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신도들이 자각하는 2016년 됐으면”

[종단]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 허태곤 대표
2015년도 한해동안 일어난 불교계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동국대, 용주사, 봉은사, 해인사, 마곡사를 비롯해 송담 스님의 탈종 및 선학원에 대한 법인법 문제 등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은 많은 문제들이 불교계를 뒤흔들었습니다. 불자로서 부끄럽고 힘든 한 해였습니다.

새해는 재가신도들이 자각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스님들을 매개로 복을 기원하는 행위나 스님들의 범계 행위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찰과 종단이 사부대중 공동의 운영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다니는 사찰, 내가 속한 종단이 어찌 되었건 개인의 신행에 안주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새해에는 이런 문제들이 하나씩 순리대로 해결되어 자랑스러운 동국대학으로, 또한 불자와 일반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희망찬 불교, 당당한 스님, 편안한 휴식을 주는 사찰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국내외를 비롯하여 지구촌이 분쟁·테러와 기후변화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지혜와 인내와 노력으로 희망과 기쁨을 함께 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복보단 현실에 적극 참여해야

[신행] 이용성(풍경소리 사무처장)

▲ 이용성 사무국장
불교는 서구유럽종교와 달리 신앙이란 측면보다 신행이란 말이 강조된다. 신에 의지하는 유럽종교는 신앙이 맞지만 자신의 행위로 인해 신분이 결정된다는 불교에선 실천적 의미가 담겨있는 신행을 남달리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신행이 아니고 기복신앙에 빠져 있다. 전국의 대부분 사찰에서는 기도위주로 신도 모임을 갖고 있고 재일에 맞춰 저마다 관음기도 지장기도 약사기도 등을 봉행한다. 오늘날 재가불자의 신행이 낙후한 원인은 여기에 기인한다. 신행은 기도보다 현실적 참여에 주안을 둬야 할 것이다. 이번에 아름다운동행에서 2016 지원공모사업에 ‘젊은부처들’ 등 11개 단체를 선정해 지원금을 전달한다고 들었다. 젊은 부처들은 지진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네팔을 복구하기 위한 봉사활동단체라고 한다.

신행운동은 이같이 현장과 현실을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신행운동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불교의 대승사상과 보살정신은 신행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지침이자 방향이다. 대승과 보살정신이란 다름 아니다. 자비사상이다. 아픔을 덜어주고 소외된 이를 보듬으며 함께 행복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비다. 신행운동은 자비의 실천이다. 자비는 물질로만 행하는 게 아니다. 따뜻한 미소와 친절도 얼마든지 훌륭한 자비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계에는 이런 저런 신행단체들이 많다. 하나 바람이 있다면 신행단체들도 협동조합을 모델로 활용해 소속감과 실천력을 담보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다면 신행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


포교 기여 스님 우대 정책 펼쳐야

[포교] 계성 스님(전등사 주지)

▲ 계성 스님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가 활성화돼야 한국불교의 미래가 밝다. 그러나 현재 포교의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일선 사찰의 포교의지가 기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갈수록 어린이 법회나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법회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한국불교의 포교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포교에 대한 열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종단이 포교를 열심히 하는 스님을 우대하는 종책을 실시하면 포교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조계종 <본말사주지인사규정> 제7조 ‘품신특례’에 의하면 교구본사 주지는 말사 주지를 품신함에 있어서 1. 재임중 종정 또는 총무원장 명의의 표창을 받은 자 2. 임기 중 사찰등급조정규정상의 사찰 등급을 2등급 이상 상승시킨 자 3. 임기중 불사를 통하여 사찰 환경을 크게 개선한 자 4. 종단의 종무행정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여 다른 사찰의 모범이 되는 자 5. 교육원장이 인정하는 교육업적이 뛰어난 자 6. 포교원장이 인정하는 포교업적이 뛰어난 자를 우선하여 품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만 있을 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포교에 남다른 기여와 공적을 이루고 있는 스님에 대해선 주지 인사 때 우대를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주지는 부처님의 전법도생 부촉을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찰 불사나 종무행정의 성실한 이행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포교다. 포교사가 우대받는 풍토가 정착되길 바란다.


