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이 미묘한 《열반경》을 닦아서 여덟째 공덕을 잘 성취하려면 다음의 아홉 가지를 잘 닦아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 다섯 가지를 잘 끊어야 하고, 둘째 다섯 가지를 멀리 떠나야 하며, 셋째 여섯 가지를 성취하고, 넷째 다섯 가지를 잘 익혀야 하며, 다섯째 한 가지를 잘 수호해야 하고, 여섯째 네 가지를 친근해야 하며, 일곱째 한 가지를 한결같이 믿고 순종하며, 여덟째 마음이 잘 해탈해야 하고, 아홉째 지혜가 잘 해탈해야 한다.

첫째, 다섯 가지를 잘 끊는다는 것은 오온(五蘊)을 잘 끊는 것을 말한다. 오온(또는 오음)은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의 무거운 짐을 지워 흩어지고 모이면서 삼계를 윤회하게 하여 진실한 것이 없으므로 오온을 잘 끊어야 한다고 한다. 오온의 첫째는 색온(色蘊)이다. 색온에는 10가지 물질〔眼入、耳入、鼻入、舌入、身入、色入、聲入、香入、味入、觸入〕이 모여서 ‘나’를 이루니, 여기에서는 진실한 성품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음으로 감수하는 수온(受蘊)은 108가지〔過去三十六、未來三十六、現在三十六〕가 있어서 일정한 모양도 없고 이치로는 실제가 없어서 보지도 못한다. 또한 취상작용을 하는 상온(想蘊), 정신적 움직임인 행온(行蘊), 인식판단작용을 하는 식온(識薀)도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고 번뇌를 내는 근본일 뿐이어서 보살은 이 오온을 반드시 잘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섯 가지를 멀리 떠나야 한다는 것은 다섯 가지 소견을 말한다. 먼저 신견(身見)은 이 육신이 내 몸이라고 집착하는 견해이고, 변견(邊見)은 극단에 치우친 견해이며, 사견(邪見)은 삿된 여러 가지 견해이고, 계취견(戒取見)은 금계(禁戒)에 집착하는 견해이며, 견취견(見取見)은 소견에 집착하여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견해이다. 중생은 이 다섯 가지 소견으로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나 육십이견의 무수한 견해를 야기하므로 생사의 번뇌가 끊이지 않는다. 보살은 모름지기 이를 방비하고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여섯 가지를 성취한다는 것은 보살은 항상 여섯 염처(念處)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부처님을 생각하는 염불(念佛), 법을 생각하는 염법(念法), 승가를 생각하는 염승(念僧), 천상을 생각하는 염천(念天)。보시를 생각하는 염시(念施), 계를 생각하여 잘 지키는 염계(念戒)가 있다. 곧 삼보를 항상 생각하고 선법과 보시 지계를 강조한 내용이다.

넷째, 다섯 가지 일〔五事〕을 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곧 선정을 잘 알아야 하고〔知定〕, 고요한 선정을 잘 익혀야 하며〔寂定〕, 몸과 마음이 쾌락하게 느끼는 선정을 잘 익혀야 하고〔身心受快樂定〕, 쾌락이 없는 선정을 익혀야 하고〔無樂定〕, 끝으로 수능엄 선정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선정의 마음을 닦아 익히면 대열반에 가까이 가게 되므로 보살이 부지런히 닦아 익히라는 것이다.

다섯째, 한 가지를 잘 수호해야 한다는 것은 보리심을 말한다. 보살은 보리심을 잘 수호해야 불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외아들을 수호하듯이 하고, 외눈박이가 눈을 소중히 하듯이 하고, 거친 길을 가는 사람이 인도자를 수호하듯이 해야 한다. 보살은 보리심을 잘 수호해야 아뇩보리를 얻을 수 있고, 아뇩보리를 이루어야 상(常)·락(樂)·아(我)·정(淨)의 대열반에 들어가게 된다.

여섯째, 네 가지를 친근해야 한다는 것은 사무량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대자애심을 지녀야 중생에게 안락한 법을 베풀 수 있고, 대비심을 가져야 불쌍한 중생들의 고(苦)를 없애줄 수 있다. 또한 크게 기뻐함〔大喜〕과 크게 버림〔大捨〕을 가져야 한다. 이 네 가지를 마음을 갖추어야 한량없는 중생에게 보리심을 내게 하여 할 수 있다.

일곱째, 한 가지를 한결같이 믿고 순종한다는 것은 일승(一乘)법을 아는 것이다. 보살은 부처님의 모든 팔만 사천 법문, 삼승법이 다 일승으로 돌아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부처님 법은 오직 대승 일승뿐인데 중생들을 위하여 셋으로 나누어 설한 것이다. 보살은 모름지기 이를 믿어 따르고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문은 《법화경》 일불승 사상과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법화경》에서는 삼세의 일체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서 중생을 제도하는 큰 뜻이 일체 중생을 다 불도에 들게 하는 일승에 있는데, 중생들이 근기와 성품이 가지가지여서 이에 맞추어 일승법을 이승(二乘), 삼승(三乘)을 나누어 설한다고 하였다. 곧 중생들의 근기와 성품과 욕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때때로 인연과 비유로 일불승을 삼승으로 나누어 근기에 맞추어 설한 것이라 하였다.

여덟째, 마음이 잘 해탈해야 한다는 것은 탐내는 마음과 화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을 잘 끊으니 일체 번뇌를 여의고 육도의 생사윤회에서 벗어나 불도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홉째, 지혜가 잘 해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살은 지혜가 밝아야 모든 법에 막힘이 없이 알고, 예전에 듣지 못한 것을 이제 듣고, 보지 못한 것을 이제 들을 수 있고, 이르지 못한 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중생들은 각각의 능력에 따라 부처님 법을 듣고 이해하니 《열반경》을 잘 실천하면 보고 듣고 이해는 것이 밝아져서 탐·진·치를 내는 중생의 마음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살이 《열반경》을 실천하면 이상 아홉 가지 공덕을 얻어서 불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기운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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