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가불교운동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대담자들.

 

지난 한해 한국불교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도박, 은처, 절도 등 승단을 향한 각종 범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몇몇 종단은 종권 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선 듯한 한국불교를 그나마 지탱한 것은 과거와 달리 한국불교의 현실을 지적하고 승단에 자정을 촉구하며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재가자들이었다. 이번 대담은 ‘깨어있는 재가불자가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힘’이라는 전제에서 재가불교의 현실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했다. 대담자로는 김재영 청보리회 지도법사,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서울대 교수),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이 참여했다. 대담은 12월 16일 오후 2시 본지 회의실에서 열렸다. <편집자 주>

맹목적 깨달음 지상주의가 불교 망쳐…고통의 문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출가와 재가 삶의 방식 차이 있을 뿐 역할은 평등…재가 사부대중의 공동주체

재가불자의 정의

우희종 : 재가불자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김재영 : 재가불자는 출가승을 외호하는 역할도 있지만,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라고 하는 불교공동체의 주체이다. 그 본질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영란 : 재가와 출가의 공통점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공동체 안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출가자 외호를 재가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을 시대적인 흐름을 따지지 않고 어느 시대나 관통하는 절대적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재가자들이 우리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김재영 : 현재 재가는 종단의 모든 영역에서 오로지 추종자로서 출가자들을 외호하고 공경하는 자들로만 평가되고 있다. 재가는 사부대중공동체의 주체로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 출가 우월주의가 강조되다 보니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의 추종자들로 왜곡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불교를 참담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종단의 모든 문제를 오로지 출가자들이 결정하고 재가자들은 아무 말 하지 못하는데 있다.

우희종 : 외호는 수행하는 분들을 보살펴주는 것인데, 그 말 속엔 굴종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굴종의 신앙으로부터 주체적 신앙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영란 : 외호는 출가자가 아니라 상가 자체를 외호하는 것이다. 상가 안에 재가불자도 포함돼 있는데 스님만 외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호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가불자의 지위와 역할

우희종 : 21세기에 재가불자가 갖는 지위와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김영란 :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에게 사부대중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상가의 일원이고 불법을 전파하고 지키는 주체자라고 선언하는 태도와 실천이 필요하다. 재가운동이 가야할 방향은 출가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재가자 스스로 왜 불법을 믿고 왜 수행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가 불교운동의 주인이라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 김재영 청보리회 지도법사
김재영 :출가자와 재가자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평등하다. 차이는 있지만 출가자들은 출가라고 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재가자들은 재가자라는 삶의 방식을 통해 불교의 목적을 추구해 가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재가자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은 불교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현대적 의미로 사회적 평화의 실현이다. 이것을 해결해야 될 책임이 우리 재가불자들에게 있다.

우희종 : 재가자의 지위는 과거나 현대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으로 출·재가는 출발부터 평등하다. 현대사회라고 해서 지위가 바뀔 것은 없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재가불자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 초기불교에서는 출가해서 깨달음을 전문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했다면, 대승불교에서는 삶의 현장에서 상구보리하화중생의 보살의 삶을 실천하기 쉬운 이들이 재가자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불교가 과연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사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돌아볼 때 우리 재가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한국불교의 병폐는?

김재영 : 한국불교는 이 사회를 이끌지 못하는 무능한 추종자로 전락했다. 7,80년대는 절에 가면 절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쳤다. 그런데 2015년 이 시점에선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학생들은 법회에 나오지 않고, 대불련은 사실상 해체된 상태나 다름없다. 한국불교는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고 무능한 추종자로 전락했다. 이 한 마디 속에 한국불교의 병폐가 다 들어 있다.

김영란 : 부처님은 초전법륜에서 고통의 원인과 해결하는 방법을 말씀해 주셨다. 불교가 해야 할 일은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벗어나게 할 것인가 알려주고, 그 고통도 사실은 실체가 없다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몇몇 권승이 권력에 탐착하는 모습을 보면 불교가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너무 격리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불교는 제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불교의 수승한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사장 역할을 함으로써 수승한 법을 유치한 원시신앙 형태로 떨어뜨리고 이다. 이것이 가장 큰 병폐다.

