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의 지붕 티베트의 음차문화 - 티베트 차(茶) 종류와 음차방법을 중심으로

필자는 예전에 <다담(茶談)> 지면을 통해 티베트(투뽀어, 吐蕃)와 중국 한족들 사이에 1,000여 년의 긴 세월을 두고 진행되어 온 ‘한장다마무역(漢藏茶馬貿易)’을 주제로 수 차례 원고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금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티베트의 차 문화’는 ‘한장다마무역’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에 먼저 이 이야기를 언급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티베트의 차 문화에 대해 개괄적이거나 또는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장다마무역’에 대한 예비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장의 뒤에 거론되는 ‘한장다마무역’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티베트의 차 문화를 먼저 알아야만 한층 그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즉, ‘한장다마무역’과 ‘티베트의 차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둘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며, 두 가지 이야기는 서로에 포함되기도 하며, 서로를 포함시키기도 하는 동질의 문제이며 본질적으로 하나인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일반적인 음료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가 있다. 하나는 차(茶)요, 또 하나는 술〔酒〕이다. 여기서 술에 관한 얘기는 본 글의 범주를 벗어나므로 생략하기로 하겠다. 인터넷과 언론 매체의 발달로 인해 차를 좀 공부하였거나, 혹은 차에 대해 약간의 취미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티베트의 차(茶)’하면 아무런 주저함 없이 ‘쑤여우차(酥油茶)’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선뜻 설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티베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이 대중화, 보편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반면에 그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차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분이 왜곡되어 왔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허다하다.

1) 티베트 음차의 역사

티베트 음차 역사는 상당히 오래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역사는 투뽀어(吐蕃)1)왕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티베트의 역사서인 《한장사집(漢藏史集)》 기록을 보면 투뽀왕조의 제36대 짠푸(贊普:왕)2)인 뚜쏭망뿌즈(都松莽布支:676~704년)의 재위 시기에 티베트 땅에는 이미 찻잎〔茶葉〕과 자기(瓷器)가 발견되었다. 티베트 사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티베트 왕인 뚜쏭망뿌즈가 중병에 걸려 궁중에서 조용히 요양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작은 새가 푸른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와 왕궁 옥상의 처마 위에 떨어뜨려 놓고서 옥상에 앉아 아름답게 지저귀고 있었다.

그 다음날 해가 뜨자 작은 새는 다시 날아와서 즐겁게 재잘거리며 짠푸(왕)의 주의를 끌었다. 짠푸는 곧 사람을 시켜 녹색의 나뭇가지를 주워 오게 하였는데, 이것은 여태껏 전혀 보지 못했던 녹색 나뭇잎이었다. 왕은 신기해하며 그 나뭇잎의 뾰족한 끝부분을 조금 입에 넣고 맛을 보았다. 그 나뭇잎의 맛은 맑은 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맑아지고, 입 안에서는 생진(生津)을 느끼게 되었다. 즉시 차 주전자에 그 잎을 넣은 뒤 물을 붓고 끓였더니 아주 좋은 음료가 되었다. 짠푸는 이에 크게 기뻐하고, 즉시 신하들에게 명하여 투뽀어 전역을 뒤지게 하여 이 나뭇잎을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이 나뭇잎은 투뽀어 땅에서는 전혀 구할 수 없는 나뭇잎이었다.

그 후에, 짠푸의 어느 한 신하가 고생 끝에 중국 땅에서 겨우 그 나뭇잎을 찾아서 따가지고 돌아왔다. 짠푸의 신하가 그것을 삶아 음료수로 만들어 짠푸에게 바치어 마시게 하였다. 짠푸는 그것을 마시고 병을 요양하여 이내 곧 건강을 회복하였다.

이 내용은 비록 티베트인들의 문헌상에 기록된 것이긴 하지만, 약간의 전설적 성향이 농후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내용 기술에 있어서 약간의 과장이 가미되긴 해도, 완전히 터무니없는 기록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고대 기록엔 약간의 신비성과 과장이 늘 동반한다는 것을 우린 역사를 통해 익히 배워 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후부터 티베트인들에게 음차 풍습이 생겨나게 된 것 같다. 이 부분은 중국 한족의 문헌 내용(티베트 음차의 기원설)과는 많이 다르다.

티베트어로 ‘차(茶)’를 ‘가(檟:ja 혹은 jia)’라 한다. 이것은 중국 차에 대한 발음 중에서 가(檟)자의 음을 가차(假借)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중국의 한족(漢族)과 티베트민족(藏族)들의 경제문화 교류가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졌음을 잘 반영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 기록을 보면, 티베트인들의 음차 풍속은 투뽀어왕국 시대에 이미 흥기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나라 때 이조(李肇)가 지은《당국사보(唐國史補)》하권에 투뽀어의 음차에 대한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상노공(常魯公)이 서쪽의 투뽀어에 사신으로 갔는데, 천막에서 차를 다렸다. 짠푸가 묻기를 ‘이것은 무슨 물건이요?’하자, 노공이 말하기를 ‘번뇌를 씻고 갈증을 치료하는 것으로 차(茶)라고 이릅니다.’ 하자, 짠푸가 말하기를 ‘우리 여기에도 있소.’하며 그것을 내어 오도록 명하고는 하나씩 짚어가며 말하기를 ‘이것은 수주(壽州)의 것이고, 이것은 서주(舒州)의 것이고, 이것은 고저(顧渚)의 것이고, 이것은 기문(蘄門)의 것이며, 이것은 창명(昌明)의 것이요’라고 말하였다.”3)

