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등이 지난 8월 26일 제기해온 ‘이사회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9월 중순 우리 변호사가 답변한 내용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종단측의 한 스님이 내게 공개질의한 내용에서도 몇 가지가 언급되고 있고, 지난 11월 10일 이른 바 ‘선미모’라는 모임에서 우리 재단의 일부 분원에 발송한 문건에도 “탈종단화” 운운하고 있는 걸 봐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재단에 협조적인 분원장들 중에서도 물어오는 스님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필요한 것 같다. 궁금해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단법인 선학원은 한 번도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으로 가입한 일이 없으며, 2002. 4. 1.자 정관변경에 종지·종통 봉대 조항을 삽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조계종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아니며 재단법인 선학원이 조계종의 구성원으로 가입한 일이 없으므로 재단법인 선학원이 2013. 4. 11.자 정관 원상복구 결의에 의하여 조계종으로부터 탈종, 분종을 하였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한 부분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 중 상당수는 ‘선학원 스님들이 조계종 소속이 아니라는 말이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재단법인 선학원이 조계종의 소속이냐, 아니냐.’라는 말이란 걸 알게 된다. ‘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단법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단법인’인 선학원은 전에도 종단 소속이었던 적이 없었고, 재단이사회가 <법인관리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소속되지 않을 것이다. 1962년 3월 22일 제정되고 3월 25일 공포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헌> 어디에도 ‘법인(法人)’이나 ‘선학원(禪學院)’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1921년 설립되고, 1934년에 재단법인이 된 선학원이 1962년에 탄생한 조계종의 소유라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종헌> 제8조에서 “본종은 승려(비구·비구니)와 신도(우바새·우바이)로써 구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재단법인 선학원’은 처음부터 조계종의 구성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여태까지 선학원 조계종의 스님들로 임원이 구성되어 왔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조계종 소속으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 탄생 이후에는 조계종 스님들이 재단법인 선학원을 운영해 온 것일 뿐 ‘재단법인 선학원’ 그 자체는 조계종의 소속이 아니라 별개의 법적 주체이다.

지금까지 ‘재단법인’인 선학원이 조계종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계종에서 탈종하고 말고 할 게 없다는 것이 우리측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로 낸 답변서의 내용이다. 답변이 틀린 말인가? 맞고 틀리고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당연한 말 아닌가?

선학원과 조계종은 재단법인과 종단으로, 성격이 아예 다르다. 그러므로 조계종이 <법인법>이나 <법인관리법>을 만들어 선학원을 소유하고 장악하려는 것은 애당초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선학원과 조계종의 관계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전적으로 조계종 권승들의 무지 탓이다. 조계종의 종지 종통을 봉대하는 조계종 스님들이 임원으로서 재단을 잘 이끌도록 지켜보기만 해도 될 일을 공연히 넘보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선학원은 건드리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굴러간다. 선학원의 선사 스님들이 조계종을 만든 후 선학원을 해산하여 조계종에 넣지 않고 그냥 둔 것은 뭔가 심오한 뜻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찰이 재단법인 선학원에 재산을 증여하여 재단법인 선학원의 분원이 되면 동 사찰은 재단법인 선학원의 불교목적시설이 된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재단법인의 성질상 인적인 구성원은 없으며 분원장들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재단법인 선학원의 불교목적시설인 분원의 관리자로서 분원을 관리하면서 수행과 포교에 종사하는 스님들이다. 재단법인 선학원과 분원장들의 관계는 법인과 구성원의 조직법상의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채권적 관계에 있는 것이어서 분원장의 지위에서 당연히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할 정당한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한 부분이다.

