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 백련암 서고에서 발견한 《십현담 요해》언해본을 공개했다.
성철 스님의 책이 보관된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 서고(장경각)에서 16세기 중엽의 희귀 고서인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이 발견됐다. 《십현담 요해(要解)》는 당나라 동안상찰 선사가 저술한 10가지 게송인 《십현담》에 매월당 김시습(설잠 스님)이 한문 주석을 책으로 언해본은 이를 1548년(명종 2년) 강화도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을 인경한 책이다. 정수사의 언해본은 김시습이 《십현담 요해(要解)》를 저술한지 73년만의 일로 승려들의 교육과 신도에게 가르치기 위해 재편집해 보급한 대중서로 보인다.

〈십현담〉은 선시의 일종으로 삼매의 자리(定位)에 안주하는 것을 부정하고 생활 속의 실천을 강조하는 선학으로, 심인(心印), 조의(祖意), 현기(玄機), 진이(盡異), 연교(演敎), 달본(達本), 환원(還源), 회기(廻機), 전위(轉位), 일색(一色) 등 모두 10편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은 표지 24.9㎝×15.0㎝, 내지 20.0㎝×12.2㎝ 크기로 10행 21자 44쪽 분량이다.

해인사 백련암 감원(암자를 감찰하는 스님)인 원택 스님은 9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백련암 서고에서 장서를 정리하던 중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10년간 두문불출하며 정진하던 성철 스님(1911~93)이 성전암 문을 박차고 나와 1965년 문경 김용사에서 열었던 첫 공식법문 내용도 ‘십현담’이었다”고 전했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 생전에는 가을마다 서고에서 책을 꺼내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입적 후에는 서고 관리가 허술했다는 데, 이를 지켜보던 불필 스님(성철 스님 속가 시절의 딸)이 ‘서고를 너무 소홀히 다룬다’고 하여 새삼 정리를 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장경각 앞에선 성철 스님.
원택 스님은 “백련암 서고에 1945년 김병용 씨가 기증한 1,500여권의 도서 등 약 5000권의 책이 있다. 큰스님(성철 스님)은 생전에 제자들은 서고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며 “스님께선 책을 함부로 빌려주신 적이 없고, 또 책을 빌려오면 돌려주신 적도 없었다”며 책과 서고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전했다.

원택 스님은 또 “이번에 큰 스님 서책을 정리하면서 귀한 고서와 언해본들을 발견하여 서지학자들에게 자문을 의뢰했다.”며 “검토해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면 문화재지정 신청을 통해 후손들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택 스님은 “10월 8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되는 ‘성철 스님 열반 16주기 추모학술회의’에서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에 대한 다양한 연구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언해본諺解本〉은 기존의 《십현담 요해(十玄談 要解)》에 수록된 각주를 간결하게 구성한 독립된 언해본으로 문화재 서지목록과 국립도서관 및 각 대학의 서지목록에도 기록되지 않은 희귀본 또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서병패 문화재 전문위원은 “언해본의 한글에는 반치음(ㅿ)과 옛이응(ㆁ)이 쓰이고 있어 16세기 중엽 국어사와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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