불교와 대중문화의 결합으로 문턱 낮춰야

[문화] 김민지 마인드디자인 대표

▲ 김민지 대표
젊은이들에게 수행문화로서의 불교문화를 알리고, 불교의 문화적 자원을 대중화시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수행’은 자기개발을 갈망하고, 힐링과 치유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을 불교로 이끄는 더없이 좋은 유인 매개체입니다. 누구나, 언제든, 어디에서든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수행문화와 모든 것을 유기적인 관계로 보는 철학, 긍정적인 사고 전환, 실생활에서의 적용과 변화는 현대사회에 좋은 에너지로 쓰일 것입니다.

둘째, 각개 사찰이 지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대중문화와의 결합도를 높여 불교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사찰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사찰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찾아 발전시키는 ‘사찰 브랜딩’을 통해 각개 사찰에 대한 디자인을 구축하고 사찰의 주요 정신을 담은 상품 및 기념품을 제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한 철저하게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기획해 성공을 이끌어낸 ‘불교만화전’ 사례에서처럼 이미 검증된 대중문화 위에 불교문화를 녹여낼 때 대중의 호응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음악, 공연, 디자인, 미술 등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불교의 융복합을 시도하고, 또 이런 시도를 계속할 인재를 육성하고 장을 마련하는 데 불교계는 더 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과학과 불교학 융합 노력 절실

[학술] 김성철 동국대 교수

▲ 김성철 교수
2015년 한 해는 특수학문인 불교학이 보편학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다.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을 수상한 박재현 교수의 《만해 그날들》은 불교계 바깥에서 보더라도 굉장히 설득력 있고 참신한 작품이다. 미붓아카데미의 ‘불교로 철학하기’ 강의도 대성황을 이뤘다. 또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이 주최한 ‘불교와 뇌과학’ 학술대회도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불교학이 불교 안에서 머물던 것에서 바깥을 향하는 이런 모습들은 불교학이 보편학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 한 해 불교학계는 학제 간 융합을 통해 과학이론과 불교교학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명과학, 로봇, 정보통신, 뇌과학, 진화론 등 과학이론은 첨단 연구 성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불교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과학이론을 불교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리 사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불교적 실천방안을 불교학계가 제시해줄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했을 때라면 불교와 정치권력의 관계를 재조명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현대 고승들의 생애와 사상, 교화, 영향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근세부터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한국불교에는 무수한 큰스님들이 출현하셨다. 자취가 남아있는 지금 그분들의 생애와 사상, 교화, 영향 등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힐 자산이 될 것이다. 최근에 성철·탄허·한암 스님 등 몇몇 큰스님들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문중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문중의 지원 여부를 떠나 현대 한국불교에 영향을 끼친 모든 스님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퍼주기 지양·지역 기반 국제구호 이뤄야

[국제구호] 하도겸(나마스떼코리아)

▲ 하도겸
2015년 한해 국제구호활동가와 단체들의 화두는 4월 25일에 일어난 ‘네팔대지진’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3월 발족된 ‘한국불교국제개발협력협의회’(약칭 불국회)가 한 달 만에 정처없이 표류하게 된 것도 이 참사 때문인가? 반면 네팔 현지 한인 사회, 특히 기독교 선교사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서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에는 불교계 단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제구호 등을 함께 논의하며 세계적인 참사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순수 민간조직인 NGO는 긴급구호 및 재건복구 양면에 있어서 하나의 조직으로 현지 지부 그리고 국제 NGO(INGO)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은가?

(재)선학원의 지원으로 네팔 현지 봉사를 다녀온 나마스떼코리아가 현지 영화인과 화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영화상영과 작품전시를 포함한 ‘네팔문화제’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물질공세를 떠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시도였다. 현재 우리 NGO들은 퍼주기식의 국제구호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해 INGO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그 활동영역과 방향을 확대하고 있다. 가난을 돈으로 해결하고, 운영도 못할 학교만 보여주기 식으로 떡하니 지어주는 식의 활동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취업교육을 장려하고 부족한 학교 선생님과 장학금. 그리고 Wifi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고효율적인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등지고 새로운 2016년에는 우리 불교계 NGO들도 지금과는 다른 방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며 한층 더 약진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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