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 담은 禮心, 佛心

 

불교와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서양음악 영역에서 7년 동안 묵묵히 ‘음악포교’의 외길을 걸어온 음악인이 있다. 몇몇 스님과 지인들의 간헐적이지만 진한 후원의 손길에 순간순간 웃음 지었을 뿐, 그는 6년 동안 홀로 어두운 터널을 ‘신념’ 하나만을 부여잡고 달려왔다.
버거운 부채가 생겼고, 불교계의 척박한 음악포교 현실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또 그의 지인들도 ‘멈춰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후원회가 결성됐다.
오랜 숙원이었던 사무실 문제도 풀렸다. 대한불교진흥원 산하 ‘불교와 문화 사업단’과 업무협정을 맺고 다보빌딩(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열었다. 7년 만에 ‘신념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불교계 행사가 늘어나는 요즘 ‘물 만나 고기’처럼 바쁜 음악인이 있다.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강형진 씨<사진 designtimesp=9278>. 그는 1999년 2월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니르바나 오케스트라’)를 결성, 불교와 오케스트라의 만남을 처음으로 시도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음악포교는 일반적인 포교보다는 더욱 전문성과 예술성이 더해질 때 실효성이 있습니다. 전문 연주가의 공연 지켜보던 관객들이 서양음악이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발심하고 신심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니르바나 오케스트라가 비록 서양음악을 하고 있지만 음악포교의 천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지금은 바이올리니스트보다는 ‘음악감독’ 혹은 ‘단장’이라는 직함이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는 음악포교 분야에서의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의 잠재성에 주목하며, 자신의 가슴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신념과 그것을 지키고 실현하려는 의지를 펼쳐 보였다.
강 단장은 현대적인 포교 방편으로 ‘서양음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신념은 1999년 니르바나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로 했을 때, 사재(私財) 터는 용단을 내리게 한 결정적인 단초로 작용했다. 운영·재정난이 심각해질 때도 그 신념만으로 버텨냈다.
그에 따르면 음악은 삶의 전부를 담을 수 있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명상, 클래식 등 여러 장르의 음악 중에서 하나만을 편식(偏食)하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 불자라고 전통적인 불교음악만을 고집하는 것도 그렇다.
문제는 악보에 담고자 했던 삶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느냐 일뿐이다. 그래서 서양음악이라고 하더라도 ‘불교’를 담고자 했다면 어떤 무대에서건 관객의 신심을 북돋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는 강 단장이 추구하고 있는 ‘불교음악의 현대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니르바나 오케스트라는 불교계 유일의 서양음악 오케스트라입니다. 저는 현대화된 불교음악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시대의 정서에 어울리는 감상용 전문 불교음악을 창작하고 싶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기념 연주회 때마다 ‘지수화풍’ ‘밀레니엄 아리랑’, ‘참회로 많은 번뇌를’, ‘길노래’, ‘님맞이’, ‘룸비니동산’ 등을 발표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서양음악에 불교를 접목시키는 작업은 다분히 실험적일 수밖에 없다.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전통적인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것 외에도 명상, 요가, 그림 등과 무대를 공유하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것도 낯선 장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많은 이들을 공감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다.
니르바나 오케스트라가 최근 ‘테마가 있는 연주’의 첫 무대로 ‘이호신 화백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개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강 단장은 이번 음악회에 이어 요가, 영화, 시조, 폐사지, 경주 남산 등을 소재로 문화·문화재와 연주가 만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니르바나 오케스트라는 ‘미황사의 여름-니르바나 앙상블과 시조의 만남’(7월·해남 미황사)과 같이 태마가 있는 ‘이색 연주회’를 개최하는 것 외에도 ‘정기연주회’와 같이 전통적인 음악회며, 오는 11월 중 대원정사의 후원을 받아 마련되는 ‘소아암 환아를 위한 음악회’와 같이 나눔을 목적으로 한 음악회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나열된 연주회만 보면, ‘불교계에서 잘 나가는 음악인 혹은 오케스트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속내는 결코 녹녹하지 않다. 창단 이후 5~6년간은 그에게 너무 힘들었다. 연주무대가 되어야 할 불교계가 그를 외면했다.
제안하고 섭외하면 “마음은 있지만 …”이라는 대답만을 들어야 했다. 강 단장은 줄곧 ‘종단과 같은 제도권에서 후원하면, 서울문화재단이나 문화관광부 등의 후원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기업과도 공연계약을 맺을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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