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從頓悟了無生   자종돈오요무생
於諸榮辱何憂喜   어제영욕하우희
入深山住蘭若      입심산주란야
岑?幽邃長松下    잠음유수장송하

 

깨달음 얻고 보니 생사가 없는 것을
좋다고 웃지 말고 싫다고 울지마세.
깊은 산 토굴에서 고요히 수행하니
높은 산 깊은 골과 소나무 벗을 삼네.

 

마침내 스스로 견성오도(見性悟道)하고 보니, 본래 평등하며 일체에 차별이 없어서 생사까지도 없음을 확실히 보았는데, 이제 무슨 뜬구름 같은 세간의 명예나 시비 등에 말려들어 울고 웃고 하겠는가. 이제부터 참으로 번뇌 망상을 떠난 참된 선을[眞禪] 행하게 되었으니, 깊은 산 고요한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리라. 이것은 자성(自性)에 본래 생사가 없는 진리를 깨달아 얻은 뒤의 영가 스님 자신의 경지를 밝힌 대목이다.


란야(蘭若) - 범어 Aranya의 음역. 멀리 떨어진 곳이란 뜻. 곧 수행하기에 적합한 한적한 작은 암자. 정사(精舍)라고도 함.
잠음(岑?) - 잠(岑)은 산이 작으면서 높은 모양. 음(?)은 높고도 험준한 모양.
유수(幽邃) - 유(幽), 수(邃) 모두 깊고 그윽하다[深遠]는 뜻.

 

‘본래 나고 죽음이 없음을 바로 깨닫고 보니[頓悟了無生]’ 하는 것은 중생들의 현상세계에서는 나고 죽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그것을 믿고 못 믿고 등 갖가지 잠꼬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실상을 바로 깨닫는다면, 나도 또 내가 의지해 사는 이 세계도 모두가 임시로 존재하는 것이어서 참으로 무상한 것이므로 따라서 본래로 다 공한 것임을 확실하게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다.
‘나라는 것이 본디 없으니, 또 사라질 것도 없는 것이다. 모양 있는 것으로 이루어진 현상세계에 서서 자기 자신을 본다면 부모의 인연으로 어머니 태에서 나와서 잠시 살다가 죽어간다’는 것을 틀림없는 사실로 보겠지만, 실상인 본분세계에는 생겨나고 죽어가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듣고서 머리로 관념적으로 이해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진실한 실상의 세계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니 어디까지나 체험을 통하여 진실한 자기 자신의 본래면목을 확실하게 보는 경험을 겪지 않고서는 절대로 움직임 없는 확신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본래 생명이 없는 본분세계를 확실하게 깨달아 안다면[頓悟無生法忍] 허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세속적 세계에서 설사 일시적으로 부귀영화를 얻거나, 또 도탄의 고생을 하는 밑바탕 세상을 헤매거나 하는 어떤 경우에 있게 되더라도 그에 따라서 환희할 것도 지나치게 비탄할 것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저러 한 것이 도무지 다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음을 아는 까닭이다. 범부 중생의 세계에 처해 있어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지만 확실하게 자기의 실체를 알고 볼 때에 그러한 데에 울고 웃는 일이 없는 경지가 되었음을 영가 스님은 당당하게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진정한 좌선정진에 들어서서 이 이상 그 무엇을 더 구할 것 아무것도 없고 생사에서 초월하여 세속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게 된 본분의 세계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을 깊은 산 토굴에서 고요히 수행하니 높은 산 깊은 골과 소나무를 벗을 삼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優遊靜坐野僧家   우유정좌야승가
쩦寂安居實蕭灑   격적안거실소쇄
覺卽了不施功      각즉요불시공
一切有爲法不同   일체유위법부동

 

산승이 암자에서 유유히 좌선하니
한적한 살림살이 참으로 깨끗하도다.
깨치면 그만이요 더 다른 공부 없고
허망한 유의법의 차별과 같지 않네.

 

깨달음을 얻어 인생의 일대사 인연을 해결해 마친 도인이 고요히 앉아 정진하는 곳은 어디라도 언제나 한적하게 안거하는 곳이 되니, 참으로 깨끗하며 자유롭고 활달하여 자유자재의 경계이다. 본래로 성불인 자기의 본면목[本來成佛 自己面目]을 스스로 바로 깨치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다시 또 무슨 수행의 공덕과 과보를 구할 것인가. ‘배움이 끊어진 한가한 도인’에게는 모든 단계적인 공리적인 것이 필요 없으며 무위법도 취함이 없거니, 하물며 유위법을 구할 것인가.

 

우유(優遊) - 망상을 제하지도 않고 진실을 따로 구하지도 않고 마음속에 아무런 걸림도 없이 아주 넉넉하고 편안한 경지를 표현.
격적(쩦寂) - 아주 한가하고 고요한 상태를 표현.
안거(安居) - 범어 Varsa 혹은 Varsika, 빨리어 Vassa를 한문으로 번역[音譯]한 것. 수행자들이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수행처에 모여서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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