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 함께 하는 삶을 삽시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새해를 맞아 ‘약자와 함께 하는 삶을’ 주제로 불기 2560년 병신년 신년법어를 발표했다.

법진 스님은 신년법어에서 “작년 을미년은 다사다난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민의 걱정이 어느 때보다 더했던 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면서 “국정교과서 논란과 메르스 파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면 교계 안에서는 동국대 사태와 범계승 문제가 불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회고했다.

법진 스님은 이어 “모든 갈등과 분쟁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빚어지는 것”이라면서 “욕심의 결과는 파탄과 절망만을 남겨놓을 뿐이다. 그러므로 새해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평화와 화합의 공동체 사회를 구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화합과 평화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 발휘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 또는 문화적으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오히려 약자이기 때문에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우대받아야 하는 존재다”고 강조했다.

약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법진 스님은 “현대사회는 첨단을 달리는 문명의 이기들이 넘쳐나고 있으나 여전히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들에 대해 우대하고 배려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올해에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진 스님은 “이렇게 될 때 생명있는 모든 존재는 그 존엄성이 더욱 빛나는 법”이라면서 “우리 모두 상불경보살이 되어 병신년을 아름답게 장엄하자”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상불경보살의 말을 인용하여 “나는 언제나 당신을 존경합니다”면서 법문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법진 스님의 신년법어 전문이다.

약자와 함께 하는 삶을

불기 2560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열렸습니다.

작년 을미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민의 걱정이 어느 때보다 더했던 한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논란과 집단 전염병인 메르스 파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면 교계 안에서는 동국대 사태와 범계승(犯戒僧) 문제가 불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우리 재단도 <법인관리법>과 관련해 종단이 소송을 걸어오는 등 갈등을 빚으며 대립관계를 해소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모든 갈등과 분쟁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빚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욕심의 결과는 파탄과 절망만을 남겨놓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새해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평화와 화합의 공동체 사회를 구현해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상호 연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공업중생(共業衆生)입니다. 따라서 평등과 공존의 관계를 깨뜨려선 평화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화합과 평화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 발휘될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 또는 문화적으로 차별을 받아선 안 됩니다. 오히려 약자이기 때문에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우대받아야 하는 존재가 돼야 합니다.

 삶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빈민구제운동에 앞장섰던 엠마우스 공동체의 피에르 신부, 평생을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서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준 헨리 스피라, 허리를 굽혀 더욱 낮은 곳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봤던 마더 테레사는 이러한 정신을 실천했던 대표적인 인물들로서 이들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았고 기쁨을 누렸습니다.

우리 불교계에도 이러한 공덕을 실천할 자비보살들이 올해에 보다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 ‘공덕증장경(功德增長經)’에서 한 젊은이가 공덕을 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젊은이여! 공덕을 짓고자 한다면 동산에 과일나무를 심으라. 그러면 나무에는 그늘이 많고 시원하여 여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으니 훌륭한 공덕이 될 것이다. 다리를 놓거나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게 해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또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복덕의 집을 짓고 보시를 하거나 우물을 파서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객사를 지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쉬게 하는 일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 이렇게 하면 그 공덕은 밤낮으로 자랄 것이다. 만약 그대가 천상에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법답게 정해진 계율을 지키라. 그러면 그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라.”

현대사회는 첨단을 달리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넘쳐나고 있으나 여전히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우대하고 배려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올해에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또한 종교계의 폭넓은 관심과 지원으로 사회적 성과 또한 배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될 때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존엄성이 더욱 빛나는 법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되어 병신년을 아름답게 장엄해보길 기원합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을 존경합니다.”

불기 2560년 1월 1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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