먼저 선학원의 분원이 되면 사찰은 재단법인 선학원의 ‘목적시설’이 되고 분원장은 ‘관리자’가 된다는 부분을 보자. 혹자는 이 부분을 두고 “이것은 선학원 분원장 스님들이 분원 관리의 역할 외에 재산권과 관련한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는 악변이다. 창건주의 뜻을 재산관리인으로 전락시키고, 평생을 바쳐 불사를 일으킨 사찰과 암자를 임원 이사 몇 명이 좌지우지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리침해 아닌가?”라고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멀리 볼 것도 없이 조계종을 보자. <종헌> 제98조 제2항에 “주지는 당해 사찰 재산을 관리하고 수도, 전법, 포교, 법회 및 의식을 관장하며 그 사찰을 대표한다.”라고 되어 있다. 조계종 사찰의 주지도 관리자의 역할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선학원의 분원장도 마찬가지다. 분원의 재산관리뿐만 아니라 분원에서 행하는 수행, 포교, 법회 등을 도맡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원장의 지위를 ‘분원 관리’로 국한함으로써 분원장 스님들은 ‘재산권’과 관련하여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보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맞고, 어떤 측면에서는 틀렸다. 맞는 측면은, 분원장이 사찰의 재산을 임의대로 처분하고자 해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스님들이 재단법인 선학원에 재산을 등록한 이유는, 첫째, 자신이 일군 사찰이 자신의 사후에 속가로 상속됨으로써 삼보정재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둘째, 종단의 권승에게 절을 뺏기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재산을 등록한 본인의 마음이 중간에 바뀐다고 하더라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전’을 위해 등록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 선학원은 안전하다. 저들이 “선학원은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쉽게 처분한다.”고 왜곡하고 있지만, 13명의 이사가 재산의 증감을 늘 지켜보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인 마음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며, ‘가처분신청서’에서 주장한 것처럼 일부 이사가 사유화할 수는 절대 없다.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한다는 것은 ‘재단법인 선학원’에 기부행위를 하는 것이다. 기부가 승인될 경우 법인의 기본재산이 되며, 매각하고자 할 경우 재단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해당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쉽게 매각할 수도 없다. 사찰을 선학원에 등록한 스님은 등록하기 전 그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게 되므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틀린 측면은 토지 수용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재산을 처분하게 되었을 경우, 해당 사찰을 등록한 본인이나 승계자가 다른 토지를 선택할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재산권을 갖게 된다.

일각에서 선학원 이사들이 분원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하니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분원의 재산을 선학원에 기부하게 되면 사찰재산의 소유자는 창건주나 주지의 개인 재산이 아니라 재단법인 선학원이 된다. 그렇지만 선학원은 분원장 추천권한을 창건주에게 주고 창건주의 지위는 사자상승에 의하여 영구보장되기 때문에 선학원 이사들이 분원재산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선학원에서 이른바 절뺏기라는 악폐가 발생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선학원 이사들이 분원재산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점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학원의 분원은 스님들이 평생에 거쳐 일구어 온 사찰이므로 선학원은 이와 같은 스님들의 공로를 존중한다. 이에 따라 <정관> 21조 1항에서 “사사찰의 승려 창건주는 사제상승을 영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정관> 21조 3항에서 “창건주는 분원장을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찰을 일구어 온 스님들의 공로는 사자상승에 의한 창건주 지위의 영구보장에 의하여 보호된다.

지난 6월 22일 개정된 조계종의 <종헌> 제94조 3항에서는 “사설사암의 창건주가 그 사암(재산)을 종단에 등록했을 때는 종법에 따라 그 사암의 주지를 추천할 권리와 주지를 통한 재산관리권을 보장한다.”고 하였고, 제4항에서는 “사설사암의 창건주의 권리는 종법에 따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학원과 조계종, 무엇이 다른가?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종의 채권적 관계’라는 표현이다. 사법적 법률관계는 크게 나누어 ①신분적 법률관계 ②물권적 법률관계 ③채권적 법률관계로 나누어진다.

‘신분적 법률관계’라는 것은 부부간, 부자간과 같은 친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물권적 법률관계’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 저당권, 질권 등 이른바 물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채권적 법률관계’라는 것은 일정한 급부나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할 권리나 또는 일정한 급부나 행위를 할 의무에 관한 법률관계를 말한다.