▲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우희종 :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 스님들부터 사찰관리인 또는 불교자본가로 전락한 데 문제가 있다. 조선 개국 이후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는 우리 사회에서 주류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7,80년대 경제 성장기와 더불어서 사찰이 부유해졌다. 신도 한 명 한 명이 돈 얼마다 하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한국불교가 수행과 회향이라는 좋은 틀을 잃어버리고 불교자본가로서 안주하게 됐다. 한국불교는 사회에 기여하거나 신도들을 수행으로 이끌려는 의지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한국불교가 깨달음만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깨달아야 한다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거의 없다. 대승불교라면 깨달음은 삶의 현장에서 회향돼야 한다. 그런데 깨달음만 강조하다보니 수행과 회향을 분리시켜 놓고 수행 장사를 한다. 여기에 한국불교의 병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재영 : 깨닫고 한 소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환상에 빠져 있다. 본질적으로 얘기하면 2700년 동안 내려오면서 세계불교 전체가 부처님 본래의 불교 모습을 상실한 채 허상에 빠져 있다. 깨달음을 위해 모든 것을 매몰시키는 깨달음 절대주의, 맹목적 깨달음 지상주의가 불교를 망가뜨리고 있다. 부처님 본래의 불교는 고통의 구원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고통에 차 있다. 부처님은 “나는 오로지 고통의 원인과 치유에 대해서 말할 뿐”이라고 말씀하셨다. 깨닫는다고 고통이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깨달음에서 고통으로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문제로, 고통의 현장으로 들어가라, 그것이 출·재가나 세계불교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 아닐까 생각한다.

우희종 : 고통의 현장, 즉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깨달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깨어있는 삶이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고통의 화택인 삶의 현장에서 너와 내가 함께 고통의 세계에서 벗어나 이고득락으로 가고자 하는 ‘깨어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깨달음의 형태’로 제시하면서, 고통의 현장에서 이고득락으로 가고자 하는 깨어있음을 방해하는 게 한국불교의 현주소다.

김재영 : 삶의 현장에서 보살행을 하면 그 자체가 깨달음이다. 삶의 현장에서 고통을 같이 나누며 그것을 치유하려고 애쓰는 보살의 삶이 깨달음이다.

김영란 : 우리도 깨닫지 못했으니까 부처님 말씀이나 선사의 말씀에 근거해서 깨달음이란 이런 거구나 유추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깨달음의 정의가 다양하다. 고통의 현장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불자로서 근본적인 삶의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맞다고 본다. 그래서 깨달음을 절대적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층적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전제로 다양한 실천적 삶이나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깨달음을 추구하고 어떤 분들은 삶의 현장에서 보살행을 추구하는 다양한 태도나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희종 :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에 보면 보살행의 삶을 살기 위해서 강조되는 것이 사상(四相)이다. 조계종도 소의경전인의 가르침처럼 사상을 버리고 그것에 바탕해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소의경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마치 깨달아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식의 논리로 많은 사람들을 혼란시킨다. 소의경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행체계를 만들지 않고 깨달음을 절대화시켜 깨달음 장사를 하는 게 참으로 아쉽다.

김재영 : 금강경 기본 정신 가운데 하나가 깨달음 절대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다. 금강경은 내가 깨달은 바, 깨달을 바 법이 없다고 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눈이 생겨났다”고 표현했다. “눈이 생겨나서 있는 그대로 본다”고 했다. 정신 차리고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면 그게 깨달음이다. 그러니 무수히 다양한 깨달음이 있는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정신 차리고 있는 현실 그대로 보고,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행위하면 그게 깨달음이다. 아버지는 아버지 자리에서, 기업가는 기업가의 자리에서, 현실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행위하는 그것이 깨달음이다.

우희종 : 한국불교의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서 재가불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

김영란 : 한국불교의 병폐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는 재가자는 극소수다. 그래서 재가 내부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재가불자들이 한국불교의 중심으로 설 수 있도록 우리 안에서 먼저 운동해야 한다.

우희종 : 문제의식을 공유해기 위해선 재가자들이 한국불교의 병폐를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 워낙 굴종적으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문제를 지적만 해서는 안 되고 재가자들이 제대로 수행하고 회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모습의 재가자상은 무엇인지 제시해 줘야 한다. 저는 그걸 ‘바른불교운동’이라고 말한다.

재가불교운동의 방향

김재영 : 재가운동을 얘기할 때 꼭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은퇴해 멀리 떨어져서 보니 제대로 활동하는 재가단체가 없다. 7,80년대에는 재가불자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어린이·청소년, 대학생, 청년 단체만이 아니고 기성 단체들도 많았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소멸 상태에 들어갔다. 승단의 끊임없는 분열과 물리적 투쟁 시기와 겹친다. 그 당시 재가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내부 분쟁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몇 개 안 되는 단체가 싸우기만 한다. 싸우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불교운동을 세속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불교재가운동의 방향 중 하나는 불교적인 방식으로 재가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희종 : 부처님은 육사외도를 찾아가 다 논파하셨다. 지금 재가단체가 승가를 비판하는 것은 승가가 파벌을 형성해 승단을 분열시키고 이권 다툼을 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승가 문제를 공론화해서 바로잡는 단체와 그렇지 않는 단체를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 길지는 않지만 재가단체의 활동을 1년 정도 들여다보니 특정 스님 파벌을 대변해 싸우고 있는 단체가 있다. 재가운동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권 다툼의 모습이 아닌, 종단 내부의 문제를 공론화해서 치료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다만 한국불교의 병이 워낙 깊다보니 불교적인 비폭력적 방법으로 접근했을 때, 공론화되지 않고 덮이는 상황을 어떻게 공론화하고 문제화할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 전국선원수좌회가 두 번이나 찾아가 이야기기해도, 재가자들이 1080배를 하면서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태에서 이런 점은 현실적인 문제다.

