무드라를 통해서 본연 청정심을 회복한다. 다음으로 불도량을 정갈히 하고 잡신의 침입을 막는 신중작법을 한 후 상단권공으로 이어진다. 상단의 주불은 지장보살로서 영가를 극락왕생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는데 불교음악의 효시로 거불성, 보소청진언, 유치성, 예참, 사다라니, 화청 등 음악의 종류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망자는 물론 살아있는 사람도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도록 서원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불자로서 참 삶을 살 수 있는 발원을 세우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다음은 관음시식으로 관세음보살의 서원이 담긴 공양이 영가에게 베풀어지는데 비로소 법식이 영가의 주린 배를 배부르게 한다. 일반적인 속가의 제사와 같다. 마지막 절차인 봉송은 영가를 위해 49재 도량에 청해 모셨던 불·보살님을 배웅한 다음 불의 신 아그니(Agni)를 통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배송한다.

불교의식집으로는 《범음산보집》, 《범음집》, 《작법귀감》과 가장 많은 사용되는 《석문의범》등이 있다. 《석문의범》은 안진호 스님이 저술하고 신문에 광고까지 하여 많은 스님들이 참고했던 불교 의식집으로 현재까지도 불교의식에 직접 사용되고 있다. 국한문 혼용체로 상단에는 한문으로 하단에는 한글로 인쇄되어 읽으면서 뜻을 새기기에 도움이 되는 편집방식으로 상편에는 예경편, 축원편, 송주편, 재공편, 각 소편 그리고 하편에는 각청편, 시식편, 배송편, 점안편, 이운편, 수계편, 다비편, 제반편, 방생편, 지송편, 가곡편 (이하생략)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찬불가 책이다. 상편에는 범패의 안채비에 해당하여 일상적인 사찰의식에 사용되는 불교음악과 겉채비에 해당되는 재공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범패를 처음 배울 때 부르는 ‘봉헌일편향’을 처음 시작으로 상주권공, 시왕각배, 영산재, 생전예수재, 수륙재 순으로 배우게 된다. 범패는 수행의 음악으로 하루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또한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범패와는 거리가 먼 소리가 되거나 아니면 앞이 깜깜해진다.
영산재는 시공을 초월하여 본 도량이 영축산이 되고 영산회상에 운집하신 제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영산재에서는 공양물은 물론 범패와 작법무를 통해 음성공양과 신업공양이 함께 이루어진다. 음성공양인 범패는 안채비와 겉채비가 있는데 안채비는 불교가 진리를 설파하는 종교인만큼 의식의 목적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이적인 면을 취한다. 반면 겉채비는 사적인 면으로 인정에 호소하여 이적인 면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싼다. 안채비의 종류로는 유치·착어·편게·게탁 등의 범패의 사성을 취한다. 겉채비는 절구인 한시 형태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될 수 있도록 소리가 고성이고 줄 곡이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바라·나비·법고무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의식의 분위기를 점층적으로 고조시키고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산재 절차에 따른 불교음악 가운데 옹호게는 소사물의 하나인 태징을 필두로 대중과 함께 소리를 한다. “온 우주의 모든 현성·범천왕·제석천왕·사천왕·가람을 수호하는 팔부의 신중님 거절치 마시고 자비로 강림하여 주옵소서.”를 시작으로 재의 주인공과 금일 영가를 모셔오는 절차가 진행된다. 사부대중의 신심이 한 곳으로 모으는 순서로 대중의 우렁찬 범패소리는 심산유곡에서 들려오는 유장한 소리로 대중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인연 있는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모두의 정성을 모아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라 하겠다. 이어지는 요잡은 우요삼잡을 말하며 존경하는 이를 우측으로 3회 도는 것으로 인도 최고의 예법이 불교의식무용으로 차용된 것이다. 다음의 헌좌진언은 자리를 권하는 의식으로 마음을 쉼으로써 해탈의 경지를 얻는 자리를 말한다. 이어서 감로의 차 공양을 나비춤과 함께 다게성으로 하는데 의궤적 성격이 강함을 엿볼 수 있다. 다게 소리에 맞춰 춤사위를 일으키는데 그 동작과 소리가 정확하게 어우러진다. 법주와 바라지의 태징 연주와 동작이 일치함을 볼 수 있다. 범패와 작법이 시·청각적인 효과는 물론 신심까지도 모인 대중에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범패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다.

“영축산에서 꽃을 들어 상근기 대중에 보이시니, 바다에 뜬 나무구멍에 눈 먼 거북 닿았네. 가섭존자의 미소가 아니었다면, 한량없는 가풍 누구에게 전했겠는가.”

삼처전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영산회상염화미소’를 말한다. 부처님의 마음을 미소로 화답하고 그 마음을 노래하며 중생들의 번뇌 망상을 소멸케 하는 불교음악을 부처님오신날 봉헌한다.

불교음악 가운데 회심곡과 찬불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능화 스님 인천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 한국불교태고종 인천교구종무원장,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한국박물관협회 범패박물관장,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겸임교수, http://www.nunghw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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