‘신분적 법률관계’는 분원장의 지위와는 무관한 것이다. 분원장의 지위가 ‘물권적 법률관계’냐 ‘채권적 법률관계’냐의 문제는 분원장이 사찰의 소유자이냐 아니면 사찰의 소유자가 아니라 사찰을 관리할 지위에 있느냐의 문제이다. 우리 답변서에서 분원장의 법률관계가 채권적 관계라고 한 것은 분원장은 사찰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에 분원장이 사찰의 소유자라면 분원장의 지위는 물권적 관계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선학원의 분원장이든 조계종의 주지이든 사찰재산의 소유자는 아니며 사찰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 조계종의 경우, 사찰의 재산은 사찰 자체의 재산으로서 사찰 자체의 명의로 등기가 되는 것이어서 사찰의 주지는 사찰재산의 소유자가 아니다. 조계종 <종헌> 제98조 제2항도 사찰의 주지가 사찰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분원장의 법률관계를 채권적 법률관계라고 표현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우리 변호사의 답변내용 중 사찰이 그 재산을 재단에 출연하여 물적요소를 상실하게 되면 그 시점에 재산 소유의 단순한 불교목적시설의 하나로 법적성격이 전환되어 독자적인 당사자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 것은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6 다 65774 판결이 판시한 법리를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법논리상 사찰이 독자적인 당사자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불교목적시설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찰이 수행, 포교, 전법, 의식 등의 근거지가 되고 사찰의 주지가 종교활동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선학원이 <정관>에서 보장하고 있는 창건주의 권리에도 변함이 없다. 당해 사찰이 독립된 당사자능력을 가지고 있든 혹은 불교목적시설에 해당하는 것이든 <정관>에서 규정한 창건주의 지위는 법적으로 보장된다. 이 점은 비단 선학원 분원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계종 스님이 설립한 재단법인이나 기타 법인이 직접 설립하거나 법인에게 사찰기부를 한 모든 사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분원장이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민사소송법과 관련한 전문적인 문제이다. 법적으로 이사회 결의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가 된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에 한한다. 그런데 조계종이 문제삼고 있는 이사회 결의는 선학원 <정관> 중 종지종통 봉대조항과 임원조항 삭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선학원 <정관>에 종지종통 봉대조항이나 임원조항을 삭제한다고 하여 창건주나 분원장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법상 분원장은 그러한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에 이사회에서 창건주나 분원장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면 이와 같은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창건주나 분원장은 당연히 무효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재단에 불만을 가진 일부 분원장들은 선학원 이사회에서 <정관> 중 종지종통 봉대조항과 임원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에 분원장의 권리를 침해당했고, 종단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를 하는 격이다. 2002년 합의를 깨고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인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일을 그르친 것은 종단이다. 그러므로 총무원과 종회를 탓해야 할 것인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재단을 상대로 소송 당사자로 이름을 올릴 것이 아니라 원인 제공자인 종단을 향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를 요약하면, 사찰은 사찰을 설립한 창건주와는 독립된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고 이와 같이 사찰의 독립성으로 인하여 삼보정재인 사찰이 상속 등을 통하여 일실되는 것이 방지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찰을 창건한 창건주의 지위는 사자상승을 통하여 영구보장된다. 이것이 선학원의 이념이다.

법률가들이 창건주의 지위를 뭐라고 표현하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선학원은 삼보정재를 유실하지 않고자 하는 스님들의 뜻을 지켜준다는 것이고, 또한 사찰을 보존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그 권한을 영구히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소송에 관한 두 개의 질문을 보면, 법률가들이 쓰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도 있고, 세속의 법률을 스님들이 몰라서 생긴 오해도 있는 것 같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잘 몰라서 생긴 오해라면 풀면 된다. 스님들의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

-본지 편집인 · 재단법인 선학원 교무이사

※ 감사의 인사 : 저는 법률에 문외한입니다. 조용연 변호사님의 친절한 설명에 의해 이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변호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만약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표현력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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