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찻물 천수(天水)와 지수(地水)

 

차를 마실 때 차와 함께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물이다. 사람들은 돈이든 물건이든 간에 무언가를 아끼지 않고 마구 낭비할 때 흔히들 “마구 물 쓰듯 한다”고 말한다. 물은 생명의 발원이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가장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해 왔던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깨끗한 물을 별 어려움 없이 써왔던 터라 물의 고마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어 오히려 그 소중함과 절실함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차를 마심에 있어도 많은 이들은 차의 우열(優劣)만을 따지기에 급급하지 그 차를 ‘어떤 물로 우려내어 마시는가?’에는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여 차를 애호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신전(茶神傳)』 ‘품천(品泉)’에는 “차는 물의 신(神, 마음 또는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體)이니, 제대로 된 물이 아니면 그 정신이 나타나지 않고, 제대로 된 차가 아니면 그 몸을 나타낼 수 없다”고 차와 더불어 물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우리와는 달리 수질(水質)이나 양적인 면으로 모두 물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에는 더욱 물의 절실함을 느꼈기에 물에 대한 연구가 오랜 세월을 차의 발전과 함께 병행되어 온 듯하다.
과학적 근거에 의하면 물은 일반적으로 경수(硬水)와 연수(軟水)로 분류된다. 경수(硬水:Hard Water)는 물분자속에 금속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센물’이라고 하며, 연수(軟水:Soft Water & Conditioner Water)는 물의 생성 시 자연 상태의 순수한 자체를 말하며 ‘단물’이라고 한다.
오랜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중국차학계의 물 구분법에 근거하여 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이른바 연수(軟水)는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의 함유량이 물 1리터당 10밀리그램을 초과하지 않는 물을 가리킨다. 그 함유량이 10밀리그램을 초과할 경우 그 물은 곧 경수(硬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정의는 아마도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우리 일반인들에게 있어 매우 생소하여 이해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저 막연하게 추상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그래서 차학계에서는 일반인들이 간편하고 알기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계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설수(雪水:눈이 녹아서 된 물), 빗물, 노수(露水:이슬이 맺혀서 된 물) 등은 ‘천수(天水)'라 하여 모두 ‘연수(軟水)’에 속한다. 기타 샘물, 강물, 냇물, 호수의 물과 우물물 등은 모두 ‘지수(地水)’라 하여 모두 ‘경수(硬水)’에 해당한다.”

천수(天水=軟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옛사람들은 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빗물이나 설수(雪水)를 가리켜 ‘천수(天水)’ 또는 ‘천천(天泉)’이라 하였다. 빗물과 눈(雪)은 비교적 순수하고 정결(淨潔)하기 때문에 비록 빗물이 내리는 과정 중에 먼지나 티끌 그리고 이산화탄소 등의 오염물질이 섞여 있을지라도 염분의 함량이나 경도(硬度)는 지수(地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사람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이래로 줄곧 오랜 세월을 차를 우리는 데 가장 적합한 물로 애용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설수(雪水)는 중국 고대 문인들과 다인들에게 찻물로 널리 애용되어 왔다. 
연수(軟水:즉, 天水)로 차를 우려 마시면 그 차향이 그윽할 뿐 아니라 맛 또한 순후(醇厚)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사대(四大)소설 중의 하나인 『홍루몽(紅樓夢)』에서는 귀족층의 다인들이 “격년(隔年)으로 불순물을 제거하여 깨끗하게 저장하여 둔 빗물(雨水)로 ‘노군미(老君眉:복건의 백차)’를 우려 마시고, 또 매화꽃 위에 내린 눈을 녹여 만든 물(雪水)을 지하에서 5년 동안 저장해 두었다가 차를 우려 마셨더니 그 맛의 청순함이 비길 데가 없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설수(雪水)는 연수(軟水)로서 깨끗하고 시원하여 찻물로 사용하면 탕색(湯色)이 곱고 밝을뿐더러 그 향과 맛이 일품이다.
그 밖에도 공기가 청정할 때 내린 빗물은 찻물로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빗물의 수질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을은 하늘이 높고 기운이 상쾌하여 공기 중에 먼지가 비교적 적고 빗물이 맑아 차를 우리면 그 맛이 상쾌하고 입 안에 차향이 회감(回甘)한다. 장마철에 바람에 날리는 가랑비는 미생물의 번식에 유리하여 가을 찻물보다 비교적 질이 떨어진다. 또한 여름철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빗물은 항상 모래가 날리고 돌이 뒹굴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하지 못할뿐더러 찻물로 이용을 하면 차탕(茶湯)이 혼탁해져서 마시기에 부적합하다.  
지수(地水=硬水)
대자연에 속하는 물중에서 산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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