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범어사에서 간행한 《불교대전(佛敎大典)》은 만해 한용운(韓龍雲, 1879-1944))선사가 직접 고려대장경과 범어, 팔리어 경전 등 400여개가 넘는 경전에서 총 1,740여개에 달하는 인용구를 가려 뽑아 만든 것으로 한국불교의 기념비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만해 선사는 경전에서 간추린 인용구들을 총 9 품(品), 32 장(章), 36절(節)로 분류하여 수록하였다. 한용운 선사는 󰡔불교대전󰡕을 편찬하기 위해, 《조선불교유신론》(1910)을 탈고한 후인 1912년부터 양산 통도사에 비치된 고려대장경 1,511부 6,802권을 일일이 열람하여 그 가운데 1천여 부의 경, 율, 논으로부터 발췌하여 기록하였다. 고려대장경 열람 및 초출(抄出) 작업에 적어도 1년 이상의 기간을 보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만해 선사의 《조선불교유신론》이 승가의 개혁에 초점을 두었다면, 《불교대전》은 재가신도를 위한 불교교리 및 불교사상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불교대전》의 목차에 ‘가정(家庭)’이나 ‘사제(師弟), ’타인(他人)‘ 등의 항목이 주제로 포함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만해 선사는 각 품과 품에 속한 장, 절의 주제에 적합한 내용의 불교경전 구절들을 인용하였다.

총 9품으로 구성된 《불교대전》은 만해의 불교사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자료이다. 9품은 ‘서품’, ‘교리강령품’, ‘불타품’, ‘신앙품’, ‘업연품(業緣品r)’, ‘자치품(自治品)’, ‘대치품(對治品)’, ‘포교품’, ‘구경품(究竟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해는 대중교화를 위한 포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조선불교유신론》에서는 별도로 포교항을 설정하여 논설하였고, 그 밖에 여러 글을 통해 일관되게 포교의 혁신을 주장한 바 있다. 만해는 역경의 필요성을 ‘경전의 민중화’로 표현하였으며, ‘문자로의 선포’라고 하였다. 《불교대전》은 이러한 만해의 대중교화, 포교, 역경에 대한 사상과 실천의식 속에서 탄생된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조명기는 《불교대전》을 ‘팔만대장경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한 다음, 이 자료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역설한 바 있다.

이는 초인적인 정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팔만대장경을 통독하기도 어려운데, 한 권 한 권 그 핵심을 이루고 주옥이 되는 구절을 적출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비교 검토하면서 정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적출한 구절이 따로따로 분산되지 않고 어떤 체계 속에 들어가 틀이 잡히려면, 그 체계가 미리 조직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용운대사의 공로는 그 막대한 경전을 극복한 데에도 있지만, 특히 그것을 재구성해서 편집한 체계의 독창성에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당시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불교경전의 세계를 정돈된 틀에 따라 재구성해 놓은 체계의 독창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불교대전》은 만해 한용운 선사의 신념인 ‘대중불교’의 실현을 위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즉 만해의 《불교대전》은 모든 경전을 일정한 관점에서 해부하고 거기에서 주옥(珠玉)을 다시 수습하여, 자신이 제창한 불교의 혁신사상에 따라 당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불교의 대중화 현대화 위해
 '자치품'과 '대치품'에
 많은 비중 둬 설명한
 1910년대 국한문 혼용체 

이러한 의도는 품명(品名)의 설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6 자치품’과 ‘7 대치품’은 《불교대전》에 담겨있는 만해의 사상을 대표하는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품에 인용된 경전 수가 총 1027개로 전체의 59% 정도에 달하고 있다. 만해가 6품과 7품의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6품과 7품의 내용은 구체적인 수행의 내용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해 선사가 불교의 대중화, 불교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자치품’과 ‘대치품’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만해는 국한문을 혼용하되, 국문의 경우 가능하면 당시 통용되는 언어 위주로 사용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1910년대에 순한문체로 된 저서가 적지 않음을 고려해 본다면, 이것 역시 대중불교 지향적인 만해의 세계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불교대전》을 통해 대략 430여 종 내외의 경전 이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 가운데 20여 차례 이상 인용된 경전으로 《화엄경》, 《열반경》, 《아함경》, 《법구경》, 《제법집요경》 , 《대승기신론》, 《출요경》 , 《심지관경》, 《대방등대집경》, 《대승보살장정법경》, 《사십이장경》, 《유마경》이 있다. 특히 《화엄경》의 인용 횟수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열반경󰡕이 그 뒤를 잇는다. 이 점 역시 만해의 불교사상과 관련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엄경》과 《열반경》 이외 경전 가운데 《유마경》에 대한 만해의 특별한 관심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결국 《불교대전》은 만해 사상에 의해 구성되고, 그 내용이 첨삭된 만해만의 불교사상 체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