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불매운동 발언
 조계종 집행부의 '민낯'
 邪 좇지 말고 正 세워야


현대자동차가 5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동 국가 등 신흥시장의 경기 침체 속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또한 신흥국 경기부진이 더욱 심화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확산될 것으로 보여 현대자동차는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향후 판매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는 지난 26일의 상황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25일 오후 2시 30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쌍용자동차 홍봉석 노조위원장, 한복동 정책실장,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의 예방을 받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의 길이 마련된 데 대해 그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준 불교계에 대한 감사 인사 차원의 예방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득중 지부장은 자승 스님에게 “복직이 이루어지면 1호 차량을 사겠다고 말한 것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복직)합의를 했지만 남은 해고자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동차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승 스님은 “쌍용차가 잘 팔릴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봉은사 한전부지로 현대차와 다툼이 시작됐고 잘 안풀려서 불매운동을 하면 쌍용차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고 답했다.

자승 스님의 이 발언은 일부 교계언론이 보도하면서 즉각 큰 파장을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조계종단은 지난 4월 7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망 현대차’ ‘망 소나타’ 등 위패를 세워놓고 천도재를 올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과거 정부에 헐값에 넘긴 한전부지를 되찾기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자 조계종 홍보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현대자동차가 망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혹여라도 이 세상에서 해를 끼치는 일이 있다면 이 천도재를 통해 업을 잘 닦아 앞으로 더 많은 순이익을 얻게 되고 그것이 현대자동차 모두에게까지 전달이 돼 모두가 복짓는 일이 되자는 취지”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만일 작금 판로에 비상이 걸린 현대차 측에서 자승 스님의 이 발언을 전해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번 쌍용차 노조 관계자들이 예방한 자리에서 자승 스님이 한 발언은 이 연속상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조계종 집행부의 인식수준을 여실하게 보여준 ‘민낯’에 다름 아니다. 종교지도자로서 적절한 발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는 시장바닥의 이권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조폭이 말했다고 해도 비난받아야 마땅할 발언이다.

종교지도자는 정(正)과 사(邪)를 분명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조선조의 개혁사상가였던 조광조는 “군주의 마음이 사와 정의 구분 여하에 따라 정치가 순수하게도 되고 잡박(雜駁)하게도 된다”고 말했다.

지금 자승 스님의 종단 정치는 정보다 사를 좇고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끝갈 데 없이 이어지고 있는 선학원과의 대립과 갈등,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고 해서 가해지고 있는 교계언론매체에 대한 탄압, 한전부지 환수를 놓고 보여주는 잿밥에 대한 욕심, 특히 징계 소송 등으로 확전되고 있는 동국대 사태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금이라도 자승 스님은 정으로 돌아와 종단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진력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