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예법이다. 부처님은 팔정도를 통해 항상 바른 말[正語]을 하라고 당부하셨다.

‘바른 말’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경계하는 데에서 지켜질 수 있다. 네 가지란 첫째가 거짓말이요, 둘째가 이간질이며, 셋째가 거친 말이고, 넷째가 쓸데없는 말이다.

말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생각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는 말처럼 생각을 다듬어 신중하게 구사할 때 인품과 사람의 향기를 전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말이든 한 번 입 밖에 나오면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인일수록 또는 사회의 지도층일수록 말에 대한 책임감이 강조된다.

단순히 혀로 내뱉는 것은 진정한 말이 아니다. 진정한 말이란 정보의 교류와 소통이라는 의사구조를 갖는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8년간의 사상적 논쟁을 벌였던 고봉 기대승(1527~1572)은 명종 앞에서 그의 제왕학(帝王學)을 펼쳐 보였는데 그 내용 가운데 언로(言路)를 뚫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언로는 사람의 혈관과 같아 막히면 죽는다는 게 고봉의 지론이다. 그는 “제왕의 눈과 귀는 그 언로를 향해 항상 맑게 열려 있어야 하고, 감지되는 바가 있으면 언제나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제왕의 눈과 귀가 막혔을 때는 사대부들이 목숨 걸고 그것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봉은 사람의 혈관에 비유하여 말의 길[言路]이 막히는 것을 경계했다. 이렇듯 말은 사람 사이의 혈관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중요한 기능을 알지 못한 채 거친 말과 욕설로 사람을 대한다면 그 스스로 자멸과 훼손의 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처님은 《법구경》 ‘도장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듣기 좋은 착한 말을 하라/마치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
그는 모든 시비의 논의를 없애고/속세에서 벗어나 편안해 지리라.
(出言以善 如叩鐘磬 身無論議 度世則易)

새해 아침을 여는 덕담은 누구나 듣기 좋은 착한 말, 즉 정어로 하길 바란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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