▲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김영란 : 앉아서 기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다 수행이다. 손가락을 저쪽으로 가리키고 비판하고 시정하라 요구할 때도 우리 내부에서는 그 운동을 수행의 연장선상에서 해야 한다. 재가자들은 생업이 있다 보니 재가운동은 급하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문제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조심하려고 해도 비불교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 때문에 수행도, 운동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너무 성과에 급급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다. 그래서 상대가 빨리 변화하길 바라고, 왜 빨리 변하지 않느냐고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 아니라, 속도와 상관없이 함께 운동하는 이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투쟁방식과 전략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우희종 : 재가단체에서 승가의 문제를 지적하고 싸울 때 상대방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지적하고 싸워야지, 그것이 분노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재가단체 안에서 공유되지 않는 것은 상당수 재가단체들이 스님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 : 스님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재가단체가 꽤 많다. 스님들의 보시로 유지되고 그 분들이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리는 종속적 관계가 이루어지다 보니 불교시민운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김재영 : 출가 승단의 불의에 대해서 재가들이 비판하는 것은 불경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승단이 싸우니까 코삼비 시민들이 공양거부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승단에 대한 비판은 불교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스님들을 비판하는 것보다 불교를 바르게 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스님들 잘못하는 것만 생각하면 거기에 휩쓸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우리들의 큰 에너지를 불교를 바르게 하는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불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포교원에서 재가법계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좋은 의도로 만들었겠지만 불교사에 없는 일이다. 부처님 당시에는 스님들한테도 법계제도가 없었다. 원로 스님에 대해서는 ‘존자여’라고 불렀고, 후배 스님에 대해서는 ‘도반이여’라고 불렀다. 재가원로도 ‘존자여’라고 불렀다. 부처님 당시 출·재가 차이는 생활 방식의 차이였을 뿐이다. 출·재가는 대평등이었다.

출가와 재가의 바람직한 관계

우희종 :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재영 : 흔히 불교공동체를 상가라고 부르는데, 기본적으로 오류다. 부처님 당시에는 불교공동체를 빠리사라고 불렀다. ‘둥그렇게 둘러앉다’라는 뜻이다. 부처님 당시 불교공동체는 평등하게 둘러앉아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동체였다. 사부대중의 바람직한 관계는 평등 속에 상호 존중이어야 한다. 우리는 당당한 빠리사의 대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불단에 가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의미로 세 번 절하는 것은 신앙의식으로 마땅히 해야 하지만, 스님 개개인에게 삼배를 요구하는 것은 본분에서 어긋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출가나 재가나 서로 먼저 인사하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불교가 살아난다.

김영란 : 현대는 굉장히 복잡하다. 사람들이 수많은 고통 속에 있고,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교단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부대중공동체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각자의 역할들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그것을 확립해 나가는 방식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비구승단에게 요청하거나 부탁해서가 아니라, 당당하고 분명하게 사부대중공동체의 일원임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불교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사부대중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점을 많이 공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희종 : 평등의 문제는 달리 보면 굴종으로부터 주체적으로 일어서는 자세의 문제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먼저 의식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신도들을 굴종화 시켰을 때 그 이면에는 이권이 있다. 종단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도 이권 다툼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사찰이 풍요로워지고 주지가 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되다 보니 그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최소한 평등한 사부대중공동체로서 주체적인 신도회를 만든다면 사찰재정은 투명해지고 돈 선거는 필요 없어진다. 그래서 각 사찰에 주체적인 신도회를 건립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체적 신도회를 하려고 봤더니 종헌 종법에 그런 규정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만 있을 뿐이다. 바른불교재가모임에서는 주체적인 신도회 구성을 법제화할 수 있도록 종단에 요구하고 있다.

김재영 : 재가운동하는 분들에게 부탁한다. 승단을 비판하되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 또 재가역량을 끊임없이 확대해 가야 한다. 그것이 스님을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재가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재가가 한국불교의 희망이기 때문에 정예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게 시급한 목표가 돼야 한다.

김영란 : 모든 힘은 누가 부여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내가 부처님의 제자라는 것, 부처님 법을 받들고 수행하고 있다고 하는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 그런 분들이 있지만 소수이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재가 역량을 모으고 결집해야 한다.

정리 =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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