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불교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승 33인의 법문과 법어를 모은 책이다. 여기에서 효봉, 경봉, 금오, 추담, 전강, 벽안, 청담, 석주, 자운, 서옹, 탄허, 월하 스님 등 입적한 스님들과 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등 생존 스님들은 고해와 화택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한다.

그러나 선(禪) 혹은 깨달음은 인간의 언어 밖의 경지. 이를 말로 설명하기 위해 역설과 비약, 비유가 동원된 고승들의 법어는 독특한 ‘말 맛’을 전해준다. 제목부터 그렇다.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는 전강(1898 ~1975) 스님이 1972년 용주사 중앙선원 조실로 있을 때 한 법문 중 한 대목. ‘고양이 밥’이란 쥐를 가리키는 비유.

청담(1902~1971) 스님은 “인간의 일생은 죽음이라는 큰 구렁이한테 뒷다리를 물려 들어가는 개구리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이 고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탐심과 성냄, 어리석음과 재물, 색(色), 음식, 장수(長壽), 명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밖에도 고승들은 공통적으로 마음공부를 권한다. 후학들에 대한 따끔한 죽비도 빠지지 않는다. 벽안(1901~1987) 스님은 “혹자는 시간만 지나면 대도(大道)가 이루어지는 줄 알아 법랍(法臘·스님이 된 후의 나이) 자랑하기를 즐겨 하지만, 수행이란 끝이 없는 것으로 수행기간이 길고 짧음에 차별을 두지 말고 오직 자기의 허물을 부끄러이 여겨야 한다”고 일갈한다.

불교신문사 엮고 펴냄 |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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