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의정활동을 펼치게 될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이 확정됐다. 국민은 이번에도 정치권을 향한 엄중한 질책을 선거를 통해 보여줬다.

선거가 끝나면 후유증에 몸살 앓던 과거와 달리 무능과 부패한 정치세력에 대해선 엄중히 문책하고 대신에 기대와 희망을 바라는 표심으로 선량들을 뽑았다. 민심은 결코 권력의 뜻을 일방적으로 좇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밝힌 강단 있는 출마자에게 지지를 보냈다.

우리는 이번 국민들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바람이 이번 총선에 반영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의 선거개입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는 점에서 반성이 요구된다. 정교분리라는 가장 중대한 원칙을 외면한 채 교묘하게 각 지역을 돌며 특정정당의 후보자와 특정 인사들을 따로이 만났다는 것은 종교 지도자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더욱이 충청의 한 본사에서 총선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들을 불러 모임을 가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본사는 전직 주지가 최근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구속돼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국회의원 입후보자들과 회동했다는 전언은 충격적이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체의 행위를 자꾸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의 예속으로부터 불교가 자주 자립을 이루기 위해 애썼던 게 불과 2~30년 전의 일이다. 이제 와서 거꾸로 정권과의 친화를 도모함으로써 스스로 정권의 시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20대 총선을 계기로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처신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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