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시 당시 인도는 여러 나라로 분리되어 서로 전쟁 중이었으니 지금보다도 정치·종교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전제군주 시절에 신흥 종교지도자들은 왕이나 권력자에 머리를 조아리며 가까워야 권력의 비호를 받아 교세 확장의 힘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경전에도 부처님이 화려한 사찰에 머물고, 고관대작의 공양을 받으면서 권력자들과 결탁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또 부처님이 왕이나 권력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돈이나 토지를 달라면서 비굴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분소의를 입고 40년을 맨발로 길거리를 떠돌며 법륜을 굴리면서도 부처님은 일체지자로서 당당하였고, 권력자나 백성 모두로부터 최고의 존경과 공양을 존경 받았습니다.

부처님 입멸 후 2500년이 지나 이 땅에서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단의 행보를 보면 경전에서 말하는 말법시대가 도래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지난 3월 23일, 종단이 주도하는 관제시위가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수행자들이 단체로 가사장삼을 입고 광장에 모여 앉아 확성기로 시끄럽게 땅을 돌려달라면서 특정 정당을 거론하고 서울 시장에게 목소리 높이는 행태는 보기에도 민망했습니다.

종교단체이자 수행 집단으로서의 조계종단은 모든 과정을 여법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종단이 진정 바로 잡을 것이 있다면 상황을 풀어갈 정부 측 주체와 요구 시기 및 의사 전달 방식에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종단이 주장하는 봉은사 땅 환수의 원인 발생은 종단에서도 발표한 바와 같이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시작된 서울시 개발 때의 상황입니다.

당시 잘못된 것이 있고 현재 수정가능하다면 정식으로 문제제기해서 법적절차를 통해 조용히 올바름을 증명하면 됩니다. 특히, 그동안 일반 교계 언론과 재가자에게마저 법적 고소와 고발을 취해온 종단의 모습이 있습니다. 용주사나 동국대 사태 등에서 보여주듯이 약자들에겐 무차별적인 법적 고소와 고발을 통해 관련된 사람들을 겁박하고 지치게 하면서 무대응과 시간 끌기로 일관해온 종단 모습은 일반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정작 상황을 풀어가야 할 정부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관련 없는 야당까지 비난하고 ‘환수 기원법회’란 이름으로 스님들이 광장에서 집단행위를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선거철을 이용해 다른 잇속을 적당히 챙기겠다는 형태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불자가 봐도 창피하고 얼굴 붉힐 아찔한 광경인데 이교도나 평범한 국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설령 종단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한다 해도 종단은 당시 십수년의 미래도 예측 못하고 푼돈에 토지 매매 계약에 합의하고 돈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봉은사 토지 매각에 대한 종단 내 논란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매매로 진행하였습니다.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종단이 아니었거나 혹은 내부 논의 자체가 권력에 의해 차단되어 강제 집행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점에 대한 종단의 사과나 반성 없었고 30년 동안 환수를 위한 어떠한 구체적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뉴스타파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서민들을 울린 파렴치한 세속 사기범죄자와의 유착을 통해 몇몇 스님들이 몇 천억원에 대한 작업을 비밀리에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보도된 이후 갑자기 선거철에 집단행동과 더불어 정작 상황의 주체인 정부가 아닌 야당을 비난하면서 독재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당시 서울시장이 마치 모든 것의 책임자인양 주장하면서 시청 난입마저 시도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종단의 불순한 의도를 알게 합니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야당과 야당 출신의 서울시장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결국 현 정권에 아부함과 동시에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열심히 야당을 비난하고 있으니 봉은사 땅과 관련된 기업 등에도 압력을 넣어 적당히 돈이라도 챙겨달라는 것에 불과함을 다 알게 됩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부에 의해 벌어진 일에 대하여 필요하다면 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종단의 환수기원법회란 지극히 부처님 가르침과는 어긋난 비불교적인 정치 행위이기에 바른불교재가모임(이하 바불재)은 현 상황을 정확히 거론함으로서 진정 책임져야할 최종 당사자는 최소한 현 정부임을 알리고, 결과적으로 종단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 잡고 종단의 주장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집회에 동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 진행을 담당하는 스님들이 바불재 현수막을 따라다니며 몸으로 현수막 내용을 가리고, 나중에는 바불재 상임대표에게 현수막을 접어 달라고까지 애원하는 촌극마저 발생했습니다.

불교인으로서 바라는 것은 부처님 당시처럼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어느 특정 정권을 지지하고 특정 정권으로부터 비호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가 중립성과 자신감 그리고 존엄성 속에 당당함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고 그 댓가로서의 권력과 돈과 이득이라면 그것은 제행무상이라는 가르침에 철저히 반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발적 가난을 지향하면서도 생사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 존엄감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문일 것입니다. 지난 3월 23일, 부처님의 제자들이 가사장삼을 수하고 단체로 광장에 몰려나와 돈과 땅을 달라고 시위하며 시청 난입을 시도했다는 것은 정말 한국 불교의 암울한 현실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종단 일부 권승들의 이권을 위해 푸르른 초심으로 수행을 하는 수행자들과 선량한 재가자들을 동원한 낯부끄러운 초라한 집회를 기원법회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사찰마다 불공이 있는 보름날에 사부대중을 동원하는 것은 진정 한국불교를 망하게 하는 공업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공업 속에 얻어질 것이 무엇임은 경전에 잘 나타나 있는 바와 같습니다. 불교의 인과법을 모두가 깊이 자각하였으면 합니다.

종단의 불교지도자들이라 하는 분들이 종단과 재가신도들이 부여한 권력과 돈을 자신들 개인의 권력과 이해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한 방편으로 우리사회에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진정 기원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부처님 법이 영원히 세상에 펼쳐지게 하는 것이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한전부지 환수기원법회에 참가한 바른불교재가모임 회원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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