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올해 종무기조를 ‘희망의 길벗이 되겠다’로 정했다. 조계종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희망의 길벗이 되기 위해선 갈등과 시비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또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등과 시비가 있다면 이를 없애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하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법)의 제정에서 비롯됐다. 선학원은 애초 법인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조계종에선 특정세력의 주도로 공청회 한 번 가질 기회 없이 법인법을 제정·공포했던 것이다.

이 법인법이 지금 조계종과 선학원을 끝없는 갈등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해를 넘겨서도 이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는 한 선학원과 조계종은 양쪽 다 또 다시 날선 칼로 서로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때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패’를 하나 던졌다. 지난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법진 스님은 “종단이 법인법을 철폐하고 선학원의 재산권 인사권 운영관리권 등 재단고유권한에 대해 간여하지 않는다면 이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법진 스님은 25일 선학원 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법인법을 철폐하면 이사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원장 스님들 앞에서 공표한 것이다. 조계종은 이에 대해 즉각 응답이 있어야 한다.

조계종과 선학원이 갈등을 종식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다. 바로 법인법의 폐지다. 법인법의 폐지가 갈등종식의 정답이다. 이 정답을 비껴나갈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진 스님이 던진 패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결국 깊은 갈등과 첨예한 대립 끝에 얻는 결과란 참담한 상처뿐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비구니회가 자칭 선미모와 연대해 선학원과의 싸움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법은 찾지 못한 채 전선이 확대되는 현상은 누가 봐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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