이 기록은 이때 이미 절강(浙江), 호광(湖廣), 안휘(安徽) 등지에서 생산되는 명차(名茶)들이 투뽀어 왕국의 궁중 상비(常備) 물품(物品)으로 구비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투뽀에서 음차 풍기가 흥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장사집》에서는 더 나아가 전문적으로 각 장(章)과 절(節)로 나누어 차를 분류했을 뿐만 아니라, 열여섯 종류나 되는 차엽의 생산지, 특징, 팽다(烹茶) 및 제다(製茶)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4)

2) 티베트의 차와 음차방법

티베트의 대표적인 차에는 쑤여우차(酥油茶) 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어, 모두 크게 세 종류의 차로 대별할 수가 있다. 청차(淸茶)와 티옌차(甛茶)가 그것이다.

① 쑤여우차(酥油茶)

쑤여우차(酥油茶)는 티베트인(藏族)들에게 첫 번째로 손꼽히는 음료이며, 그들에게 있어서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필수품이다. 쑤여우차 제작 방법은 두 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차를 삶아 차즙(진한 차탕)을 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차를 치즈와 섞는 것이다. 차와 치즈를 섞어내는 과정을 가리켜 중국인들은 ‘따차(打茶)’5) 한다고 한다. 전차(磚茶)6)나 타차(沱茶)7)를 솥에 넣고 불을 부어 끓여서 차즙(茶汁)이 진하게 우려 나오도록 다린다. 이어서 다려 낸 진한 차즙을 깨끗한 거름망에 걸러 차관(茶罐)에 담아둔다. ‘쑤여우차(酥油茶)’를 만들 때, 차관에 담아 두었던 차즙을 필요한 만큼 꺼내고, 거기에다 적당량의 끓는 물과 소금을 첨가한다. (물론 차즙의 양이나 물의 양 또는 소금의 양은 개인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그런 후에 전문적으로 쑤여우차를 만드는 찻통(茶桶)8)에 따라 부은 다음, 거기에 다시 버터나 치즈를 넣고, 교곤(攪棍)9)을 찻통의 위아래로 몇십 회 펌프질 하듯 왕복 피스톤 운동을 한다. 차즙과 물, 그리고 버터나 치즈를 잘 섞은 뒤에는 다시 찻주전자에 따르고 열을 가하여 뜨겁게 한 다음, 마실 때에 각자의 차완(茶碗)에 따라 마신다. 신선하고 좋은 버터나 치즈로 만든 쑤여우차는 그 향기가 코끝을 찌를 듯 향긋하며, 맛이 아주 순후(淳厚)하여 맛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면 허해지는 몸의 기를 보충할 수 있어, 특히 겨울철에 마시기엔 그만이다.

단,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열이 많은 사람은 한자리에서 두 잔 이상 마시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열이 금방 머리로 치솟아 문득 위험함을 느꼈다. 이와는 반대로 열이 없거나 냉한 사람은 세 잔을 마셨지만 별 반응이 없음을 확인했다.

주) ----------
1) 중국의 당나라 때에 티베트인들의 조상이 세웠던 거대한 왕국으로서 지금의 중국 서부 일대(티베트, 청해, 섬서, 사천, 신강)를 지배하였으며, 당나라와는 군사력에 있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였음.
2) 짠푸(贊普):티베트어로 왕이란 뜻. 몽고에서 위대한 왕에게 칸(干)이란 칭호를 바치는 것과 같음.
3) 唐·李肇,《唐國史補》(臺北,學津討原本,新文豊出版公司),卷下,66쪽。“常魯公使西蕃,烹茶帳中。
贊普問曰:『此謂何物?』魯公曰:『滌煩療渴,所謂茶也。』贊普曰:『我此亦有。』遂命出之,以指指曰:『此壽州者,此舒州者,此顧渚者,此蘄門者,此昌明者。』”
4) 참고:前揭書《漢藏史集》143-145쪽.
5) 타차(打茶) : 여기서 타차란 차를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중국어에서 ‘타(打)’는 때린다는 뜻 외에도 ‘(기구・음식 따위를) 만들다.’라는 뜻이 있다.
6) 전차(磚茶) : 벽돌 모양으로 압축하여 만든 긴압차(緊壓茶). 차의 형태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며, 탕색으로 구분하면 흑차(黑茶)의 일종.
7) 타차(沱茶) : 밥공기 모양으로 압축하여 만든 긴압차. 이것 또한 전차・병차 등과 함께 흑차의 일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보이차의 한 종류로 많이 알려졌다. 운남에서 생산되는 ‘보이차’, 호남에서 생산되는 ‘천 냥 차’, 사천에서 생산되는 강전(康磚), 변차 등은 원래 모두가 변방 유목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 만든 차이다. 그래서 흑차 계열의 긴압차를 과거에는 통칭 변차(邊茶) 혹은 마차(馬茶)라고 하였다.
8) 차통(茶桶): 동막(董莫), 가동(檟董)이라고 함.
9) 교곤(攪棍) :차와 버터를 섞는 나무 막대기(공이)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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