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주당 정일 대종사 열반 11주기 추모 다례재에서 사부대중이 삼귀의를 하고 있다.

“큰스님이 소임을 맡고나면 어려운 일이 모두 원만하게 해결됐다. 그리고 당신의 소임이 끝나면 자유자재하게 자리를 내놓으셨다.”

석주당 정일 대종사 열반 11주기 추모 다례재가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청동 칠보사(주지 · 선근 스님) 큰법당에서 엄수됐다.

이날 다례재는 영주 관음사 주지 원명 스님의 사회로 삼귀의, 입정, 추모사, 문도대표 송운 스님(선학원 총무이사) 인사말, 헌향 헌다,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큰 스님을 이렇게 회고하고 “오늘날 종단의 모습은 어떻느냐?"고 반문했다. 법진 스님은 "권승과 범계승들이 종권을 잡고 한국불교를 농단하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용주사에 범계승이 주지면 소나 개나 주지하겠다고 재가신도들이 소를 몰고 들어가는 이러한 현실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이해관계에만 쫓아다니는 난장판이 되고 있다"고 질책했다. 스님은 특히 "종단의 총무원장을 세 차례나 역임한 큰스님의 추모재에도 이 자리에 종단의 권승들은 누구하나 참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분열과 갈등을 다독거려 화합으로 승화시켜 주시던, 큰스님의 덕화와 향내음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추모사를 통해 석주 스님의 생전 덕화를 기리고 있다.

이어 조계종 원로의원 성우 스님(BTN 회장)도 추모사에서 석주 스님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성우 스님은 “석주 큰스님은 늘 ‘하심(下心)’을 강조하셨다. 불교텔레비전 집무실에 걸려있는 석주 스님의 휘호 ‘대자대비’를 매일 보며 마음에 새기고 있다”면서 “불교텔레비젼이 더욱 노력해 스님의 법은(法恩)을 갚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도대표 송운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다례재에 참석해주신 제방 대덕 스님과 신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산 보문사 영산합창단은 조영근 선생의 지휘로 석주 스님을 추모하는 곡 향심 등을 음성공양했다.

이어 참석한 내빈과 신도들은 석주 스님 영단에 차례로 나와 헌화 헌다하면서 생전 스님의 덕화를 추모했다.

다음은 이날 종단 지도자들을 향해 날선 지적을 제기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추모사 전문이다.

                                                   추 모 사

칠보사 입구에 들어서면서 ‘석주 큰스님!’ 하고 나지막하게 불러보았습니다.
지금도 고목나무 밑에서 약간의 체머리를 흔들며 자상하게 앉아계시던 정겨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들에게 큰스님은 노스텔지어의 향수와 같이 그리워지는 그러한 어른이십니다. 큰스님께서는 수행과 덕화만큼이나 종단과 재단의 중요한 요직을 많이 역임하셨습니다. 세 차례의 조계종 총무원장,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불교신문사 사장, 포교원장, 동국역경원장 등 많은 소임을 맡으셨습니다.

불교계에 어려운 문제,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하면 그 일은 모두 석주 큰스님의 몫이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소임을 맡고나면 어려운 일이 모두 원만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소임이 끝나면 자유자재하게 자리를 내놓으셨습니다.

석주 큰스님!
오늘날 종단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권승과 범계승들이 종권을 잡고 한국불교를 농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용주사에 범계승이 주지면 소나 개나 주지하겠다고 재가신도들이 소를 몰고 들어가는 이러한 현실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이해관계에만 쫓아다니는 난장판이 되고 있습니다.

종단의 총무원장을 세 차례나 역임한 큰스님의 추모재에도 이 자리에 종단의 권승들은 누구 하나 참여하지 않습니다.

요즈음 조계종과 선학원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하고 있습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습니다. 그러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80년대부터 있어왔던 갈등입니다.

그러나 큰스님이 계실 때에는 종단과 재단이 파열음이 나올 때에는 큰스님께서는 종단의 지도자를 불러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이니 무리하게 압박해서는 안된다고 타일렀으며, 선학원의 임원들을 불러서는 종단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잘 협조하라고 하시며, 분열과 갈등을 다독거려 화합으로 승화시켜 주시던, 큰스님의 덕화와 향내음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큰스님! 못난 후학들이 부끄럽습니다.

불기 2559년 11월 14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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