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을 실천하여 얻는 일곱째 공덕은 열반을 얻기 위한 네 가지 일[四事]이다. 열반을 얻는데 있어서 이 네 가지 일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다. 곧 첫째는 선지식을 친근함이고, 둘째는 전일한 마음으로 법을 들음이며, 셋째는 마음을 두어 생각함이고, 넷째는 여법하게 행을 닦음이다.

열반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네 가지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이 훌륭한 선지식을 얻는 일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나 불도를 닦는데 있어서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열반경》에서는 종합적으로 이러한 선지식이 왜 필요한지와 우리가 구해야할 선지식의 요건, 그리고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얻는 이로움까지 밝히고 있다.

먼저 우리가 올바른 길에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올바른 스승의 자세에 대해 경에서는 기본적으로 제자를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하며, 설사 제자들이 믿지 않더라도 항상 교화하여야 하고, 스승은 제자를 인도하는 것에 대해서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이런 선지식은 경에서는 부처님과 보살과 벽지불과 성문과 방등경전과 방등경전을 믿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중국의 천태 대사는 우리가 불도를 닦는 데에 필요한 선지식을 셋 들었다. 첫째는 외호선지식으로, 우리 의식주를 지원해주어 수행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선지식이다. 둘째는 동행선지식으로, 같이 수행하면서 도움을 주는 선지식이다. 셋째는 교수선지식으로, 나의 가르침이 모자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선지식이다. 이런 선지식은 우리가 평생 구하여 함께해야 할 선지식이다. 그런데 《열반경》에서는 선지식의 요건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잘 제어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첫째는 시종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여 지도해야 하고, 둘째는 잘잘못을 지적하여 꾸짖을 수 있어야 하며, 셋째는 이 둘을 모두 겸해야 한다고 하였다. 부처님을 조어사라고 하는 이유도 삼계의 중생을 사무애지(四無碍智)로 잘 조어(調御)하여 불도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열반경》에서는 이와 같은 의미로 보살과 부처님을 가장 진실한 선지식이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경에서는 훌륭한 선지식에 대해서 훌륭한 의원, 뱃사공, 설산의 약, 설산의 사가약, 향산의 아뇩지, 난다용왕, 팔술(八術)의 의원과 같이 일곱 가지 비유를 들어 설하고 있다.

첫째, 부처님과 보살은 훌륭한 의원과 같은 선지식이라 한다. 훌륭한 의원은 병을 알고 약을 알아서 병에 맞추어 약을 주어 낫게 하는 것처럼, 불보살도 중생에게 삼독의 병이 있음을 알고 그에 맞추어 법을 설하여 번뇌를 여의게 한다. 옛날 의사들은 8가지 치료법을 가지고[八術] 병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곧 몸의 병을 치료하고[治身], 눈병을 디스리며[治眼], 종기를 다스리고[治瘡], 어린아이를 치료하며[治小兒], 독을 다스리고[治毒], 태를 다스리고[治胎], 삿된 것을 다스리며[治邪], 별자리를 아는 것[知星宿]이다. 이 팔술을 사용하는 의원이 병의 증세에 따라 풍병이 있는 자에게는 타락기[酥乳]를 주고, 열병이 있는 자에게는 석밀(石蜜)을 주고, 수병(水病)이 있는 자에게는 강즙[薑湯, 생강탕]을 주어 치료하듯이, 불보살도 중생들이 탐·진·치의 병이 있음을 알고, 탐욕의 병에는 백골관을 닦게 하고, 화내는 병에는 자비관을 닦게 하며, 어림석음의 병에는 십이인연을 관하게 하여 치료한다.

둘째 훌륭한 선지식은 훌륭한 뱃사공과 같다. 훌륭한 뱃사공이 배를 저어 사람들을 잘 건네주듯이 불보살도 생사의 바다에서 중생을 열반으로 잘 건네준다.

셋째, 설산은 갖가지 미묘한 약의 근본이 되듯이 불보살은 모든 선법의 근본이 되어 선한 법의 근본을 구족하게 닦도록 한다.

넷째, 선지식은 설산의 명약 사가(娑呵)와 같다. 어떤 사람이 사가약을 보면 목숨이 늘어나고 병이 없어지며, 독이 해를 입히지 못하며, 약을 닿은 사람은 수명이 120세에 이르고, 이 약을 생각하는 숙명통을 얻는다고 한다. 불보살도 이와 같아서 만일 보는 이는 모든 번뇌가 소멸하고 네 가지 마군이 산란하지 못하며, 부처님 법을 들어 접촉하는 이는 목숨이 단명하지 않고 생사가 없으며, 늘 생각하는 이는 아뇩보리를 얻는다.
다섯째, 선지식은 향산의 아뇩지(阿耨池)와 같다. 향산에는 아뇩달의 연못이 있어서 죄 지은 이가 여기서 목욕하면 모든 죄가 소멸되듯이, 중생들이 불보살을 친근하면 모든 죄악이 소멸하게 된다.

여섯째 이 땅의 약풀이나 초목들이 가뭄으로 말라 죽게 되었을 때 난다용왕과 우파난다용왕이 중생을 가엾게 여겨서 바다에서 나와 비를 내려 이들을 모두 소생시킴과 같이, 불보살이 자비의 마음으로 지혜 바다에서 감로비를 내려 선법을 얻게 함이다.

일곱째, 훌륭한 의원은 병자의 병만 보고 치료하듯이 불보살도 중생의 번뇌의 병만 보고 자비로 치료해준다는 것이다. 훌륭한 의사라면 그 사람이 훌륭한 문벌의 사람인지 아닌지, 단정한지 추한지, 재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고, 오직 환자의 병만 보고 치료해 주므로 세상에서 훌륭한 의사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불보살도 중생들의 번뇌의 병만 볼 뿐, 문벌이나, 단정하고 추한 것이나, 재물의 여부를 보지 않고 자비의 마음으로 법을 설하여 번뇌의 병을 없애주므로 훌륭한 선지식이라 한다.

불보살이 세상의 등불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일곱 가지를 갖춘 훌륭한 선지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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