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9년. 연인원 54만여 명. 지구 204바퀴. 1만2천대의 관광버스. 415만 개의 초코파이. 농어촌 직거래 30억 원.

한국사찰순례기의 진기록을 낳고 신행활동의 새바람을 불어 일으킨 108산사순례기도회(회주 혜자 스님, 이하 순례회)가 9년의 여정을 마쳤다.

순례회는 20일 오후 1시 마지막 순례지인 서울 도안사에서 1천여 명의 사부대중이 집결한 가운데 회향식을 봉행했다. 순례회 조끼를 차려입은 불자들의 표정에 환희심과 자부심이 드러났다. 신도들은 순례회의 여정을 기록한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트리며 회향을 자축했다.

▲ 9년 순례 여정을 마무리하는 회향법회는 6차에 걸쳐 진행되며, 오늘 1차 회향법회에는 1천여 명이 참석했다.

▲ 108산사 회향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합장을 하고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순례회를 치하하기 위해 자리했다. 자승 스님은 “준비해온 치사가 있지만 9년의 여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치사를 읽는 것이 오히려 누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덕담과 격려로도 눈과 비를 헤치고 산과 바다를 건넌 순례회의 공덕을 치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고하셨다는 말로 치사를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또 “혜자 스님의 인사말 중에 감동적인 표현이 많이 있었는데, 내가 혜자 스님이었다면 눈물을 흘리느라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혜자 스님이 지독하시다”고 말해 대중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미리 준비한 치사에서 “성지순례와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의 농촌, 산촌, 어촌의 지역민들과 상생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사찰 주변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것은 현시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신행의 큰 모범”이라며 “불법홍포의 새 장을 열며 자비로운 나눔을 통해 보현행원을 실천해온 108산사순례기도회원들의 신심을 깊은 마음으로 치하한다”고 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수고하셨다"며 순례회의 9년 여정을 격려했다.

앞서 혜자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9년의 순례는 참으로 보람 있고 가슴 벅찬 수행과 고행의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혜자 스님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부질없는 성냄과 미움, 원망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온갖 잘못과 자잘한 실수까지도 모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참된 불자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혜자 스님은 특히 기억에 남는 일로 올해 초 메르스로 인해 단독 순례에 나섰던 설악산 봉정암을 꼽았다. 스님은 “메르스로 인해 회원님들과 같이 순례하지 못하고 염주 알을 바랑에 넣고 혼자 봉정암으로 향하는데 바랑과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움을 처음 알았다”며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그리며 봉정암에서 3일간 기도했다”고 말했다.

혜자 스님은 2차 순례인 53기도도량 순례에 함께 하자고 독려했다. 스님은 “회향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번뇌일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떠나는 ‘108산사호’와 함께 훌훌 실어 보내고 이제 새하얀 53기도도량 순례기도를 설레임으로 맞이하자”고 말했다.

▲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혜자 스님이 20일 회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합창단이 108산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순례회는 이 자리에서 이재우 주간불교 편집국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군장병을 위한 ‘초코파이’ 공양을 회향한다는 의미로 수도방위사령부 이동경 법사에게 초코파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회향법회는 삼귀의, 반야심경, 찬불가, 순례회 9년간의 여정 동영상 시청, 혜자 스님 인사말, 자승 스님 치사, 내외귀빈 축사, 감사패 증정, 108산사의 노래, 축하공연, 사홍선원 순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식전행사에서는 1차 회향 기도와 육법공양, 순례회 기념벽비 제막식이 펼쳐졌다.

한편 회향식이 펼쳐지는 도안사는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장소가 협소해 평균 5천여 명에 이르는 순례단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없어 이날부터 6일 동안 매일 회향식을 연 후 25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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