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7년 6월 20일에 “전통사찰 환경파괴에 대한 그 원인과 대책(총64페이지)”이라는 문건을 작성해서 당시 종단에 제안한 사실이 있다. 사찰소유 토지 및 수행도량, 그리고 불교문화유산은 민족의 역사와 인성순화라는 사회적 기능 차원에서 반드시 보호 유지되어야 한다. 전통사찰의 토지가 강제수용 당한다면 불교의 위상은 추락하고 사회적 기능은 상실되며, 나아가 불교 존립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또한 당시 현안이었던 경주지역 개발문제를 비롯해 선암사 토지수용, 수몰위기에 처한 인각사 등 전국의 40여 개소에 이르는 수행환경 파괴 및 전통사찰의 토지강제수용문제를 거론하고 지적했다.

당시의 종단자료를 근거로 1990년부터 1996년까지(7년) 연평균 6만여 평, 도합 42만 여평의 사찰토지가 수용된 사실을 알렸다. 종단의 토지를 정부가 강제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구)토지수용법’에 근거하며, 이 법은 악법인 동시에 비민주적인 법으로 부산 선암사 경내지도 이 법에 근거하여서 강제 수용되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2003년 1월 30일, 대한주택공사에 의하여 강제로 수용된 부산 선암사 경내지에 대하여 부산 선암사에서 제기한 헌법소원(사건번호: 2001헌바64, 사건명: 구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을 인용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1970년도에 정부가 조계종으로부터 봉은사 소유의 토지를 매입하고서는 2014년도에 현대자동차그룹에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정부가 전통사찰이며 유구한 역사가 있는 봉은사와 부산 선암사의 토지를 매입(수용)한 후 시간이 흐른 뒤에 기업에 매각, 천문학적인 이득을 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불교의 약세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뼈아픈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월 18일자 <오마이 뉴스>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부지(옛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의 규모가 1조 7천여억 원으로 확정됐다.”는 보도를 했다.

1970년대 전후 강남 신도시(영동 제2지구 – 남서울 개발)조성지 중심에 위치했던 봉은사 부지10만평은 당시의 최고 권력자들에게는 신도시 건설의 장애물인 동시에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길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공작이 판치고 권력의 날이 시퍼런 시대적 상황에서 정권이 주도한 거래에 당시 불교계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특히 이로 인한 불교계의 내부갈등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그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

돌아보건대, 1969년 12월 종단의 봉은사 토지 매각 결정, 이듬해인 1970년 6월 26일 문공부의 매각허가, 그리고 같은 해 8월에 강남 개발의 신호탄격인 영동대교 착공식이 열렸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5일 양택식 당시 서울시장은 특별기자회견을 개최, 제2서울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순차 진행을 넘어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의혹이 농후하다. 조계종은 1970년 9월에 봉은사 대중과 젊은 승려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억3,000만원(평당 5,300원)을 받고 봉은사 토지 10만평을 정부에 매도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전은 동 토지를 현대자동차에 10조 5천5백억에 매각했다.

봉은사 토지 매각이 결정되기 직전인 1969년 8월 즈음에 정부가 중앙공무원 교육원 건물(현 동국대학교 혜화관)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공교롭게도 건물 매수자가 타종교 단체라는 풍문이 있어 불교계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불교계는 건물 매입을 원했지만 자금이 없었다. 정황상 무엇인가 의혹이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봉은사 토지매각 문제는 굴절된 현대사를 바로세우고, 민주주의의 가치수호 차원에서 정리되어야 한다. 종단은 소송도 중요하나 불교과거사 정리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종단은 국가권력이나 민간자본이 전통사찰의 토지를 수용하거나 수행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는 불교존립에 관한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여 이를 근절하기 위한 종단적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관련 법률안의 개정 등 대정부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시 ‘민간자본 및 개인사업자가 종단과 사찰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여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바, 이 법률안의 제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봉은사 소유 토지 10만평 매수에 대한 전모를 밝히는데 적극 협조해야 하며, 국가권력이 전통사찰의 토지를 수용하고 이용한 굴절된 지난 역사와 잘못을 바로잡고 불교계가 입은 막대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있다면 명확한 평가와 응분의 보상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추진 중인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진행을 자진 철회해야 한다. 봉은사와 선암사의 토지수용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종단과 종도들은 삼보정재의 수호, 불교와 종단의 주체성 확립, 불교사의 인식과 정리차원에서 문제제기 및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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