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중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의 단식이 12월 1일 현재 48일에 접어들었다. 하루 전인 11월 30일 동국대 이사 미산 스님이 동조단식을 선언했고 같은 날 법인 스님(대흥사 일지암)과 금강 스님(미황사)도 무기한 단식정진에 돌입했다. 지난 여름 동국대 총장 사태 정상화를 촉구하며 45일간 조명탑 고공농성을 했던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오는 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총장 보광 스님과 이사장 일면 스님이 물러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는 벼랑 끝 각오를 밝혔다.

지난 10월 15일을 기억한다. 김건중 부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탱화 절도 의혹을 사고 제대로 해명하지 않은 이사장 일면 스님과 논문 표절 문제가 일었으나 철회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총장 보광 스님을 학교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동국대 재학생들의 결의가 있은 지 한 달 만이었다. 학생의 대표자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누구도 그 공을 받아들지 않은 허탈함과 참담함으로, 또 무거운 책임감으로 김건중 부회장은 단식에 들었다.

그날, 교직원들과 약간의 언쟁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학생들은 본관을 마주보고 파란 천막을 쳤다. 단식을 하겠다고 말한 이도, 천막 치기를 도왔던 학생들도, 그걸 취재하는 기자들도, 누군들 알았을까. 그 건장하고 혈기왕성했던 청년이 한 달 보름이 지난 후 이토록 가녀린 모습으로 천막에 누워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차마 몰랐다. 그 자비롭고 환한 미소로 뭇 중생들의 아픔을 보듬는다 했던 인천의 스승이, 당신으로 인해 못 살겠다는 학생들의 아우성, 소리 없이 사그라지고 있는 청춘의 생명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외면할지.

그들도 아마 몰랐을 게다. 호기롭게 허풍은 쳐놓고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만류’의 그림으로 굶주림을 면하겠지. 앞에선 단식을 표방하면서 밤엔 몰래 초코바를 까먹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단식 천막을 앞에 두고 초코바를 자비나눔하는 촌극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참 큰스님인 것이다. 생과 사를 초월하는 담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쏟아지는 비난과 의혹에도 묵빈대처로 의연하게 일로정진하는 모습이라니. 큰스님 아니라면 철면피에 다름 아닌데, 설마하니 그러기까지야 할까.

단식이 장기화됨에 따라 목숨이 위태롭다는 발 없는 말들이 천리를 가자, 이번에는 학내 구성원과 종단이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법을 모색해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갈등의 현장에서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천수천안의 화신을 자임한 이는 대사회적으로 중차대한 현안에 발이 묶여있다. 동국대 문제에 온전히 천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7일 동국대 교수협의회 회의실에 급히 마련된 회의 테이블에서는 타협을 위한 법문 소리가 두 시간 가량 흘러나왔다.

지금 동국대학교 안에서 한 학생이 48일간 물과 소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정상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과연, 김건중이 비정상인가? 학생회가 비상식적인가? 이들을 극한으로, 사지로 내모는 것은 누구인가?

팔정도 부처님도 무심하시다.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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