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가 명맥만 남은 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중앙신도회 내부에서 제기됐다. 임원들의 목적 인식 부재가 조계종단의 ‘해종언론’ 지정 지지 등으로 발현됐고, 교구신도회의 조직력과 신도단체와의 결합력도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중앙신도회 사업감사 김형남 변호사는 지난 26일 오후 3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감사결과를 보고했다. 

김형남 변호사는 먼저 행복바라미 사업의 꾸준한 진행과 신도회 중점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도단체 임원 연수와 조직활동에 대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가장 뼈 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지적은 중앙신도회 목적에 대한 임원들의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 일례로 중앙신도회가 지난 해 11월 4일 조계종 중앙중회에서 ‘해종언론’ 대책이 결의된 지 하루만에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은 신도회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는 의결 과정 없이 종권에 발을 맞추는 형식으로 언론탄압에 동참한 것은 구성원들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것. 또한 중앙신도회장이 해종언론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직책을 맡으며 법률적 대책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은 비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됐다.  

▲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61주년 기념식에서 중앙신도회와 내외빈들이 삼귀의를 하고 있다. (불교저널 자료사진)

김형남 변호사는 감사보고에서 “조계종단의 조치는 조선일보 광고불매운동보다 결코 경한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주체인 언론에 대한 근대시민사회의 보편적 시각과 벗어나는 지지성명서가 발표되고 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균형점을 상실했다”며 “중앙신도회는 신도조직으로써 승가에 대한 외호와 건전한 비판 사이에서 균형 있게 행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중앙신도회에 종단과 언론의 대결프레임을 완화시키고 대중공론의 장을 이끌어낼 것을 주문하면서 “‘해종언론’ 대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건전한 비판과 신도 입장에서의 승가조직의 건강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관단체에 대한 일부 임원진의 부당한 태도도 지적했다. 지난 3월 31일 중앙신도회 임원진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당시 이채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이 김무성 대표가 발언하는 중 새누리당 관계자의 주문으로 착석한 것을 두고 중앙신도회 대변인이 이채은 회장에게 “어른이 얘기하는데 왜 중간에 앉았느냐”는 질책성 발언을 했었다.

김형남 변호사는 “중앙신도회는 산하단체를 육성하고 자긍심을 배려해야함에도 일개인이 아닌 전국대학생 불교단체의 대표를 휘하의 부하로 치부하고, 정교분리 원칙에 의해 주체성과 자긍심을 지켜야 할 불교단체 대표 위치에 걸맞지 않은 굴욕적인 태도를 요구한 것은 중앙신도회의 목적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신도회는 지난 해 창립 60주년과 함께 24교구의 교구신도회를 모두 창립한 성과를 공표했지만, 교구신도회의 조직력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감사 보고에서는 “창립하는 만큼 와해되는 교구가 생겨나고 있고, 교구장의 이취임에 따라 신도조직이 와해되었다 생겨났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행정단위별 신도조직과 신도대표자 발굴 육성 활동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감사 지적에 이기흥 회장은 “실무자들이 감사에 대한 보고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종단과의 관계는 종단과 어긋나게 갈 수가 없다. 정치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치인 여나 야나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 편에 기우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신도 조직에 대해서는 중앙신도회가 열악한 사정에서 능력이 안 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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