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다. 올해도 일상의 삶에서 누구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입에서 비롯된 말이었을 것이다. 말은 모든 갈등과 대립의 발단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의견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단체, 또는 어떤 조직에서 서로 간 생각을 달리할 때, 의논(議論)이 언쟁(言爭)이 되고 급기야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부지기 수다. 특히 자신의 입장을 과도하게 주장하다보면 언쟁이 명령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깨지고 내 말은 상대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

불교에선 수행자들이 일으키는 논쟁을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언쟁(言諍)으로 교리에 대한 논쟁이다. 둘째는 멱쟁(覓諍)으로 수행승이 저지른 죄를 추궁하는 논쟁이다. 셋째는 범쟁(犯諍)으로 수행승이 저지른 죄가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그에 대해 일으키는 논쟁이다. 넷째는 사쟁(事諍)으로 다른 수행승이 행한 참회·징벌·의결 등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다.

이러한 사쟁을 논함에 있어서도 부처님은 정제되고 절제된 말을 사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자칫 말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전마다 이르길 ‘구업은 몸을 찍는 도끼이며 몸을 베는 칼날’이라고 했다.

《대방등대집경(大方等大集經)》에서는 말에 대해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거짓말을 버리고 지극히 성실하고 속이지 않으며 남을 놀리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 이간하는 말을 버리고 비록 이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도 저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 또 저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도 이 사람에게 전하지 않는다. / 갈라서려는 이가 있으면 잘 화합시켜 서로 친하게 하고 공경하게 한다. 하는 말이 온화하고 순하며 또 때를 아니 이것을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 또 악한 말을 버린다. 하는 말이 거칠고 사나우며 남 괴롭히기를 좋아하면 다른 이의 분노를 일으키게 되므로 그런 말을 버린다. / 그 말이 부드럽고 유연하며 원망을 사거나 해를 입히지 않고 남에게 이익 됨이 많으면 모든 사람이 공경하고 사랑하며 그 말 듣기를 좋아할 것이니 이것을 악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설화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이 가르침을 곰곰 되새겨 보길 바란다. 맹렬한 불은 세간의 재물을 태울 뿐이지만 입의 화는 성스런 재물을 태운다. 그러므로 구업은 만 가지 재앙을 부른다 했다. 진짜 대화 잘하는 법을 불전에서 배워 보시기를 권한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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