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로의원 스님들의 공허한 호텔식사 모임

지난 11월 30일 원로의원 10여 분이 고급호텔 식당에서 회동을 가졌다. 현 종단 상황이 혼돈의 어둠 속에 있기에 내 나름대로는 이 모임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종단의 최고 어르신이신 원로의원 스님들께서 작금의 사안들에 대해 어떤 지혜로운 말씀을 주시거나, 사안의 관련자들에게 몇 마디쯤은 호통의 일갈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모임의 결과는 그저 회동을 하였다는 사실만 전해질 따름,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 한 마디도 알려진 바가 없다. 위중한 시기에 어른스님들께서는 이 모임을 왜 가졌던 것일까.

어느 집단이던 원로라면 어렵고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주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 하여 위태로울 때는 불현듯 나서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조계종 원로스님들은 소위 정화를 거친 세대이다. 용주사 문제가 여법하게 풀려가도록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용주사 문제가 종단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면, 동국대학교 문제는 종교집단으로서의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며, 생명에 관한 문제로까지 발전했다. 또한 도움을 요청하며 부처님 품안을 찾아든 노동자 단체의 지도자에 대해 종단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혹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불교의 존재 이유에 관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정체성을 잃어서도 불교는 필연코 망할 것이고, 승가의 도덕과 윤리가 붕괴되어서도 필연코 망할 것이며, 자비와 지혜의 가르침을 망각한대도 필연코 망할 것이다. 그러니 현재 종단 안팎에서 일어나는 이 중차대한 일들을 모르실리 없는 원로의원 스님들께서는 마땅히 현안의 경중을 잘 헤아려 종단의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불자대중과 시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셔야 했다.

현 상황에서 원로회의의 할 일은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집행부는 물론 문제를 촉발했거나 갈등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합당한 조치를 권고하고 여차하면 유시라도 내려야 한다. 만약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진행되어간다면 원로회의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속히 원로회의가 재 소집되고 현안을 정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2. 지혜와 위기대처능력 부재의 한상균 사태

한상균 위원장의 문제도 애시 당초 정부와 한상균 위원장을 상대한 해결의 주도권 확보와 방향에 오류가 있었다. <민중총궐기대회>측이 ‘노동’ 4개항, ‘농업’ 3개항, ‘민생-빈곤’ 3개항, ‘청년학생’ 2개항, ‘인권’ 4개항, ‘생태환경’ 3개항, ‘사회공공성’ 3개항, ‘재벌책임강화’ 2개항, ‘자주평화’ 7개항, ‘세월호’ 3개항, ‘민주주의’ 6개항으로 도합 11개 분야 40개 항목을 요구했다. 이중에서 종단-화쟁위원회-은 정부가 수용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국가보안법폐지’나 ‘국정원해체’와 같은 항들은 제외하고 정부가 수용 가능한 것과 정치권 등에서 논의 할 것을 분류해서 정부와 정치권에 완곡하게 제안해서 농민 등 집회참가자들의 대 정부요구사항을 강화대변해 주는 조치를 초기에 취했어야 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도 불교계가 집회의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대신 해 주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요구사항들의 관철을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법 앞에서 당당하게 신변을 스스로 처리위계 하도록 종단이 할 수 있는 선을 ‘입장문’을 통해 확고하게 그었어야 했다. <민중총궐기대회>의 요구 내용은 외면하고 그 외의 것들을 움켜쥐고서 해결하려니 종단의 피로도만 싸여가고 있다.

더불어 종단에 망발을 일삼은 정치인들은 종교의 가치와 기능은 법의 잣대로 재단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종교만이 갖고 있는 갈등해결과 완충적 역할이 있다. 정부는 범법자에 대하여는 국법질서 확립 및 사회의 안녕과 평온유지를 위해 의법 조치해야 마땅하나, 주장한 내용 중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정이 있거나 억울한 내용이 있다면 수용해야 하니 그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길인 것이다. 기실 정치부재, 국회가 무능하기에 청와대 목전에서 다중집회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국회나 정치권은 조계종단에 주제넘은 압력이나 망발을 삼가야 한다.

종단이 한상균 위원장의 문제는 오는 5일 시위에 지나치게 천착하지 말고 그들의 주장 내용에 대해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주는 역할을 모색할 때 한상균 위원장의 신변 처리도 수월하고 사회문제의 해결에도 내용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곧 다가올 신변 정리에 어떻게 여법한 모양 세를 갖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3. 근본과 원칙 그리고 물러설 줄을 알자

동국대와 용주사 문제에 몇 번 의견을 피력했다. 거듭 주장하는 바는 혹여 무고하고 억울한 면이 있다하다 해도 종단과 사회적 물의야기(物議惹起)자체가 이미 문제로써 거취를 스스로 결정했어야 마땅하다. 현 상항은 종단을 넘어 한국불교 전체의 분위기가 험해지고 있으며, 한 귀중한 생명이 경각을 달리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이미 실기했다고 본다.

종단이 성장통을 넘어 그야말로 중병(重病)에 걸려 있는데 명의가 안 보인다. 켜켜이 갈등만 싸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속도감 있는 해결보다는 논의자체에 천착해 있으니 시간만 허비하고 공론만 무성하다. 화쟁은 법이 정한 밖의 다툼의 현안문제를 다루어 야지 흑백이 명백하고 법질서 위배가 현저한 사안에까지 들이대니 문제만 증폭되고 종단은 피로도만 싸여가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과 원칙에 입각해서 사유하고 행동해야 하며, 내외불문 난제는 조속히 해결해서 평온을 회복토록 해야 한다. 종헌과 종법 몇 줄만 읽어보면 해결이 가능한 일들이 질질 끌기에 불교가 종단이 풍전등화 신세다.

법응 |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