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출의 계절이 왔습니다. 나라에는 총리를 비롯한 청와대비서관과 장관들이, 국회에는 몇 개의 지역에 보궐선거 후보들이, 태고종과 조계종 등 불교계에는 총무원장 후보들이 나와서 서로 자신들의 경륜을 살펴 선택해달라고 합니다.
 
누구나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과 사회 그리고 다른 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서 자신도 성취동기를 이룩하고, 조직과 사회 그리고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제대로 입증되려면 그들이 살아온 내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성실하게 내보이고 그에 맞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말 스스로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듯이 봉사하기 위해 나섰는가를 스스로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심이라면 그를 따르는 이들 즉 비서관이나 선거캠프의 사람들도 또한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야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좋지만 몇 걸음 물러나 그렇지 못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본인이나 주위사람들이 명심할 것은  “나”와 “내 것”은 없으므로 정말로 다른 이 즉 우리를 위해 봉사할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선택하는 주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설사 잠시의 방편으로 선택을 받을 지라도 끝내는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 불교 종단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 나서신 분들은 “그것 또한 지나간다”는 무상(無常)의 교리를 설파하고,  “나”와 “내 것”이 없음을 강조하며, “중도(中道)는 바른 길(正道)”라는 부처님의 초기 설법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내 캠프만 생각하거나, 우리 종단만 생각하거나, 우리 종교만 생각하는 이는 이미 붓다의 후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코삼비의 비구들이 2년간이나 부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을 때 입에서 단 내가 나도록 말씀하신 화합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다만, 중벼슬 닭벼슬만도 못하다는 발린 말은 이제 버려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쥬”라는 말처럼 “자리에 걸 맞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면 됩니다. 또, 벼슬로 생각하지 말고 붓다의 가르침에 충실한 청규를 지키는 소임자의 정신과 21세기의 시대정신에 걸맞게 자원봉사자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또 나의 봉사계획이 잘되었음을 밝히는데 힘을 써야지 다른 이의 못남이나 계획이 제대로 못된 것을 드러내는데 힘을 쓴다면 그 또한 붓다의 후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디 남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살피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돕는 맑고 향기로운 대표뽑기문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법현스님:열린선원 원장,관악산 자운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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