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무속인이 의뢰인으로부터 과다비용을 받아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소위 치유명목의 굿이었을 텐데, 들어간 돈이 수억 원이라 했던가. 판결 내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굿 행위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보도다. 믿기지 않는 그런 ‘치유 행위’를 통해 환자나 그 가족들이 얼마간 위로를 받았을 거라
보아서다. 하나 그런 ‘인정’도 피해자가 치른 과다비용을 생각하면, 못내 씁쓸하고 찝찝하다는 뒷맛을 남기고 있다.

현대의학이 하루를 달리 하며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이때에도, 마술적인 치유행위가 버젓이 판을 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은 그치지 않고 있나. 질병의 원인에 귀신들림 현상이란 믿음이 깔려서인가. 아니면 무당의 ‘최면술’에 홀려, 제 ‘허술한 영혼’이 저지르고만 일인가.

사실 현대적 의학 치료에도 불구하고 잘 낫지 않는 질병들은 수두룩하다. 말기 암 같이 절망적 상황을 맞이해야만 하는 경우, 여러 합병증을 동반한 고질적인 선천적 질환이거나 악화일로의 만성질환, 그리고 다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 하며 치료를 했음에도 뚜렷한 호전이 없는 정신질환 같은 병들이 대략 그러하다.

이런 질병을 앓는 경우, 가족에게도 큰 스트레스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족이거나 수년 내지 수십 년을 치료하다 환자 케어에 진력이 난 가족은 심적으로 환자를 포기해버리기까지 한다. 가족 면회가 거의 없이, 장기간 요양/보호시설이나 정신병원에 방치하다시피 ‘내버려진’ 환자들이 적지 않음이 그런 실정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가족 가운데 치료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려는 경우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서일 것이다. 이런 마음에 무슨 잘못이 있을 리는 없다. 다만 환자나 가족들이 지닌 저변의 불안이나 두려움의 심리를 이용하여, 떼돈을 벌려는 유사 의료행위자들의 기만적 행위가 보다 큰 문제다.

사실 제반 의학적 진단검사를 하여 어떤 질병의 생리적/기질적 이상의 징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해도, 증상의 발현이나 그 정도는 그런 객관적 이상 소견에 비례하여 드러나지 않는다. 즉 어떤 병의 증상의 발현에는 여러 심리적, 환경적, 체질적 요인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돼있다는 게 상식이다. 난치병이라면, 갈수록 정신적/관계적 요인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을 겪으며, 동반하는 내면의 역동적 흐름이나 그 면모를 제대로 감지해내지 못한다. 환자든 그 가족이든 고질병으로부터 함께 고통스런 경험을 겪게 되면, 여기서 모면하려고 자신도 모르게 갖가지 심리적 억압이나 환상/공상 같은 것들을 품게 된다. 그런 심리 가운데는 불현 듯 운명이나 팔자를 탓하기도 하고, 병의 원인을 조상귀신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도 있으리라. 마땅히 에고가 앓는 병에는 ‘죄’ 혹은 ‘죄의식’이란 게 개입되기 마련인데, 이를 어떤 외적 요인 탓으로 돌려버리게 되면, 그 마음이 훨씬 덜 괴롭게 느껴지게도 된다.

무속인은 의뢰인의 그런 속사정을 꿰뚫어 보아 이미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는 난치병에서 비롯된 괴로움의 원인을 외부에서 개입된, ‘영적 장난’으로 몰아가며 나름 설득도 했을 게다. 의뢰인의 마음 저변에 있는, 마술적 기대감을 충족시키려는 의도에서다. 이런 ‘치유법’은 일종의 최면이요, 더러는 구업(舊業)에 대한 해원(解寃)으로 보일 것이고, 한 문화권 내에서의 특별한 위로의 방도로도 해석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난치병이 무당의 치료로 나은 경우가 있었던가. 그런 치유로 나았다면, 병으로 인한 ‘죄의 무게’가 좀 가벼워졌을 정도였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어디 무속인에게만 해당되겠는가. 각종 사이비 치유행태는 곳곳에서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다고 봄이다. 가령 어느 사찰에서는 빙의/퇴마를 전문으로 다룬단다. 거기에 수 천 만원이 들어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중증 정신병 환자에게 약을 끊으라 하는, ‘무모한’ 종교인도 있다. 두 말 할 나위 없이 이런 치유책은 임시방편적이고, 책임성도 결여돼있다. 사실 비용 대비-효과 면에서 빵점짜리임을 한참 지나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심하고, 조심해서 판단해야 할 일들이다.

-시인 · 블레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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