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 속에는 원숭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부처님의 전생담 가운데 부처님이 한 때 원숭이 왕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원숭이 왕은 자신의 목숨을 던져 동족들을 구한다는 게 내용의 줄거리다. 반면 자신의 얕은 꾀에 넘어가 떼죽음을 당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다. 부처님 일대기를 다룬 또 다른 불전에는 원숭이가 부처님께 꿀을 보시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먼저 원숭이왕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어떤 들판에 원숭이 500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밤 숲 속에서 놀다가 큰 나무 아래 머물게 되었다. 큰 나무 아래에는 우물이 있었는데 마침 달이 우물 속에 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원숭이 왕은 무리에게 말했다. “달이 죽어 우물에 빠졌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달을 꺼내자. 그래서 세상의 긴 밤이 어둡지 않도록 하자.” 원숭이 무리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저 달을 어떻게 꺼낼 수 있나요?” 원숭이 왕이 말했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나뭇가지를 잡으면 누가 내 꼬리를 잡아라. 그 다음 누가 또 꼬리를 잡고 이렇게 줄줄이 잇달아 잡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면 달을 건질 수 있다.”

왕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 원숭이들은 줄줄이 꼬리를 잡고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원숭이의 수가 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원숭이들은 우물 속에 빠져 모두 죽고 말았다.

이 원숭이 이야기는 얕은 재주와 꾀를 과신하지 말라는 경책이 담겨 있다. 또한 허상을 실제로 여겨 집착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조롱하는 해학적 가르침도 읽을 수 있다.

▲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삼불원 원숭이상. 해석에 따라 바른 것이 아니면 보지 않는다는 지혜의 상징으로도, 본질을 놓고도 보지 않으려 하는 어리석음으로도 풀이된다.

두 번째 원후봉밀 이야기.

부처님 당시 인도인들이 통속적으로 믿고 있던 교설은 업보윤회설이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통속적 관념을 믿고 있는 당시의 대중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보시와 계율을 강조했다. 즉 다른 이에게 보시를 행하고 자신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계율을 준수하면 그 과보로서 하늘에 태어난다고 했다. 이러한 업보설을 쉽게 설명하는 불전도가 <원숭이가 부처님께 꿀 공양을 올리는 원후봉밀(猿奉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바라문의 식사에 초대받아 갔다가 기원정사로 돌아오는 길에 연못 주위에서 한 마리의 원숭이를 만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원숭이는 부처님의 발우에 꿀을 넣어 드렸는데 부처님은 그것을 물로 희석해 제자들 모두와 함께 나누어 드셨다. 원숭이는 너무 기뻐 춤을 추다가 발을 잘못 디뎌 구덩이에 빠져 죽고 말았다. 하지만 원숭이는 부처님께 꿀을 공양한 지중한 인연 덕에 부처님을 공양에 초대한 바라문의 아들로 인간계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

보시의 공덕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일러주는 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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